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특허갑질' 퀄컴, 1조 과징금 확정..."명분·실리 다 잃었다"
대법원, 퀄컴의 공정위 소송 기각..."공정위 1조부과, 적법"
역대 최대규모 과징금 기록...SEP 이용한 '슈퍼갑질'에 제동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 2023-04-13 14:54:36
미국의 반도체 및 통신장비업체 퀄컴의 '슈퍼갑질'에 대해 결국 대한민국의 대법원이 철퇴를 내렸다.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 국내 업체에 부당한 거래를 강요한 퀄컴에 1조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2016년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에 반발, 지리한 법적 공방을 벌여왔던 퀄컴이 최종심에서 확정 패소함에 따라 퀄컴은 이 부문에서 역대 최대 과징금을 내는 불명예를 안게됐다.
공정위가 단일 사안에 대해 1조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공정위 출범 이래 지금까지 유일무이한 기록이다.
특히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불공정 거래 관행에 대한 과징금 부과가 적법하다는게 대법원의 판결로 확정됨에 따라 장차 표준필수특허(SEP) 무기로한 시장지배적 사업자들의 이른바 '슈퍼 갑질'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 공정위, 8년8개월만의 공방 끝에 최종 승소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은 13일 퀄컴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과징금 부과 시정명령 취소 청구 소송에서 공정위의 처분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6년 12월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고 불공정거래를 했다는 이유로 퀄컴에 1조300억원대의 천문학적 과징금을 부과한 공정위의 결정이 6년3개월여만에 적법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공정위가 2014년 8월 퀄컴의 독과점 남용 혐의를 인지 조사에 본격 착수한 것을 기준으로하면 약 8년 8개월에 이르는 대장정 끝에 승소한 셈이다.
당시 공정위는 퀄컴에 대한 과징금 부과와 함께 퀄컴이 보유한 SEP를 차별없이 칩셋 제조사에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의 시정명령도 내렸고, 퀄컴이 이에 반발, 소송을 제기하며 오랜기간 법정다툼을 벌여왔다.
공정위는 퀄컴이 통신용 모뎀 칩셋을 공급하면서 특허권에 기반한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 삼성전자 등 국내 휴대전화 제조사들에 부당한 거래를 강요했다고 판단, 전속고발권을 사용해 1조31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법원의 판단은 공정위와 맥을 같이했다. 1심인 고등법원에 이어 대법원마저 퀄컴의 '특허 갑질'의 부당성을 인정한 것이다. 공정거래 관련 소송은 2심제로 진행되는데 1심인 서울고법은 공정위 시행 명령 중 일부를 취소했지만, 과징금 부과는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역시 최종 판결문에서 ""SEP 라이선스 시장 및 이 사건 표준별 모뎀칩 셋 시장에서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경쟁 모뎀칩셋 제조사 및 휴대전화 제조사의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한 행위로 인정된다"고 못을 박았다.
■ 공정의는 '환영'...시장지배사업자 슈퍼갑질 제재 강화
그간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처분 및 시정명령 10개중 4개는 취소해야한다며 행정소송으로 버텨왔던 퀄컴은 실리도 잃고 명분도 잃은 꼴이 됐다.
퀄컴은 앞서 2009년에도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에 대해 273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적이 있다.
대법원 이날 최종 판결에 대해 공정위는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공정위는 이날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대법원이 공정위와 퀄컴 양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해 최종적으로 공정위 과징금 처분은 적법하다는 판단을 받게 됐다"며 그 자체로서 큰 의미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비록 라이선스 계약 내용 자체에 대한 위법성은 인정받지 못했으나, 시장지배사업자가 'FRAND' 의무를 인지하면서도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확장하기 위해 반경쟁적 사업 구조를 구축, 경쟁을 제한하고 시장 구조를 독점화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FRAND의무란 SEP 보유자가 특허 이용자에게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조건으로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퀄컴 사태를 계기로 독과점 기업의 부당거래와 불공정 관행에 대한 공정위의 제재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는 이와관련, "향후 판결 취지를 반영해 시정명령 이행을 철저히 점검하고 표준필수특허 남용 등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해 보다 엄정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천명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퀄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SEP를 배타적 수혜자로 하는 폐쇄적인 생태계가 산업참여자라면 누구든 자신이 이룬 혁신의 인센티브를 누릴 수 있는 개방적인 생태계로 전환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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