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연내 법인 가상자산 참여 긍정적”…시장 개방 가이드라인 논의

상장사·전문투자자 법인 거래 시범 허용 추진
업계 “기관자금 유입 전 독립 수탁·책임체계 갖춰야”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 2026-07-23 14:54:48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법인시장 개방과 안전한 디지털자산 생태계 구축을 위한 학술 컨퍼런스'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연내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 확대 가능성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법인 거래를 위한 가이드라인도 관계기관과 논의 중이다. 업계에서는 법인과 기관 자금이 본격적으로 유입되면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성숙 단계로 넘어갈 수 있지만, 독립적인 수탁과 감시·책임 체계를 먼저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법인시장 개방과 안전한 디지털자산 생태계 구축을 위한 학술 콘퍼런스’에서는 가상자산 법인시장 개방의 일정과 제도적 안전장치를 둘러싼 논의가 진행됐다.

행사는 더불어민주당 김현정·안도걸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핀테크산업협회와 디지털금융범죄대응연구소, 가상자산 수탁업체 비댁스가 공동 주관했다.

안 의원은 “법인의 시장 참여는 유동성을 확대하고 가격 발견 기능을 높이는 동시에 디지털자산 시장의 안전성과 신뢰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위원회가 법인의 단계적 시장 참여 로드맵을 발표한 이후 후속 조치가 충분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정부가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조속한 추진 의지를 밝힌 만큼 국회에서도 입법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법인시장 개방이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구조를 개인투자자 중심에서 기관투자자 중심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류홍열 비댁스 대표는 법인의 재무자산과 기관자금이 유입되면 가상자산 시장이 성숙기로 진입하는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법인 자금이 안정적으로 유입되기 위해서는 거래와 자산 보관을 분리하는 독립적인 수탁 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류 대표는 “FTX와 마운트곡스 등 해외 실패 사례는 거래 주체와 보관 주체가 분리되지 않은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며 “독립적인 보관 인프라가 마련되지 않으면 법인과 기관 자금이 시장에 들어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가상자산 과세 시행을 앞두고 거래 기록과 자산 보관, 평가 체계를 포함한 인프라 구축이 더욱 시급해졌다고 설명했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 과정에서 가상자산 거래소의 수탁업 겸영을 제한하고 법인과 기관에 독립 수탁업체 이용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교보증권도 법인 참여 확대에 앞서 통제 체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신희진 교보증권 이사는 “제도화의 핵심은 무엇을 허용할지보다 어떻게 통제할지를 정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기관투자자는 투자 대상의 적정성뿐 아니라 내부통제와 사고 대응 절차, 손실 발생 시 책임 주체가 분명한지를 확인한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는 설명이다.

신 이사는 법인 참여를 제한적으로 허용한 뒤 통제 장치의 실효성을 점검하면서 시장을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기관투자자 시대는 법인계좌가 열리는 날이 아니라 투자와 보관, 감시, 사고 책임을 누가 맡는지가 명확해지는 날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법인시장 개방을 위한 후속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성진 금융위원회 가상자산과장은 연내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가 본격적으로 허용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과장은 “가이드라인을 논의하고 있다”며 “디지털자산기본법과 연계된 사항이 많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관계기관과도 조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입법 일정에 대해서는 최대한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금융위와 관계기관은 지난해 2월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 로드맵을 발표했다. 로드맵에 따라 지난해 6월부터 일정 요건을 갖춘 비영리법인과 가상자산거래소는 보유 가상자산을 현금화하기 위한 매도 거래를 할 수 있게 됐다.

다음 단계에서는 자본시장법상 전문투자자 가운데 금융회사를 제외한 상장법인과 전문투자자로 등록한 법인 약 3500곳의 가상자산 거래가 시범적으로 허용될 예정이다. 다만 구체적인 시행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금융위는 2단계 시행에 앞서 법인의 거래 목적과 자금 원천에 대한 은행의 확인 절차를 강화하고, 투자 대상과 위험 정보를 보다 상세히 공개하도록 하는 매매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법인시장 개방이 실제 기관투자 확대로 이어질지는 계좌 허용 범위뿐 아니라 수탁업 규율과 자금세탁방지, 회계·공시 기준, 사고 책임 체계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설계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토요경제 /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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