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 '5년전 전기요금' 적용하는 엉터리 가전제품 '효율등급'

쿠쿠·쿠첸, 법 규정에 따라 소비자에게 고시 …관리당국에 책임 넘겨
에너지공단, "개선방안 마련 중 이지만 수일 내 정정되기는 어려워"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 2023-06-07 14:56:48

▲ 쿠쿠전자의 전기밥솥에 표시된 '연간에너지비용'은 5년전 전기요금이다 <사진=양지욱 기자>

 

전기세를 절약하겠다고 ‘에너지소비효율등급’을 비교해 보면서 가전제품을 골랐던 경험이 한 두 번씩 있을 텐데 다 헛수고 한 거다.

시중에 판매되는 전기밥솥, 냉장고 등 가전제품에 고시된 ‘연간 에너지비용’이 5년 전 전기요금이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이 꾸준히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동안 한국에너지공단에서는 ‘에너지소비효율등급’ 라벨에 있는 ‘연간 에너지비용’을 2018년 4월 기준으로 현재까지 고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에너지비용은 해당 가전기기를 1년간 사용했을 때 나오는 평균 전기요금이다. 
관리당국과 가전제조업체에서는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시정 조치없이 제품에 고시해 소비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가전제품 제조업체에서는 법 규정에 따라 소비자에게 고시했으니 당사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에너지공단에서는 이 점을 인지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개정된 기준으로 제품에 사용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5년 전 전기요금으로 계산하는 ‘연간 에너지 비용’

에너지공단은 2010년부터 에너지 제품의 효율향상과 고효율제품의 보급 확대를 촉진하고 소비자들이 에너지절약 제품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효율관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33개 가전제품에 대해 ‘에너지효율등급 표시’가 의무화 되어 있으며 공단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제품 모델에 따라 에너지소비효율등급 세부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제품에 붙어있는 효율등급라벨에는 에너지효율등급, 소비전력량, 이산화탄소 배출효과, 연간 에너지비용, 제품용량 및 모델명 등이 표시돼 있어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는데 중요 정보로 활용된다.

문제는 소비자에게 알려주는 ‘연간에너지 비용’ 정보가 2018년 4월 기준 kWh당 160원으로 계산돼 있어 실생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정보라는 거다.

에너지공단 효율기술팀 팀장은 지난 2일 토요경제와 전화통화에서 “전기료가 매년 변동되다 보니 에너지효율등급 표시 방법을 다른 형식으로 공표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라고 밝혔다.

5년 전 요금을 계속 사용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160원 기준 요금은 바뀌어야 되는 게 맞다”라며 “kWh당 170원 후반이나 180원 초반으로 예상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kWh당 180원은 한국전력에서 발표한 4인 평균가족 월 사용량 306kWh를 기준으로 계산했다며, 연간 에너지비용 8만~9만원정도의 냉장고는 1만~1.5만원 정도 오른다고 예상하면 된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올해 5월까지 kWh당 40.4원 올랐다. 올해 5월 16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전기요금은 kWh당 214.6원이다.

인상분을 토대로 단순계산하면 개정된 연간 에너지효율 계산은 kWh당 187~200원 정도로 해야 하며, 냉장고(873L, 1등급) 연간 에너지비용(8만1천원)은 지금보다 1만3천원~1만9천원 더 많이 나오는게 맞다.


2010년 검사기준으로 계산하는 전기밥솥 ‘연간에너지 비용’

전기밥솥의 ‘연간 에너지비용’ 계산법은 더 심각하다.

전기밥솥은 취사시간, 취사횟수, 보온시간에 따라 크게 달라지지만, 현재 사용하고 있는 검사기준은 전기밥솥 측정 최초 연도인 2010년 기준과 변한 게 없다.

현재 전기밥솥의 소비효율 측정기준은 월 취사횟수 36.5회, 취사시간 29분~40분(취사방법에 따라 차이남), 보온시간은 일일 6시간이다.

 

이런 조건을 기준으로 10인용 IH전기밥솥 연간 소비전력량은 168kWh, 6인용은 116kWh 정도 된다.


이를 단순계산하고 싶어도 측정 기준이 너무 달라 계산이 쉽지 않다.

먼저 월 밥 짓는 횟수가 36.5회라는 것은 하루에 밥을 두 번 지을 때도 있다는 뜻인데, 맞벌이 부부가 많은 요즘 시대에 하루에 두 번 이상 밥을 하거나 보온시간을 6시간만 유지하는 가정이 얼마나 될까 다.

최근 방송된 5월 17일 SBS 뉴스의 ‘친절한 경제’보도에 따르면 전기밥솥을 평균적으로 하루에 9시간 정도를 쓰면서 연간 791kWh 정도의 전력을 소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연간 에너지비용은 12만6560원(월 1만500원) 정도 된다. 현재 고시된 1만9000원~3만1000원보다 4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전기밥솥 제조사인 ‘쿠쿠’와 ‘쿠첸’에서는 에너지공단의 지침에 따라 소비자에게 고시하고 있는 거라며 에너지공단에 책임을 넘겼다. 

▲ 한국에너지공단 

 

소비자만 우롱하는 쓸모없는 ‘연간에너지비용’ 정보

대형 가전 제조업체인 삼성전자도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따라 진행한다며 제조사가 관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밝혔다.

제조업체가 에너지소비효율등급을 받기위해서는 ‘효율관리 기자재 신고확인서’를 발급 받아야 한다.

제조업체는 공단에서 지정한 몇 개의 ‘효율관리 시험기관’ 중 1곳을 선택해 ‘제품 에너지 효율 시험’을 의뢰한 후 나온 제품효율 성적서(결과지)를 공단에 신고하고, 공단은 그 내용을 토대로 에너지소비효율등급을 정하고 등록한다.

그러나 해당 신고확인서에는 ‘기재된 제품사양 및 효율 등의 내용은 신고업체(제조업체)의 책임하에 기재된 사항’이라고 되어 있다. 즉 효율관리기자재 신고확인서 내용은 제조업체 책임에 있다는 것이다.

‘정보’는 실제로 필요할 때 도움이 되는 자료 또는 가치 있는 지식을 말한다. 가전제품 라벨로 고시하는 ‘연간 에너지비용’ 정보는 소비자에게 매우 중요한 정보다.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정보인 줄 알면서도 제품에 고시하는 제조업체가 에너지공단이나 시험기관에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며, ESG 사회적 책임과도 동떨어진 것이다.

‘연간 에너지비용’을 실제보다 적게 고시함으로써 이득을 얻는 곳은 제조업체며, ‘절전형 제품’이라며 홍보하는 제조업체가 소비자를 기만하는 곳이다.

결국 손해는 소비자 몫으로 남게 됐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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