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주택 사업권 민간에 전면 개방...'LH 장기 독점구조' 깨진다
국토부, LH혁신방안 중 하나로 공공주택 시행권 민간 참여 허용
LH 전관카르텔 차단 위한 관리감독도 강화...관련법 개정 추진
정부 "건설시장 안정 도모 효과" 기대...업계 "일단 환영 분위기"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 2023-12-12 15:06:07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사실상 독점해온 공공주택 사업권이 민간에도 전면 개방된다. 공공주택시장의 완전경쟁체제가 도입된 것이다.
정부가 공공주택 공급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LH의 권한과 역할을 축소하겠다는 것으로, 실상은 독점적 폐해로 인한 품질 저하와 LH의 고질적인 전관예우, 즉 '건설카르텔'을 정조준한 것이다.
정부는 특히 전관 카르텔 해소를 위해 LH 퇴직자가 취업한 전관 업체의 공공주택사업 입찰을 제한하고, 철근 누락 등 안전항목 위반 시 LH수주를 배제하는 '원스트라이크아웃' 제도를 도입키로했다.
LH는 2021년 3월 내부 직원 땅 투기 사태 이후 두차례에 걸쳐 자체 혁신안을 추진했지만 근본적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 채 이번 정부의 공동주택 혁신안에 의해 공공주택사업의 독점적 지위를 잃고 말았다.
이처럼 공공주택사업의 문호가 민간업체에 전면 개방됨에 따라 향후 LH의 시장지배력 약화와 함께 '래미안', '힐스테이트', '자이' 등의 민간 브랜드의 공공주택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 LH와 민간, 완전 경쟁시스템 재편...전관카르텔 혁파
국토교통부는 12일 LH가 주도하는 공공주택 개발 사업을 민간에까지 전면 개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LH 혁신방안 및 건설카르텔 혁파 방안'을 발표했다.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와 '철근 누락' 사태 등 LH가 건설한 공공주택 부실 시공의 근본 원인이 LH의 독점적 구조에서 비롯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김오진 국토부 1차관은 "지금껏 독점적 지위에 있던 LH가 품질과 가격 경쟁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할 경우에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도태되도록 해 자체 혁신을 끌어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이에 따라 그간 공공주택 공급이 LH 단독 시행 또는 LH와 민간 건설사의 공동 시행으로 이뤄진 LH 중심의 공공주택 공급 구조를 LH와 민간, 완전 경쟁 시스템으로 재편키로 했다. 이를 위해 관련법 개정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
LH와 공동 시행 방식이 아니면 공공 주택사업 참여가 불가능했던 '민간 건설사들이 앞으로는 LH처럼 단독 시행이 가능해진 것이다. LH로선 공공주택 독점 공급자 지위가 박탈된 셈이다.
공공주택사업은 그동안 LH의 독보적인 영역이었다.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라 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경기주택도시공사(GH) 등 지방공사만이 사업자가 될 수 있지만, LH의 시장지배력이 절대적이었다.
실제 LH의 공공주택 공급량의 무려 72%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SH, GH 등 지방공사의 몫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설계·시공·감리 등 LH의 발주 규모는 연간 10조원에 달하며, LH 출신들이 하도급을 거의 독식하는 '건설카르텔'이 형성됐다는 지적이다.
국토부가 이날 발표한 혁신안에서 전관 카르텔 해소 방안을 명확히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앞으로 LH 전관 업체의 공공주택사업 관련 입찰을 제한하고, LH 퇴직자의 취업 심사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 감리, 설계, 시공 등 건설카르텔 혁파 위한 대응책 마련
이에 따라 취업 심사 대상자를 2급 이상(퇴직자의 30% 수준)에서 3급 이상(퇴직자의 50% 수준)으로 확대하고, 고위 전관이 취업한 업체의 LH 입찰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기관업무기준 취업심사 대상을 1급 이상 퇴직자에서 2급 이상 퇴직자로 변경키로 했다.
LH 퇴직자 취업 심사 대상 기업·기관도 설계·감리업 수행 가능 업체(3100여개) 및 매출액 10억 이상 모든 업체(1300여개) 등으로 확대 적용키로 했다. 취업 심사 대상 기업이 현재 200여개에서 4400여개로 22배 늘어난 셈이다.
정부는 이와함께 철근 누락과 같은 안전 항목을 위반할 시엔 일정기간 LH 수주를 제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한다. 또 건설 카르텔이 부실 시공으로 인해 대형 사고를 초래했다는 판단에 따라 건설 현장에서의 감독 체계도 강화할 방침이다.
정부는 감리, 설계, 시공 등의 건설카르텔 혁파를 위한 대책도 내놨다. 2018∼2022년 5년간 LH 설계·감리용역 수주 규모 상위 10개사 중 1개사를 빼고 모두 LH 전직 직원이 취업한 전관 업체였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우선 감리의 경우 허가권자인 지방자치단체가 감리를 선정하는 건축물을 현행 주택에서 다중이용 건축물로 확대한다. 또한 전문 분야 경력이나 무사고 이력 등을 보유한 감리원을 '국가인증 감리자'로 선정, 고층·대형 공사 등의 책임 감리로 우대하고 감리업무 전담 전문법인을 도입해 감리 전문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설계 분야는 명확한 설계 책임을 부여하고 검증 체계를 강화키로 했다. 이를 위해 ▲구조기술사 등 전문가의 구조 도면 작성 ▲민간 공사까지 건설사의 설계검토 의무 확대 ▲설계 변경 시 구조 전문가 검토 진행 등을 추진키로 했다.
시공 부문도 감독체계를 대폭 강화하기로 하고 철근 배근, 콘크리트 타설 등 주요 공정에 대한 국토안전원 등의 현장 점검 후 후속 공정 진행, 골재 이력 관리 시스템 구축, 숙련 기능인 배치 등을 모색키로 했다.
건설업계는 정부의 이번 혁신안을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향후 분양가 압박 등 부담 요인이 존재하지만, 공공택지를 불하받을 기회가 생긴다는 것만으로도 기대해볼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향후 5년간 270만호의 공공주택 공급계획을 마련, 중장기적으로 큰 기회의 장이 열린 점도 주목할만하다.
◇ 건설시장 분위기 전환점 기대...분양가압박 등은 변수
게다가 공공주택사업은 기본적으로 민간 사업에 비해 매릿이 적지않다. 우선 공공주택사업은 주택기금을 저리로 지원받을 수 있다. 미분양 발생시엔 정부가 LH를 통해 환매를 해줄 가능성이 높아 분양리스크가 없다. 택지 매각가격도 감정가 이하로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김오진 차관은 이와관련, "최근 침체된 건설시장 여건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민간 업체들이 주택기금지원 등 인센티브를 통해 안정적인 사업 추진이 가능한 공공주택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건설시장 안정을 도모하는 부수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들어 LH사태 여파로 공급주택 인허가 물량이 크게 줄고 예산마저 축소 편성돼 건설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공공주택 사업권 개방이 분위기 전환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올들어 지난 9월까지 공공부문 주택건설 인허가물량은 9584가구로 전년동기 대비 43% 가량 감소했다.
그러나 공공주택시장의 개발이 정부압박에도 불구, 결국엔 분양가를 상승시켜 공공주택 특유의 가격적 매릿이 줄어드는 계기가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이에 대해 LH와 같은 분양가 상한제와 특정 기준을 마련하고, 특히 분양가를 낮게 제시하는 민간 사업자에 우선 공공택지를 공급하는 등 다양한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지만, 완전 경쟁체제로 바뀐 시장에서 얼마나 효과를 볼 지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원자잿값, 인건비, 금융비 등의 상승으로 주택사업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어 건설업체들이 잔뜩 움추려든 상태지만, 공공주택사업 특유의 매릿이 큰 만큼 이번 조치는 향후 건설시장의 재도약을 이끄는 마중물이자 촉매제 역할은 충분히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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