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보다 늦은 제주항공 참사 대응…왜 이재명 정부는 더딘가 (2부)
박근혜 정부는 선사·선장 책임부터 수사…이재명 정부는 국토부·공항시설 책임 얽히며 속도전 실종
최성호 기자
choi@sateconomy.co.kr | 2026-05-17 14:52:34
[토요경제 = 최성호 기자] 제주항공 무안공항 참사를 둘러싸고 정부 대응 속도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정부와 비교해 “왜 이재명 정부에서는 책임 규명과 수사, 후속 조치가 더디게 진행되느냐”는 비판이 정치권과 유가족 사이에서 확산되는 분위기다.
세월호 참사는 2014년 4월 사고 직후부터 선장과 승무원의 퇴선 지시 실패, 청해진해운의 과적과 안전관리 부실 등이 빠르게 드러났다.
이어 검경합동수사본부는 곧바로 선사와 관계자들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고, 선장과 주요 승무원은 사고 초기부터 구속 수사 대상에 올랐다.
정부 책임론은 거셌지만 초기 대응의 중심은 민간 선사와 구조 실패 책임 규명에 맞춰졌다.
반면 제주항공 참사는 사고 발생 이후 수개월이 지나도록 책임 구조가 명확하게 정리되지 못하고 있다.
항공사 책임뿐 아니라 조류 충돌 가능성, 엔진 상태, 조종 판단, 활주로 구조물, 로컬라이저 콘크리트 둔덕, 공항시설 승인과 관리 기준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고에서는 국토교통부 책임 가능성이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둔덕이 사고 피해를 키웠다는 논란이 이어지면서 단순 항공사 과실이 아니라 정부 시설 관리와 감독 문제까지 수사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문제는 조사 주체 역시 국토부 산하 기관이라는 점이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지만, 유가족 측에서는 “국토부 책임 가능성을 국토부 조직이 조사하는 구조 자체가 한계”라고 지적하고 있다.
항공안전 분야 관계자는 “세월호는 선사와 선장이라는 명확한 1차 책임 주체가 있었지만 제주항공 참사는 국가 관리시설과 감독 체계가 정면에 놓여 있다”며 “정부가 스스로를 조사해야 하는 구조가 되면서 대응 속도가 늦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위기 대응 방식 자체가 지나치게 신중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월호 당시 박근혜 정부는 거센 비판 속에서도 검경합동수사본부를 중심으로 강제수사와 책임자 처벌 절차를 빠르게 진행했다.
반면 제주항공 참사에서는 원인 규명과 정책 검토, 시설 책임 분석 등이 장기화되면서 국민 체감상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재난행정 전문가는 “세월호 이후 한국 사회는 책임 규명 속도를 국가 신뢰의 기준처럼 보기 시작했다”며 “지금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은 단순히 사고 원인 때문이 아니라 정부가 얼마나 책임 있게 움직이고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 내부에서는 세월호와 제주항공 참사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세월호는 선장 생존과 선사 운영 자료 확보가 가능했지만, 제주항공은 조종사 사망과 블랙박스 일부 공백, 국제 항공조사 규정 등으로 인해 기술적 조사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 여론은 점점 세월호를 다시 떠올리고 있다.
사고 유형은 다르지만, 국가 안전 시스템 실패와 정부 책임 논란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제주항공 참사는 단순 항공사고를 넘어 “세월호 이후 대한민국은 정말 달라졌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꺼내 들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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