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앞둔 정진완 우리은행장, ‘기업금융 전문가’ 간판 흔들…중기 8.5조 줄고 대기업 8.8조 늘어
취임 직전 124.4조 중기대출 115.9조로…기업대출 총액은 제자리
기업 고정이하여신 30% 증가·NPL 커버리지 132.9%…상반기 순익 11.9% 감소
우리금융은 ‘지방·중소기업 지원 확대’…연임 심사서 자금배분 검증해야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 2026-09-28 14:58:53
정진완 우리은행장의 연임 심사에서는 ‘기업금융 전문가’라는 선임 명분부터 다시 검증할 필요가 있다. 취임 이후 중소기업 대출은 약 8조5000억원 줄고 대기업 대출은 약 8조8000억원 늘었다. 중소기업금융을 직접 이끌었던 경력을 감안하면 자금배분 변화와 건전성 관리 성과는 연임 판단에서 짚어야 할 핵심 대목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 행장의 임기는 오는 12월31일 끝난다. 우리금융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2024년 11월 정 행장을 차기 은행장 후보로 추천하면서 “기업금융 중심 영업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정 행장은 중소기업고객부장과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거쳤고, 부행장 시절 중소기업 채널인 비즈프라임센터 신설에도 관여했다.
취임 후 숫자는 선임 당시의 기대와 적지 않은 간극을 보인다.
우리은행의 원화 기업대출은 정 행장 취임 직전인 2024년 말 154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48조2000억원으로 줄었다가 올해 6월 말 154조3000억원으로 회복했다. 1년 반 동안 전체 기업대출은 사실상 제자리다.
내부 구성은 크게 달라졌다. 중소기업 대출은 2024년 말 124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16조2000억원, 올해 6월 말 115조9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취임 직전보다 약 8조5000억원, 6.8% 줄었다.
반대로 대기업 대출은 같은 기간 29조6000억원에서 32조1000억원, 38조4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약 8조8000억원, 30% 가까이 늘었다. 기업대출 총량은 거의 그대로인데 중소기업 대출이 줄어든 만큼 대기업 대출이 늘어난 셈이다.
올해 들어서도 방향은 같다. 6월 말 원화 기업대출은 지난해 말보다 4.1% 증가했는데 대기업 대출 증가율은 19.8%에 달했다. 기업금융 확대의 무게중심이 대기업 쪽으로 이동했다는 의미다.
대기업 대출 확대 자체를 문제로 볼 수는 없다. 우리은행은 위험가중자산을 관리하면서 부동산·임대업 여신을 줄이고 제조업과 반도체·방산·바이오 등 첨단산업으로 자금을 옮기는 포트폴리오 재편이라고 설명한다. 지난해 기업대출이 약 6조원 감소한 배경에도 보험사 편입에 따른 자본관리와 업종 리밸런싱이 있었다.
이 전략은 정부가 추진하는 ‘생산적 금융’과도 일정 부분 맞닿아 있다. 부동산 등에 몰린 자금을 첨단전략산업과 실물경제로 돌리겠다는 것이 정책의 큰 방향이다. 우리금융도 상반기 생산적 금융 목표의 82.5%를 집행했고, 우리은행은 2분기 생산적 금융 중심으로 기업자산을 확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금의 이동만큼 중요한 것은 자산의 질이다.
올해 6월 말 우리은행 전체 기업여신은 192조4506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9%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업 고정이하여신은 7848억원에서 1조206억원으로 30.0% 늘었다. 정상적인 이자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기업 무수익여신도 5589억원에서 9054억원으로 62.0% 증가했다.
손실 흡수 여력을 보여주는 NPL 커버리지비율도 지난해 말 172.6%에서 올해 6월 말 132.9%로 떨어졌다. 담보비중과 충당금 산정방식 등에 따라 해석에 차이는 있지만 기업금융 확대 과정에서 늘어난 위험을 얼마나 통제했는지는 연임 심사에서 따져볼 부분이다.
수익성도 부담으로 남는다. 우리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1조373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1.9% 감소했다. 반면 우리금융 전체 순이익은 1조6090억원으로 3.7% 늘었다. 보험 등 비은행 부문의 기여가 커지면서 그룹과 핵심 자회사인 은행의 실적 방향이 엇갈렸다.
다만 2분기 우리은행 순이익은 8421억원으로 1분기보다 58% 이상 늘어 반등했다. 포트폴리오 조정과 비용 관리의 효과가 하반기까지 이어질지는 지켜볼 부분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우리금융이 최근 다시 중소기업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금융은 지난 17일 올해 생산적 금융 목표를 116.3% 달성했다고 밝히면서 앞으로 지방·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자금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도 지방과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으로 지원 범위를 넓힐 것을 주문했다.
그룹이 앞으로 가겠다는 방향과 지난 1년 반 우리은행의 자금배분 사이에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생겼다. 부동산·임대업에서 줄인 자금 가운데 얼마가 대기업을 넘어 중소·혁신기업과 첨단산업으로 이동했는지를 보여줘야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이라는 설명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결국 연임 심사의 쟁점은 중소기업 대출 감소 자체가 아니다. 어디에서 자금을 빼 어디에 공급했고, 그 결과 수익성과 건전성이 얼마나 개선됐는지가 중요하다.
정 행장은 중소기업고객부장과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거쳐 행장에 오른 인물이다. 우리금융도 그를 선택하면서 기업금융 역량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재임 기간 중 중소기업 대출은 8조원 넘게 감소한 반면 대기업 대출은 비슷한 규모로 늘었고 기업 부실지표와 상반기 순이익도 부담으로 남았다.
중소기업금융을 직접 맡았던 행장이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이번 연임 심사에서 ‘기업금융 전문가’라는 선임 당시의 간판을 다시 숫자로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토요경제 /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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