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보험·카드·증권 지급결제 허용되나...'은행과점깨기' 본격화

금융당국, TF실무작업반 1차 회의서 비은행권에 지급결제 허용 모색
신규 은행 도입도 추진키로...은행 VS 비은행 '밥그릇싸움' 치열 예고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 2023-03-03 15:08:45

▲ 은행권 관계자들이 2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제1차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 TF 회의'에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제공>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과점 깨기'의 일환으로 은행만 가능했던 지급결제 서비스를 보험, 카드, 증권 등 비은행 금융기관 전반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입출금 계좌 제공 등 은행의 핵심 업무 영역을 비은행권 회사들에까지 문호를 개방함으로써 은행권의 과점체제를 해소하고 금융권의 유효 경쟁을 촉진하겠다는게 근본 취지다.


금융당국은 특히 대형 시중은행의 전유율로 간주돼온 정책자금 대출업무를 비은행권으로 확대하고 은행의 서민금융 취급 비중을 늘리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은행권 대 비은행권 간의 '영토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은행권 경쟁 촉진을 위한 금융권 업무 영역 조정이 향후 전 금융권의 '밥그릇 싸움'으로 번져 적지않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비은행권 VS 은행, '영토 전쟁' 본격화 예고

금융위원회는 지난 2일 '은행권 경영·영업·관행 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1차 회의를 통해 은행과 비은행권간 경쟁 촉진을 위해 △카드사 종합결제 허용 △증권사 법인대상 지급결제 허용 △보험사 지급결제 겸영 허용 △은행의 중기대출·서민금융 취급비중 확대 △비은행의 정책자금대출·정책모기지 업무범위 확대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3일 밝혔다.


이중 금융권의 지대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비 은행권의 업무 영역 확대다. 특히 카드사의 종합지급 결제 허용과 증권사의 법인 대상 지급 결제 허용, 보험사의 지급 결제 겸영 허용 등이 구체적으로 검토 대상에 올랐다. 금융위는 오는 6월말 종합적인 은행 관행·제도 개선 방안을 확정 발표할 계획이다.


금융위가 은행에만 허용돼왔던 계좌개설 권한을 비은행 사업자에게도 열어주는 게 확정되면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통해 종합지급결제업, 즉 간편결제와 송금 외에 모든 전자금융 업무를 영위하는 사업이 가능하다. 카드, 증권, 보험업계가 은행 수준의 보편적 지급 결제 서비스 제공이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강영수 금융위 은행과장은 이에 대해 "카드사, 증권사, 보험사의 지급 결제를 허용하는 방안이 심도깊게 논의됐다"며 "지급 결제에 대해 간단히 말하면 통장 같은 계좌를 개설해 그 안에서 자금을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고객들이 은행이 아닌 금융회사를 통해서도 급여 이체나 카드 대금·보험료 납입 같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은행 계좌 없이도 소비자 편의·니즈에 따라 특정 금융사를 선택, '원스톱'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되면 예금 및 지급 결제 부분에서 은행의 유효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은행산업의 과점 이슈가 크게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은행권에 보금자리론 같은 정책자금대출 및 정책모기지 취급을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특히 비은행권이 은행에 비해 금리 경쟁력이 밀리는 만큼 인센티브 제공도 함께 검토한다.

소비자 보호체계 갖춘 비은행권 중심 영역확대 검토

그러나, 비은행권이 업무영역 확대가 은행들의 과점체제를 개선하는 데는 효과가 있을 지 몰라도 현실적인 문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선 은행에 비해 유동성·건전성 관리 수준이 낮다는 점과 예금자보호법이 적용되지 않아 소비자 피해 발생이 우려되는 것이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이와관련, "은행권 과점체제 개선을 위해 카드·보험·증권사 등에 일부 은행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업무범위를 확대하더라도 충분한 건전성과 유동성, 그리고 소비자 보호체계를 잘 갖춘 금융사에 한해 확대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 회의'에서 은행권 경쟁촉진 및 구조개선 관련 사항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제공>

 

비은행권 업무 영역로 인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 밥그릇 싸움을 전락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충분히 예상가능한 문제다. 과거에 지급결제 서비스 확대 방안이 번번히 생산적인 논의로 이어지지 못하고 중도 포기된 이유이기도 하다.

 

강 은행과장은 이에 대해 "'밥그릇 싸움' 문제가 아닌 경쟁 촉진을 통한 소비자 효용 증진, 금융 안정,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논의돼야 할 사항"이라며 "비은행권 업무 범위 확대에 상응해 은행권 일임 업무를 허용해주는 식의 '거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소비자 보호 측면과 관련해서 "특정 업권 전체에 업무 영역을 다 열어주는 식이 되진 않을 것"이라며 "소비자 보호 체계가 잘 갖춰진 금융회사로 한정해 업무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고 일각의 우려를 일축했다. 금산분리 논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 규제 완화도 검토 대상이 아니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날 TF회의에선 은행권 경쟁 촉진과 함께 금리 산정 및 성과 보수 체계를 우선 과제로 살필 예정이다. 금리 산정 체계와 관련해서는 시중금리의 과도한 상승 시 대출금리의 상승 폭을 완화할 수 있는 지표·상품의 개발을 검토하기로 했다. 금리 변동에 덜 민감한 잔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신용대출 상품에 적용하는 방안 등이 예시로 제시됐다.


금리변동 리스크도 소비자가 아닌 은행이 부담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사실 그간 금리 변동 리스크를 국민이 부담하고 은행은 리스크 없이 고수익을 낸다는 지적에 대해 금융당국이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는 구조를 짜겠다는 것이다.

스몰라이선스 통한 신규 특화은행 도입 적극 추진

기준 대형은행의 과점체제 개선의 대안으로 제시된 신규은행 도입도 적극 추진된다. 이번 TF회의에선 은행권의 신규 플레이어 진입문제가 주요 안건으로 올랐다. 금융당국은 은행이 수행 중인 업무 범위를 세분화하는 '스몰 라이선스'를 통한 특화은행 설립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이를테면 중소기업, 소상공인, 벤처기업대출 전문 은행이나 주택담보대출·지급결제 특화은행, 중·저신용자 전문은행 등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이를 위해 현재 1000억원인 시중은행의 자본금 규제를 지방·인터넷은행 수준인 250억원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업무 영역은 단일 스몰라이선스 도입을 통해 특정 업종이나 영업방식으로만 제한을 두거나 몇가지 은행업무 및 영업형태를 선택해 조합하는 두 가지 방안이 검토된다. 시중·지방·인터넷전문은행의 추가 인가도 논의됐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은행·은행지주 및 증권사, 보험사 등 비은행금융사·지주에 대한 설립·인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편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성과급 잔치 논란을 고려, 성과 보수와 관련해서 금융사 임원이 회사에 손해를 끼쳤을 경우 성과급을 환수할 수 있는 '클로백'(claw back), 경영진 급여에 대해 주주총회 심의를 받도록 하는 '세이 온 페이'(say on pay) 제도 도입 등을 통해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성과급 지급과 관련, 성과 지표 및 측정 방법 적정성도 함께 따질 방침이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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