테무, 한국서 막힌 이유…‘토종 방파제’ 다이소
美·EU 소액직구 면세 폐지…테무 초저가 공식 흔들
한국은 150달러 면세 유지…다이소는 500~5000원으로 맞불
1600개 매장·품질관리·즉시구매…가격차보다 ‘신뢰비용’ 갈랐다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 2026-09-29 15:14:55
중국계 초저가 플랫폼 테무가 한국에서도 이용자를 빠르게 늘렸지만 생활용품 시장의 판을 뒤집지는 못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통했던 ‘중국산 초저가 직배송’ 앞에 한국에는 이미 다이소라는 강력한 저가 유통망이 자리 잡고 있어서다.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 상품일수록 소비자는 배송시간과 품질 불확실성을 감수하기보다 직접 확인하고 바로 살 수 있는 다이소를 선택할 여지가 크다는 얘기다.
테무가 한국에서 실패했다고 보는 것은 과하다. 테무는 2023년 7월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뒤 빠르게 이용자를 확보했다. 지난해 6월 국내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약 800만명에 달했고, 올해 8월에도 40대를 제외한 대부분 연령대에서 국내 종합몰 앱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10대 이하와 50대, 60대 이상에서는 연령대별 이용자 수 2위권까지 올라왔다.
다만 ‘앱을 켜는 것’과 국내 저가 생활용품 시장을 장악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테무의 가격경쟁력은 중국 제조업 공급망과 소비자를 짧게 연결하는 구조에서 나온다. 모회사 PDD홀딩스는 테무를 소비자와 판매자·제조사·브랜드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설명한다. 수익은 상품 자체의 유통마진보다 판매자에게 받는 거래서비스와 광고·마케팅 서비스에서 주로 발생한다. 따라서 “테무가 관세를 내지 않아 돈을 번다”는 설명은 정확하지 않다.
다만 소액 해외직구 면세제도가 초저가 경쟁력을 키운 것은 분명하다.
한국에서는 개인이 자가사용 목적으로 해외에서 직접 구매하는 물품은 일반적으로 미화 150달러 이하까지 면세 통관된다. 중국 판매자가 소액 상품을 한국 소비자에게 직접 보내면 국내 유통업자가 대량으로 수입해 재판매하는 상품과 다른 통관구조를 이용할 수 있다. 국내 정식 유통상품은 품목에 따라 관세·부가가치세뿐 아니라 안전인증과 재고·물류·매장 비용 등이 가격에 반영된다.
이 구조가 가장 크게 흔들린 곳이 미국과 유럽이다.
미국은 2025년 5월부터 중국·홍콩산 800달러 이하 물품에 적용하던 소액면세(de minimis)를 폐지했다. 같은 해 8월29일부터는 면세 중단 범위를 전 세계 저가 수입품으로 넓혔고, 2026년에도 이를 유지하고 있다. PDD홀딩스 역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연차보고서에서 소액면세 폐지가 가격 상승과 주문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사업 위험이라고 직접 적시했다.
유럽연합(EU)도 움직였다. EU는 올해 7월1일부터 150유로 이하 전자상거래 수입품에 적용하던 관세 면제를 없애고 품목당 임시 3유로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오는 11월부터는 소액 소포에 별도 취급수수료도 도입할 예정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저가 상품의 면세제도가 전통 유통업체와 해외 직구 플랫폼 사이의 경쟁조건을 왜곡하고 안전관리 부담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이다. 한국에서는 중국발 소액 해외직구의 150달러 면세기준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세제만 놓고 보면 테무가 가격경쟁력을 발휘하기 좋은 시장이다.
그럼에도 한국 생활용품 시장에는 다이소라는 특수한 경쟁자가 있다.
아성다이소의 지난해 매출은 4조5363억원, 영업이익은 4424억원으로 각각 14.3%, 19.2% 증가했다. 전국 매장은 1600곳을 넘어섰다. 약 3만종의 상품을 판매하면서 매달 600개 안팎의 신상품을 내놓고 대부분을 500~5000원의 균일가 체계 안에서 판매한다.
결국 테무가 제공하는 ‘중국 직구의 가격 파괴’와 다이소의 판매가격 사이에 소비자가 감수할 만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상품이 적지 않다는 것이 중요하다.
테무에서 2000원에 살 수 있는 생활용품을 다이소에서 3000원에 바로 확인하고 살 수 있다면 소비자의 판단 기준은 1000원 차이만이 아니다. 배송기간, 실물 확인 여부, 반품의 번거로움, 제품 안전성까지 사실상 가격에 포함된다.
다이소는 이 부분에서 해외직구와 구조적으로 다르다.
아성다이소는 전 세계 35개국 협력사와 직접 거래해 원가를 낮추면서 ISO9001 기준 품질관리체계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상품안전 검사와 제조품질관리 조직도 별도로 두고 있다. 상품 자체의 불량이 확인되면 매장에서 교환이나 환불도 가능하다.
해외직구 상품은 소비자가 체감하는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다. 서울시는 2024년부터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해외 플랫폼 상품의 안전성 검사를 지속하면서 일부 상품에서 프탈레이트계 가소제와 납·카드뮴 등 국내 기준을 넘는 유해물질이나 구조적 안전 문제가 확인됐다고 발표해왔다. 한국소비자원도 알리·테무 등에서 유통되는 해외직구 가전·아동용품의 위해 가능성에 주의를 당부한 바 있다. 모든 테무 상품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생활용품·어린이제품처럼 안전에 민감한 품목에서는 소비자의 위험 인식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책임 구조도 단순하게 “테무는 책임지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한국의 전자상거래법은 해외 플랫폼을 포함한 통신판매·중개사업자에도 소비자 보호 의무를 두고 있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테무의 전자상거래법·표시광고법 위반에 대해 과징금 3억5700만원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다만 소비자가 느끼는 책임주체의 거리는 다르다. 다이소는 상품을 국내 매장에서 직접 판매하고 불량 여부를 매장에서 확인해 교환·환불할 수 있다. 해외 플랫폼은 판매자가 제3자이고 국경 간 거래가 섞이는 경우 판매자 확인과 배송·분쟁 해결 과정이 상대적으로 복잡해질 수 있다.
다이소의 또 다른 무기는 시간이다.
해외직구가 아무리 싸도 오늘 필요한 충전케이블이나 주방용품, 수납용품을 며칠 뒤 받을 이유는 크지 않다. 다이소는 전국 매장에서 상품을 직접 보고 즉시 가져갈 수 있다. 온라인에서도 다이소몰의 지난 2월 MAU가 516만명으로 전년보다 42.3% 증가하면서 오프라인의 약점을 보완하고 있다.
테무도 이를 알고 있다. 지난해부터 한국 판매자를 플랫폼에 입점시키는 로컬 투 로컬(Local-to-Local) 사업을 확대했고 국내 상품을 모은 KR스토어까지 운영하고 있다. 1500개가 넘는 국내 판매자가 참여하면서 배송시간과 품질 신뢰 문제를 줄이는 현지화에 나섰다. 역설적으로 테무가 한국에서 중국 직배송만으로는 승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따라서 테무가 한국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기보다 ‘초저가 하나만으로 시장을 장악하지 못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정부가 소액직구 면세제도를 손보며 테무의 가격우위를 줄이고 있다. 한국에서는 아직 같은 수준의 규제 변화가 없지만 이미 1600여개 매장과 500~5000원 가격대, 품질관리와 즉시 구매망을 갖춘 다이소가 그 역할을 시장 안에서 하고 있다.
테무가 한국 저가 생활용품 시장에서 마주한 더 큰 벽은 ‘토종 방파제’ 다이소였다. 가격이 비슷해지는 순간 소비자는 싼 물건보다 ‘싸면서 바로 보고 믿고 살 수 있는 물건’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토요경제 /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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