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기술 자체가 자원이다

"원천 기술 못 지키면 신정부의‘초격차’비전은 그저 공염불"

장학진 기자

wwrjang@sateconomy.co.kr | 2022-06-09 14:56:51

<장학진 토요경제 신문 에디터 겸 부사장>

 

'국가핵심기술과 방위산업기술' 등 고부가가치 기술 자원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 이러다간 대한민국의 글로벌 국가 경쟁력은 바닥으로 고꾸라질 형편이다. 최근 밝혀진 삼성전자 자회사의 반도체 핵심기술 중국 유출이나 대우조선해양의 최신예 3000t급(장보고-3급) 잠수함 기술 대만 유출 등은 사실 시작에 불과하다.


2016년부터 올해 3월까지 국가 핵심기술 43건을 포함, 총 126건이 해외로 흘러나갔다. 기업·기관 규모별로는 중소기업 74건, 대기업 42건, 대학·연구소 10건 등이다. 곳곳의 보안망이 뚫린 셈이다. 분야도 반도체, 전기·전자, 디스플레이, 자동차, 조선 등 우리의 핵심 역량이 담긴 산업 전반에 걸쳐 있다. 

이런 기술유출 사태는 범죄자의 도덕 불감증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솜방망이 처벌이나 관련 법 체계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14~2020년까지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관련 법원의 판결 결과를 보면, 관련 범죄자가 실형을 받은 경우는 6.4%에 불과하다.

이 같은 판결 배경은 범죄 입증의 어려움도 한몫한다. 해외 기술유출 범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수사당국이 기술유출과 관련해 ‘외국에서 사용되게 할 목적’을 규명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입증이 어려우니, 처벌로 이어지기도 어렵다.

다행히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한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홍정민 의원은 7일 ‘산업스파이 처벌법안’ 관련 두 건을 대표 발의했다. 핵심은 범죄행위 입증 요건을 낮춰 쉽게 산업스파이를 잡고, 공소시효도 최대 15년까지 늘리자는 것이다.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기술 보유자에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즉 범죄자의 고의성 관련 문구도 삭제했다. 또 손해 기업 등도 고의성을 입증하지 않아도 된다. 늦었지만 관련 법안을 반기는 이유다.

대한민국은 자원빈국이다. 오일 같은 천혜의 자원이 없다. 하지만 21세기엔 이런 자원 논쟁은 글로벌 국가경쟁력에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 사람 즉 기술이 자원이기 때문이다. 이번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바라는 이유다. 이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국무회의에서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분야 등을 경제안보 측면에서 핵심 국정과제로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고 했다. ‘초격차’를 통해 글로벌 리더로 나서겠다는 발상인데 사실 자원과 같은 원천 기술이 줄줄이 해외로 빠져나간다면 ‘초격차’ 비전은 그저 공염불일 수밖에 없다.

이번 법안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국회의 빠른 입법을 구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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