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보호 없인 시장 신뢰도 없다”…이찬진 금감원장, 금투업계 첫 만남
'투자자 보호·생산적 금융·퇴직연금 신뢰' 3대 과제 제시
부동산·대체투자 쏠림 벗어나 스타트업 등 모험자본 확대
퇴직연금 신뢰 회복으로 준 공적연금 체계로 자리매김해야
김소연 기자
ksy@sateconomy.co.kr | 2025-09-08 14:44:56
[토요경제 = 김소연 기자] “투자자 보호 실패는 시장 신뢰 상실을 초래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투자업계와 처음 가진 자리에서 이 같이 밝히며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세 가지 핵심 과제로 ▲투자자 보호 ▲생산적 금융 ▲퇴직연금 신뢰를 제시했다.
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센터에서 열린 금융투자업계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이찬진 금감원장은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을 비롯해 26개 증권사·자산운용사 대표를 만나 국내 자본시장의 현황과 발전 방안에 대해 목소리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회의는 오전 9시 30분부터 11시 10분까지 예정됐으나 논의가 길어지면서 11시 39분에야 종료됐다. 업계와의 소통을 중시한 이 원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지난 10년간 자본시장의 외형 성장을 짚었다. 국내 자본시장의 시가총액은 지난 2014년 말 1335조원에서 지난해 말 2303조원으로 72.5% 늘었고 개인투자자 수는 같은 기간 437만명에서 1410만명으로 세 배 이상 급증했다. 금융투자회사 자산도 318조원에서 776조원으로 확대됐다. 이 같이 괄목할 만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이 원장은 “사모펀드 사태,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등으로 시장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면서 “화려한 외형 성장에 비해 투자자 편익과 질적 성장이 뒷받침됐는지 냉정히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투자자 보호의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임직원조차 이해하지 못하거나 가족에게 권하기 어려운 상품은 팔지 않는 것이 상식”이라며 “상품 설계부터 판매·운용까지 전 과정에서 고객 보호가 최우선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투자자 보호 실패는 고객 손실뿐 아니라 회사 과징금, 평판 추락, 시장 신뢰 상실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진다”며 CEO가 직접 내부통제를 챙기고 성과보상체계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원장은 금융투자산업 자금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대체투자 등 비생산적인 분야에 과도하게 집중된 현실을 지적하며 “이제는 스타트업 발굴, 벤처·중소기업 스케일업 등 기업 성장 전 과정에 과감히 자금을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험자본 공급은 정책 지원이 있을 때만 고려하는 조건부 선택이 아니라 금융투자회사의 본연의 역할”이라며 “대한민국 자본시장이 도약하려면 ‘필요한 곳’에 ‘과감하고 충분한 자금’을 공급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퇴직연금 신뢰 회복도 주요 과제로 꼽혔다. 이 원장은 “퇴직연금은 이미 세계적으로 준(準) 공적연금 체계로 자리 잡았다”며 “국민 노후자산을 지키는 데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역할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타깃데이트펀드(TDF) 중심의 장기 운용을 통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도록 상품설계, 판매 등 전 과정에서 가입자 중심의 업무혁신을 위해 노려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금감원도 위험자산 투자 한도 확대와 세제 혜택 강화 등 제도적 지원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약속했다.
업계도 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변화 의지를 드러냈다. 금융투자업계는 인공지능(AI)·바이오 등 미래 성장산업에 자금 공급을 확대하고 고객 중심의 금융상품 제공을 약속했다. 아울러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법안과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인가 등이 잘 준비 돼 중소 벤처기업의 자금조달 창구 마련되길 기대하며 증권사 신기술사업금융업 등록 허용, 중기특화 증권사 제도 개선, 장기투자 세제 지원 등을 추가로 요청했다.
토요경제 / 김소연 기자 ksy@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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