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벼랑 끝에서 돌아온 푸르밀...회생과 매각의 갈림길?
사업종료 번복, 30% 구조조정 후 정상화 모색키로...선 정상화 후 매각 가능성 모락모락
조은미
amy1122@sateconomy.co.kr | 2022-11-10 15:07:32
중견 유제품 전문기업 푸르밀이 다시 살아난다. 푸르밀이 사업종료 계획을 자진 철회했다.
갑작스러운 사업종료 발표로 400명의 직원을 졸지에 정리해고하겠다던 푸르밀이 24일 만에 이를 번복하고 사업을 유지하겠다고 10일 발표했다.
사측의 일방적인 사업종료 통보 이후 전직원과 하청업체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노사가 협상 테이블에 앉은 이후 4차 협상에서 극적인 타협을 본 것이다.
노사 양측의 사업유지 전제조건은 '30% 감원'이다. 현재 푸르밀 직원이 약 400명이란 점에서 120명 정도가 명예퇴직 형태로 회사를 떠나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푸르밀 노사 양측이 협상 과정에서 50% 감원을 주장하는 사측과 30%를 마지노선이라는 노조측과 팽팽하게 맞서다 결국 사측이 양보함으로써 사업종료 논란이 사업유지로 방향을 급선회한 것이다.
낙농가 반발과 여론 악화에 사업종료 포기
푸르밀 경영진이 노조의 의견을 십분 수용하며 사업종료 계획을 포기한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무엇보다 사업종료 발표 이후 노조와 협력업체인 낙농가의 반발이 예상보다 거셌던 것이 경영진에게 큰 부담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사실 푸르밀의 사업종류 선언 이후 노조도 노조지만, 생계가 막막해진 낙농가와 관련 지자체의 반발이 거셌다. 이에 따라 급기야 푸르밀에 원유를 공급해온 낙농가가 사업 종료에 항의하며 푸르밀 본사에 우유를 투척하는 물리적 반발까지 일어났다.
게다가 푸르밀 사업종료의 주된 명분인 적자 누적 등 경영 악화가 신준호 오너 회장의 아들이자 후계자인 신동환 대표 취임 이후 더욱 심해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여론의 집단포화를 맞았다. 경영악화의 장본인인 오너가가 무책임하게, 일방통보식으로 사업종료를 선언한 것이 알려지며 여론이 완전히 등을 돌린 것이다.
여기에 신 회장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동생인 탓에 푸르밀이 롯데그룹과 연결되며 범 롯데가(家)에 비난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것에 푸르밀 경영진이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받은 것으로 읽힌다.
푸르밀은 10일 사업종료 계획을 포기하는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효율성을 바탕으로 회사 영업을 정상화하는 동시에 국민들의 관심과 사랑을 호소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오너측 자력갱생과 매각놓고 고민할듯
푸르밀은 호소문에서 “지난 2018년부터 지속된 누적적자로 경영위기를 넘어 현금 유동성마저 고갈, 더 이상 사업을 영위할 수 없겠다는 판단에 이르렀다”며 “많은 분들이 사업종료만은 막아달라는 요청에 비상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노조의 도움으로 구조조정 합의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호소문은 또 “회사는 45년 전 창업 초심으로 돌아가 재도전하고자 하오니 회사에 대한 미움을 거두어 주시고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봐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푸르밀 경영진이 사업종료 계획을 철회하고 전격적인 사업유지를 선언함에 따라 푸르밀 오너가의 선택은 자력갱생이냐, 선정상화 후 매각이냐라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됐다.
현재로선 가능성은 반반이다. 우선 푸르밀은 사업종료 선언과 번복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30% 인력구조조정을 단행할 명분을 얻었다. 비용감소와 함께 실적개선을 이뤄낼 기반을 갖춘 셈이다.
120명선에 이르는 결코 적지않은 명예퇴직 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되지만, 노조와의 협상끝에 나온 결과라 부담은 덜하다. 후유증을 최소활 명퇴자 선정기준만 잘 만들면 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유제품 시장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낙농진흥회가 유제품의 핵심 원료인 원윳값을 대폭 인상을 결정한데다가 내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푸르밀 입장에선 원가부담이 가중된 것이다. 이를 유제품 판매가에 그대로 반영하려해도 고물가 현상에 따른 경기침체로 유제품 수요가 더 위축될 수 있다는 부담감이 클 수 밖에 없다.
인력구조조정 후 M&A 재추진 가능성
업계에선 이에따라 푸르밀 오너측이 구조조정을 통해 군살을 빼고 난 후 결국 제3자에게 회사를 매각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란 전망에 좀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30%의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구조를 개선할 여지가 충분해진만큼 기존에 추진하다 중단된 M&A를 재추진할 계기가 됐다는 의미이다.
푸르밀은 비록 적자가 누적되고 규모가 커지며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됐지만, 비피더스, 가나, 검은콩 우유 등 다양한 히트상품을 보유하고 있는 메이저 유제품업체 중 하나다. 유제품업계에선 나름대로 브랜드 이미지가 나쁘지 않다. 이런 면에서 내부 인력 구조조정과 재편으로 손익구조를 개선, 적절한 조건만 맞춘다면 M&A 가능성이 충분하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그러나, 글로벌 복합위기가 계속되면서 자본시장과 M&A시장이 꽁꽁 얼어붙어있다는 점에서 당장에 M&A가 급진전 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보인다. 게다가 푸르밀은 사업종료 계획을 번복하는 과정에서 주주들의 재투자하기로 약속받아 회사를 정상화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 여유를 갖고 M&A를 준비할 시간을 확보했다.
과연 푸르밀이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화려하게 재기할 수 있을까. 아니면 M&A를 통해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며 제2의 창업에 나설까. 우여곡절 끝에 사업유지를 선언하며 되살아나고 있는 푸르밀의 향후 행보에 업계의 이목이 계속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토요경제 / 조은미 기자 amy1122@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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