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규모 사절단 대동 베트남 방문..."포스트 차이나' 돌파구 찾나
22~24일 2박3일간 국빈방문...최고권력자 4명과 연쇄회담
지난달 양국 정상회담서 발표한 경제협력 의지 재확인할 듯
기업투자 가속화 따른 '지원사격'...수출 반전 계기 마련 기대
장학진 기자
wwrjang@sateconomy.co.kr | 2023-06-21 14:49:59
프랑스에서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전력 투구한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22일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다. 이번 베트남 방문엔 현 정부 들어 최대 규모인 205명의 경제사절단이 동행한다.
윤 대통령은 2박3일의 베트남 방문 기간 중 보 반 트엉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어 베트남 최고권력자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을 필두로 팜 민 찐 총리, 브엉 딘 후에 국회의장 등과 릴레이회담이 예정돼 있다.
특히 팜 민 찐 총리와는 지난달 히로시마 G7정상회담에 나란히 초청을 받아 한-베트남 정상회담을 가진 지 약 1달만에 재회하는 셈이다. 당시 양국은 첨단산업 전분야로 경제협력을 확대하기로 했고, 이번 회담에서 그 의지를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으로선 이번 국빈방문을 통해 베트남을 움직이며 권력을 나눠갖고 있는 최고지도부 4명, 이른바 '빅4'와 각각 개별회담을 갖는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베트남은 당 서기장을 정점으로 권력서열 1~4위가 국정 전반(당서기장), 외교-국방(주석),행정(총리), 입법(국회의장) 등을 나눠 갖는 독특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지난 3월 베트남의 대내외적 국가 최고대표이자 군 총사령관인 국가주석에 오른 보 반 트엉주석과의 면담도 의미가 작지 않다. 트엉 주석의 등장으로 베트남이 친중 성향이 강한 보수강경파가 권력을 완전 장악했가 때문이다. 대외 개방과 경제성장을 중시하는 친미성향에서 친중으로 방향 튼 것이다.
특히 삼성, 현대차,SK 등 대그룹들이 '차이나 리스크'의 대안으로 베트남에 대한 투자와 시장공략을 가속화하고 있음에도 최근 대 베트남 수출이 급감하고 있어 대규모 사절단을 대동, 국빈방문길에 오른 윤 대통령이 다시 한번 '세일즈 외교'의 성과를 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 제 3위 교역국...우호관계 및 경제협력 증진의 계기
윤 대통령이 이번 베트남 국빈방문에 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사절단을 대동하는 것은 여러가지의 전략적 포석을 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우선 베트남이 우리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날로 높아지는 상황이어서 베트남 주요 권력자들과 정재계 인사들과의 친분을 강화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베트남은 현재 중국, 미국과 함께 우리나라의 3대 교역국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베트남은 한국의 최대 무역 흑자국으로 떠올랐다. 베트남과의 교역으로 324억5000만달러(42조6700억원)의 흑자를 냈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 이후 베트남 수출은 감소세로 돌아섰고 그 폭은 커지는 양상이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 수출이 추락하고 있는 가운데, 베트남마저 수출감소가 지속돼 수출회복과 무역수지 개선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해 대중국 수출액이 4.4% 감소하는 동안 베트남 수출액은 7.5% 늘었는데, 올해는 상황이 사뭇 달라진 것이다. 1~4월 기준 베트남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6.3% 급감했다. 중국 수출감소율(29%)과 비슷한 흐름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이 무역흑자국 1위자리도 베트남에서 미국로 바뀌었다.
대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데다 '포스트 차이나'의 대안으로 급부상하던 베트남 수출에 이상기류가 흐르자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 윤 대통령이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베트남을 국빈방문하는 것은 반전의 계기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윤 대통령의 이번 베트남 방문은 국내기업들이 베트남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는 것에 대한 지원사격의 성격도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경제사절단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상위 대기업집단 총수가 총출동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번 사절단은 대기업 24곳, 중견기업 28곳, 중소기업 138곳, 경제단체 6곳, 협회·조합 6곳, 공기업 3곳 등 총 205곳으로 구성됐다. 업종을 기준으로 해도 반도체, 방산, 조선, 건설, 화장품, 식품,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등 광범위하다. 지난 5월 한-베 정상회담에서 양국간의 협력 분야를 대폭 확대키로한 합의한 데 따른 결과이기도 하다.
■ 경쟁적 투자나선 대그룹들...정재계 스킨십 강화
특히 우리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주요 대그룹들은 이번 윤대통령의 국빈방문의 의미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대그룹들은 최근 베트남의 지배구조 변화로 리스크가 한층 커진 상황에서 이번 양국 정상회담과 정재계간의 미팅을 통해 스킨십을 강화하는 한편 안정적인 투자와 시장 진출의 기반을 다지겠다는 목표다.
주요 그룹들은 베트남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높아져 양국간 우호협력 증진이 향후 사업 확장에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됐다. 현재 주요 그룹은 베트남 진출에 매우 적극적이다. 베트남은 풍부한 노동력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 양국간의 오랜 우호적 분위기 등 '포스트 차이나'의 대안으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진출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삼성만해도 현재 호찌민, 박닌, 타이응우옌 등에서 스마트폰, 네트워크 장비, TV,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을 주력 생산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스마트폰 물량의 50% 이상을 베트남에서 생산하고 있다. 작년말엔 총 2억2천만달러가 투입된 현지 연구개발(R&D)센터까지 문을 열었다.
현대차그룹은 2017년 베트남 탄콩그룹과 생산합작법인 HTMV를, 2021년에는 판매합작법인 HTV를 설립하고 지난해 HTMV 2공장을 준공하며 베트남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베트남은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 이은 동남아 4위의 자동차 생산국이자 판매국이다. 최근 경제성장과 맞물려 빠르게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도요타에 내준 베트남 판매 1위를 되찾아오겠다는 의욕이 넘친다.
SK그룹은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에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2018년 SK㈜ 등이 총 5억달러를 출자, SK동남아투자법인을 설립했다. 올해도 베트남 최대 식음료·유통기업 마산그룹의 유통전문 자회사 빈커머스 지분 16.3%를 매입했으며, 마산그룹의 유통 지주사 크라운엑스에도 투자했다.
LG그룹은 1995년 LG전자가 베트남에 첫 진출한 이후 현재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등 주요계열사들이 베트남 내 7개 생산법인을 포함해 총 12개 법인을 운영 중이다.
작년 생산규모는 120억달러(약 15조원) 수준으로 성장,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약 3%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하이퐁 클러스터는 전자계열 3개사의 핵심 생산 거점으로, 작년 기준 글로벌 세트·부품 생산액의 15%를 차지했다.
■ "공급망과 첨단산업 협력 강화 모멘텀" 기대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가 사드 후폭풍으로 막대한 손실을 보고 발을 뺀 롯데그룹은 식품·외식, 유통·서비스 부문 등 19개 계열사가 베트남에 진출해있다. 롯데쇼핑이 올 하반기 하노이 떠이호 신도시 상업지구에 연면적 10만7천평 규모의 한국형 상업 복합몰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를 연다. 3300억원을 투자, 단일 복합물 단지로는 현지 최대 규모다. 호찌민시에선 총 사업비 9억달러의 복합단지 건설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이 외에도 두산그룹의 두산에너빌리티가 총 7개의 화력발전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베트남에너지연구원 등과 암모니아 혼소 발전소 도입도 추진 중이며, 방산, 친환경 에너지기업들이 협력을 모색하고있다. 특히 노후 군용 헬기 교체 수요가 큰 베트남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국산 다목적 헬기 수리온(KUH-1) 협력을 추진중이며, 한화는 K-9 자주포 등 국내 무기수출을 협의중이다.
비단 대기업뿐만 아니라, 베트남은 중소벤처기업들에게도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는게 중론이다. 베트남이 중국을 대신해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를만한 잠재적 가치가 큰 데다, 1억명의 인구를 바탕으로한 시장성 또한 만만치않다. 이번 윤 대통령의 국빈방문 사절단에 대기업과 중견기업군과는 별개로 중소기업 138곳과 중소기업중앙회가 합류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베트남이 최고권력자 4인방이 모두 친중 성향의 보수강경파로 채워져 주요 정책결정과정에 유연성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되는 등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리스크가 커졌다"면서 "특히 대 베트남수출이 급감하는 주용한 시기에 이루어진 이번 윤대통령의 국빈방문이 베트남과의 공급망 협력 강화와 첨단산업과 에너지·친환경 분야의 협력이 늘어나는 모멘텀이 되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토요경제 / 장학진 기자 wwrjang@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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