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수주전에서 입증된 ‘K-방산’ 기술력…1000조 美 함정 시장 공략

미국, HD현대·한화·삼성 조선사에 전투함·급유함 정보요청…마스가 기대감
미 해군, 2054년까지 신규 함정 364척 소요…중국 견제에 한국 역할 필요
李대통령도 나토 정상회의 참석 계기로 방산 외교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 2026-07-08 15:05:19

▲ 한화오션, 장보고 III Batch-2 잠수함/사진=한화오션

 

잠수함 건조 강국 독일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K-방산’이 1000조원대 미국 함정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의 벽에 막혀 캐나다 초계 잠수함 수주에는 실패했지만,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를 기반으로 미국 해군력 재건 수요를 공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8일 방산·조선업계에 따르면 미 국방부와 해군은 최근 전투함과 급유함 분야 정보요청서(RFI)를 국내 조선사들에 보냈다. 마스가 논의가 본격화한 이후 미국 측이 국내 조선업계에 함정 건조 역량을 구체적으로 문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지난달 각 사의 전투함 설계·건조 역량을 미 국방부에 전달했다. 미 해군의 중형급 급유함 RFI에는 두 회사에 삼성중공업까지 더해 국내 조선 3사가 회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RFI 단계인 만큼 곧바로 사업화가 진행된다고 보기는 이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미국이 한국 조선사의 함정 건조 능력과 사업 실현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단순한 양해각서(MOU)나 협력 구상 차원을 넘어 전투함과 급유함 등 구체적인 함종을 놓고 실무 검토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 RFI는 지난달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미국 군함 10척을 빠르게 건조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던 데 따른 후속 조치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상 차원의 메시지 이후 미 국방부와 해군이 실무 검토에 착수한 흐름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함정시장은 규모 면에서 압도적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2024년 말 기준 296척 수준인 함정을 2054년까지 381척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향후 30년간 총 364척, 연평균 12척가량의 신규 함정이 필요한 셈이다. 신규 함정 조달 예산은 2054년까지 총 1조7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이 해군력 확충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중국의 급격한 해군력 증강이 있다. 중국 해군은 세계 최대 규모인 370여척의 함정과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으며, 2030년에는 435척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미 해군은 2024년 말 기준 296척 수준이다. 미국으로서는 중국 견제를 위해 조선 역량을 갖춘 우방국과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 지점에서 한국 조선업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된다. 캐나다 CPSP에서는 독일 TKMS에 밀렸지만, 미국 시장에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지정학적 요인과 한미 동맹이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미국 함정시장 진입에는 여전히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 현재 미국 함정의 해외 조선소 건조는 반스-톨레프슨 수정법에 따라 사실상 제한돼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조선사가 당장 한국 조선소에서 미 군함을 직접 건조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 내 조선소 인수·투자, 공동 건조, 블록 제작, 유지·보수·정비(MRO) 협력 등 우회적 방식이 먼저 추진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RFI는 국내 조선사의 건조 능력과 실현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절차로 볼 수 있다”며 “미국 내부 법규가 풀려야 한다는 전제는 남아 있지만, 말로만 오가던 협력 논의가 실무 검토 단계로 넘어갔다는 점에서 진전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캐나다 수주전에서 보여준 K-방산의 기술 경쟁력은 이제 미국 함정시장에서 새로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나토의 벽을 넘지 못한 아쉬움을 딛고, 한미 동맹과 조선 경쟁력을 앞세워 세계 최대 함정시장 진입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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