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시장 폭발하는데...中위세에 눌려 더 위축된 'K배터리'
SNE리서처, "1~5월 등록 전기차 총 배터리사용량 52% 급증"
국내3사 성장률 뒤쳐지며 합산점유율 23.3%, 2.5%p 또 하락
中,1위 CATL에 비야디마저 두배 성장...시장지배력 더 강화
최영준 기자
cyj@sateconomy.co.kr | 2023-07-05 15:11:24
중국에 발목이 잡힌 'K배터리'의 기세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K배터리가 기술력만큼 세계 최고로 인정받지만, 시장지배력에선 중국의 위세에 눌려 갈수록 입지가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배터리업체들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50%를 훌쩍 넘기며 초강세가 계속되고 있다. 마치 미국과 유럽의 집중 견제를 비웃기라도 하듯, 올들어 시장지배력이 더 강화되는 흐름의 연속이다.
특히 글로벌 경기침체가 가속화하고 있음에도 견고한 전기차 수요증가로 인해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큰 폭의 성장세를 유지, 중국업체들이 배터리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 中, CATL과 비야디 만으로 글로벌시장 50% 이상 독차지
올들어 1∼5월까지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이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가량 늘어난 가운데 K배터리 3사의 점유율이 또다시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업체들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LG에너지솔루션(LG엔솔), SK온, 삼성SDI 등 K배터리 3사가 계속 점유율을 내주며 맥을 못추고 있는 것이다.
5일 에너지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1~5월 글로벌시장에 등록된 전기차 배터리 총 사용량은 237.6기가와트시(GWh)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52.3% 늘어났다.
업체별로는 중국 CATL이 86.2GWh로 전년 동기 대비 60%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하며 시장점유율을 34.6%에서 36.3%로 1.7%포인트 끌어올리며 독주체제를 더욱 공고히했다. CATL의 점유율은 K배터리 3사의 점유율을 모두 합친 것보다 10%포인트 이상 앞서는 독보적 세계1위다.
CATL은 상하이자동차, 뮬란 등 중국의 주요 전기차업체에 배터리를 집중적으로 공급하는데다, 전기차 세계1위 미국 테슬라의 모델3, 모델Y 등 일부 모델까지 수요처를 넓히며 고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LG엔솔을 밀어내고 세계 2위로 올라선 비야디의 성장세는 더욱 놀랍다. 최근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비야디는 38.1GWh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두배가 넘는(107.8%) 폭발적인 성장률을 기록했다.
비야디의 점유율은 지난해 같은기간 11.8%에서 16.1%로 수직상승했다. 이에따라 지난해 1~5월 사용량 기준으로 LG엔솔에 1.8%p 차이로 3위였던 비야디는 단숨에 LG를 2.1%p 차이로 제치고 2위로 도약했다. 비야디는 글로벌 주요 배터리업체 중에선 유일하게 전기차 제조를 겸하고 있어 앞으로도 강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은 이제 CATL과 비야디 만으로 글로벌 시장점유율 50%가 넘는 나라가 됐다. 게다가 두 회사 외에 CALB, 궈시안, EVE, 순와다 등 나머지 중국업체들도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 6개 상위 중국 배터리업체의 총 점유율은 지난해 56.1%에서 올해는 62.7%까지 높아졌다.
■ 답보 상태에 빠진 K배터리 3사...합산 점유율 하락세
중국업체와 달리 K배터리 3사는 답보상태에 빠져있다. 나름대로 높은 성장률을 보여줬지만, 중국업체들의 비약적인 성장세에 눌려 점유율은 하락하거나 횡보하고 있다.
K배터리의 대표주자인 LG엔솔은 주 수요처인 테슬라(모델3/Y)의 판매량이 급증한데 힘입어 지난 1~5월 사용량 33.0GWh로 전년 동기 대비 56.0% 급증했다. 그러나 중국업체들의 위세에 늘려 점유율은 13.6%에서 13.9%로 단 0.3% 높이는데 만족해야했다.
LG엔솔은 현재 테슬라 외애 포드 머스탱 마하-E, 폭스바겐 ID. 3/4 등에 주로 배터리를 공급중인데, 최근 현대자동차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 향후 판매량 증가와 시장점유율의 변화가 예상된다. LG엔솔과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의 현대차 전용 전기차 공장에 배터리 합작 공장 설립키로 지난 6월 확정한 바 있다.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 폭스바겐 ID.4 등 배터리를 공급중인 SK온은 전년 동기 11.4GWh에서 12.4GWh로 9.0% 증가,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글로벌 톱10 배터리업체중에선 유일한 한자릿수 성장률이다.
이로 인해 SK온의 점유율도 종전 7.3%에서 5.2%로 2%포인트 이상 줄어들었다. 순위는 5위를 유지했으나 4위인 일본 파나소닉과의 격차는 1.6%에서 2.8%포인트로 벌어졌다.
삼성SDI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삼성은 사용량 기준으론 전년동기에 비해 28.8% 증가했으나 경쟁사에 비해 낮은 성장률에 의해 시장점유율이 4.9%에서 4.2%로 0.7%포인트 빠졌다.
삼성은 결국 글로벌 랭킹 6위 자리를 중국 CALB에 내주며 7위로 한계단 주저앉았다. 삼성은 지난해 같은 기간엔 CALB보다 점유율이 0.7%포인트 앞섰으나 이젠 0.1%포인트 차이로 역전됐다.
국내 2, 3위인 SK온과 삼성SDI의 상대적 부진으로 인해 K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23.3%로 전년 동기(25.8%)에 비해 2.5%포인트 쪼그라들었다. 특히 1분기 기준으로 전년동기 대비 1.3%포인트 하락한 24.7%를 기록했으나 5월까지 누적 기준으로는 23.3%로 중국과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모양새다.
■ 현실적으로 中추격 쉽지 않아...'양보다 질' 전략 필요
이처럼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이 커질 수록 K배터리의 시장점유율은 낮아지고, 라이벌 중국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이유는 몇가지로 분석 가능하다. 먼저, 중국에 비해 K배터리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전기차 시장이 성능 중심에서 가격 위주로 경쟁의 방향이 바뀌면서 저가의 중국산 배터리 채용이 늘고 있는 것이다.
중국업체들은 특히 원가 구조상 태생적으로 비교우위에 있는 원통형 배터리 기술과 생산 비중이 국내업체에 비해 훨씬 높다. 배터리 가격경쟁이 심화할 수록 K배터리 3사가 불리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테슬라가 불을 붙인 전기차 가격전쟁은 앞으로 더욱 불꽃을 튀길 전망이어서 국내업체들이 대책마련이 시급해보인다.
중국의 풍부한 전기차 내수 수요도 중국배터리의 시장지배력이 갈수록 높아지는 이유다.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의 전기차생산국으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이를 토대로 중국 배터리업체들이 비약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공급량이 늘면서 부품소재 원가조달비용, 즉 '바잉 파워'가 세지면서 가격경쟁력이 더 강화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중국업체들이 최근 해외, 특히 유럽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만한 일이다. 중국내수 감소에 대비, 중국배터리업체들은 자동차의 본고장 유럽진출에 매우 적극적이다. SNE리서치 관계자는 “올해 중국 내수 시장의 성장률이 점차 낮아질 것을 대비해 중국 업체들의 유럽 등 해외진출이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며 “유럽은 중국 다음의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향후 최대 격전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재의 판도를 바꿀만한 한가지 변수는 역시 미국이다. 전기차 및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기 위해 미국은 IRA(인플레이션감축법) 등을 적극 활용, 중국을 계속 압박하고 있어 경우에 따라 K배터리가 대 약진하는 반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업체들이 보유한 방대한 자국 수요, 독보적인 가격 경쟁력, 원통형 배터리부문의 비교우위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K배터리가 적어도 사용량 기준으로는 중국을 따라잡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전제하며 "결국 양보다는 질에 우선점을 두고, 차별화된 성능 개선에 주력하는 한편 차세대 배터리 기술개발에 전력투구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토요경제 / 최영준 기자 cyj@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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