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신세계, 중앙일보 공동 인수의 다른 속내…JTBC·티빙이 다음 포석?
신세계, 재무적 투자 내세웠지만 중앙일간지의 정무적·대외적 가치도 주목
CJ, 공동 출자로 투자 부담 분산…JTBC·콘텐츠 자산 확보 가능성
중앙일보 순익 58억원에 5000억원 투자…재무수익만으로 설명 어려워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 2026-10-21 14:48:08
CJ그룹과 신세계가 중앙일보 인수에 손을 잡았지만 투자 목적은 서로 다를 수 있다. 신세계는 재무적 투자(FI)를 내세우지만 중앙일간지가 지닌 정무적·대외적 가치도 무시하기 어렵다. 반면 CJ는 투자 부담을 나누면서 향후 JTBC와 콘텐츠 자산 확보에 나설 여력을 남기는 전략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주목된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와 금융감독원 공시 등에 따르면 CJ그룹(이재현 회장)과 신세계(정유경 회장)는 다우키움그룹이 주도하는 중앙일보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다우기술은 지난 20일 해당 컨소시엄이 중앙일보 제3자배정 유상증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공시했다.
투자 규모는 5000억원 안팎이다. 시장에서는 다우키움 50%, CJ 30%, 신세계 20%의 출자 비율이 거론된다. 이를 적용하면 CJ는 1500억원, 신세계는 1000억원을 부담한다. 다만 최종 출자 비율은 확정되지 않았다.
이번 거래가 주목받는 이유는 중앙일보의 재무상황에 있다.
중앙일보의 지난해 매출은 3210억원, 영업이익은 175억원이었다. 당기순이익은 약 58억6000만원에 그쳤다. 신규 투자금 5000억원은 연간 영업이익의 28.6배에 달한다. 회사에 직접 자금을 투입하는 유상증자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현재 이익 규모만으로 투자금 회수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채무 부담도 상당하다. 올해 1분기 말 차입금과 사채는 4054억원이며 이 가운데 2234억원이 1년 이내 상환 대상이다. 계열사에 제공한 지급보증도 1525억원이다. 신규 투자금 상당 부분이 사업 확대보다 채무 상환과 재무구조 개선에 쓰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신세계는 이번 참여를 ‘재무적 투자(FI)’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앙일보의 수익성과 채무구조를 고려하면 배당이나 지분 매각을 통한 투자금 회수는 불확실한게 현실이다.
오히려 중앙일간지가 갖는 사회적 영향력과 대외적 가치에 주목할 여지가 있다. 기업 평판과 대외 관계에 민감한 유통기업 입장에서 언론사 지분 보유는 재무적 수익 외에도 다양한 의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가 정무적·비재무적 효과까지 고려했을 가능성이 거론되는 배경이다.
CJ의 이해관계는 보다 복합적이다.
CJ는 CJ올리브네트웍스를 통해 중앙일보 지분 9.24%를 이미 보유한 기존 주주다. 이번에도 미디어 계열사 CJ ENM이 아닌 지주사 CJ가 직접 참여한다. 기존 투자자산을 지키면서 공동 출자를 통해 자금 부담을 분산하는 구조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중앙일보와 별도로 매각을 추진하는 JTBC다.
JTBC는 지난 6월 채무 상환에 실패한 뒤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은 266억원으로 전년 동기 113억원보다 확대됐다. 지난 14일에는 한영회계법인이 매각 주관사로 선정됐다.
중앙일보와 JTBC는 법적으로 별도 매각 대상이다. 중앙일보가 보유한 JTBC 지분도 4.99%에 불과하다. 신문사를 인수한다고 방송사 경영권까지 확보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CJ가 향후 JTBC 인수전에도 참여한다면 기존 지분·사업 관계가 전략적 자산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행 방송법은 일정 기준에 해당하는 대기업집단의 종합편성채널 지분 소유를 30% 이하로 제한한다. JTBC의 기존 최대주주인 중앙홀딩스 지분율도 25.01%다. 다른 주주의 지분이 분산돼 있다면 30% 이내에서도 이사회 구성 등을 통해 실질적인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
물론 방송법 제15조의2에 따른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최다액출자자 또는 실질적 지배자 변경 승인은 별도로 받아야 한다. CJ가 JTBC 인수를 추진한다면 넘어야 할 또 다른 관문이다.
CJ의 기존 미디어사업도 이러한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CJ ENM과 JTBC는 2019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합작법인 설립에 합의했고, 이후 JTBC스튜디오가 티빙에 투자자로 참여했다. 중앙그룹은 이미 CJ의 OTT 사업과 연결된 투자자다.
올해 6월 기준 티빙 지분은 CJ ENM이 48.85%, 중앙그룹 계열 SLL중앙이 12.75%다. SLL중앙은 별도로 티빙 전환사채(CB)도 보유하고 있으며 유동성 확보를 위해 관련 자산 매각을 검토해 왔다.
CJ ENM이 SLL중앙의 보통주 지분을 모두 확보한다면 단순 합산 지분율은 61.60%로 높아진다. 추가 증자나 전환사채 전환이 없다는 전제다.
티빙의 성장세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 2분기 매출은 140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1.4% 증가했다. CJ ENM의 미디어플랫폼 부문도 영업이익 11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CJ 입장에서 JTBC와 티빙은 서로 다른 전략적 가치를 갖는다. JTBC를 인수하면 종합편성 방송채널과 뉴스 제작 역량을 확보하고, 티빙 지분을 추가 매입하면 기존 OTT 플랫폼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다만 JTBC 인수가 SLL중앙의 콘텐츠 제작 자산이나 티빙 지분 확보로 자동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점에서 신세계의 공동 인수 참여는 CJ에도 의미가 있다. 초기 투자금을 분담하면 중앙일보의 주요 투자자 지위를 유지하면서 향후 방송·콘텐츠 분야에 투입할 자금 여력을 상대적으로 보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신세계가 CJ의 우호지분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거나 양측이 향후 투자 대상을 나누기로 합의했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CJ의 JTBC 인수 검토 여부도 알려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중앙일보 인수와 JTBC 회생 M&A를 완전히 무관한 거래로 보기는 어렵다. CJ는 중앙일보의 기존 주주이자 JTBC와 OTT 사업을 함께 추진해 온 기업이다. 중앙그룹의 신문·방송·콘텐츠 자산이 잇따라 재편되는 과정에서 CJ의 사업적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
결국 이번 공동 인수의 핵심은 누가 얼마를 투자하느냐보다 각 기업이 이번 ‘인수전’에서 무엇을 얻으려 하느냐에 있다. 신세계에는 중앙일간지가 지닌 대외적 가치가, CJ에는 방송·콘텐츠 사업을 확대할 선택권이 각각 투자 유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번 인수전은 거래의 끝이 아닐 수 있다. 신세계의 행보가 신문사 투자에서 멈출지, CJ의 다음 선택이 JTBC와 티빙으로 이어질지에 따라 이번 연합의 진짜 셈법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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