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넘어 GPU '사용계약' 금융으로…한국투자증권, 베슬AI와 구조화 시동

9월 두 차례 설명회 이어 네오클라우드 사업자와 MOU…GPU 금융 국내 적용 구체화
베슬AI 7000장→내년 5만장 목표…투자규모·금융구조 확정은 다음 단계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 2026-10-16 16:56:36

▲(사진 왼쪽부터) 임은천 베슬AI CFO와 안재만 대표, 방창진 한국투자증권 PF그룹장과 안성진 프로젝트금융담당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이 그래픽처리장치(GPU) 파이낸싱을 시장 설명 단계에서 실제 사업자와의 협력 단계로 옮기고 있다. 

 

핵심은 고가의 GPU 자체보다 GPU 사용계약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금융구조에 담는 것이다. 다만 이번 협약에는 투자 규모와 조달 구조가 확정되지 않아 실제 금융주선 실적으로 이어질지는 후속 프로젝트가 관건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대표 김성환)은 네오클라우드 기업 베슬AI와 GPU 인프라 구축·확충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구조화금융을 통한 자금조달을 맡고 베슬AI는 GPU 클라우드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 실행을 담당하는 구조다.
 

이번 협약은 단발성 AI 사업 제휴와는 흐름이 다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18일 기관투자가와 건설사, 자산운용사, AI 인프라 운영사 등을 대상으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GPU 파이낸싱 설명회를 열었다. 1차 행사에 업계 관계자 230여명이 참석하자 같은 달 30일 두 번째 설명회까지 열었다. 


당시 한국투자증권이 제시한 GPU 파이낸싱의 중심에는 GPU 사용계약이 있었다. GPU를 빌려 쓰는 고객과 맺은 계약에서 앞으로 들어올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GPU 구입 등 인프라 투자에 투입하는 방식이다. 회사는 기관전용 사모펀드(PEF)를 활용한 자금조달 방안까지 국내 적용 모델로 검토해왔다. 


전통적인 부동산 PF와 차이가 나는 지점도 여기다. 토지와 건물을 기반으로 사업성을 따지는 부동산 개발금융과 달리 GPU는 기술 세대교체가 빠른 장비다. 장비 가치만큼 이를 실제로 사용할 고객과 계약기간, 가동률, 계약에서 만들어지는 현금흐름이 금융구조의 안정성을 좌우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런 방식의 대규모 자금조달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상장 AI 인프라 사업자 아이렌(IREN)은 지난 5월 GPU와 관련 자산, 고객계약 현금흐름 등을 기초로 약 36억4500만달러 규모의 선순위 담보 금융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해당 자금은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계약을 수행하기 위한 GPU와 관련 인프라 구입비 일부에 사용된다. 다만 이는 해외 사례로, 한국투자증권과 베슬AI가 동일한 구조를 적용하기로 결정한 것은 아니다. 


베슬AI의 확장 계획을 보면 자금조달 필요성은 커질 가능성이 있다. 베슬AI는 지난 8월 기준 약 7000장의 GPU를 운영하고 있으며 연말 1만장, 내년 5만장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내년 목표는 8월 운영 규모의 7배가 넘는다. 같은 시점 회사가 밝힌 계약액은 약 1300억원이며 연말에는 2500억~3000억원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GPU 수만으로 필요한 자금 규모를 계산할 수는 없다. GPU 종류마다 가격이 다르고 회사가 직접 장비를 보유하는지, 외부 사업자의 GPU를 연결하는지에 따라서도 투자액은 크게 달라진다. 베슬AI 역시 자체 데이터센터만으로 GPU를 확보하는 구조가 아니라 여러 인프라 공급자를 연결하는 사업모델을 병행하고 있다. 
 

이번 MOU에서도 구체적인 투자금액과 대출·PEF 비중, 담보 범위, 상환 기간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베슬AI의 GPU 확대 계획 전체를 한국투자증권이 조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투자증권 입장에서는 MOU 이후 실제 금융구조를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하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GPU 금융의 국내 적용 방안을 금융회사와 기관투자가에게 설명하는 단계였다면 이번에는 실제 GPU 클라우드 운영사를 협력 대상으로 확보했다.
 

향후 확인할 숫자도 MOU 건수보다는 첫 프로젝트의 규모와 구조다. 장기 GPU 사용계약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어느 정도까지 금융조달 재원으로 인정할지, PEF와 대출을 어떻게 결합할지, 빠르게 가치가 떨어질 수 있는 GPU 장비의 잔존가치를 어떻게 평가할지가 정해져야 한국투자증권의 GPU 파이낸싱이 새로운 구조화금융 사업으로 자리 잡았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토요경제 /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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