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별 휴면자산 환급실적 내년부터 공개…절대액 비교 한계도

환급액·휴면자산 잔액 등 회사별 공시…규모·고객 수 차이 반영은 과제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 2026-09-28 14:57:31

▲ 금융위원회 [연합뉴스]

 

내년부터 금융회사별 휴면자산 환급실적이 공개되면서 금융사의 소비자보호 노력이 처음으로 숫자를 통해 직접 비교된다. 다만 공개되는 핵심 지표가 환급액과 휴면자산·장기미거래자산 잔액 등 절대금액인 만큼 회사 규모나 고객 수, 상품구조가 다른 금융사를 단순 비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른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8일 은행·증권·보험·저축은행·상호금융 등 전 금융권의 휴면자산 환급액과 휴면자산 잔액, 장기미거래자산 잔액을 개별 금융회사 단위로 공개하는 방안을 내놨다. 올해 실적부터 적용해 2027년 3월 말 처음 공개한다. 상호금융은 개별 조합이 아닌 전체 조합 합계로 공개된다.

제도가 시행되면 각 금융업권 협회 홈페이지에서 어느 회사가 고객에게 얼마를 돌려줬고 얼마만큼의 휴면자산을 보유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금융당국도 금융회사 간 실적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해 자발적인 환급 노력을 유도한다는 점을 이번 대책의 핵심으로 제시했다.

문제는 같은 금액이라도 의미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고객과 금융자산 규모가 큰 회사는 휴면자산 잔액과 환급액 모두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환급액만 놓고 보면 애초 휴면자산을 많이 보유한 회사가 높은 실적을 기록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금융회사별 소비자보호 수준을 판단하려면 환급액 자체뿐 아니라 보유 휴면자산 대비 환급률이나 장기미거래자산의 감소율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실제 금융당국은 금융사가 자체적으로 관리할 지표로 환급률과 환급액, 증감률, 캠페인 횟수, 안내·환급절차 개선 여부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회사별 관리목표는 업권과 회사 특성에 따라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외부에 정기적으로 공개하는 공통 항목은 환급액과 휴면자산 잔액, 장기미거래자산 잔액이다.

특히 실제 관리 대상은 이미 휴면 상태에 들어간 1조5000억원보다 훨씬 크다. 지난해 말 휴면금융자산은 1조5019억원이지만 3년 이상 거래가 없거나 만기 후 3년 이상 지난 장기미거래자산은 14조2015억원이다. 둘을 합치면 15조7034억원으로, 이 가운데 약 90%가 아직 휴면자산으로 넘어가기 전 단계인 장기미거래자산이다.

결국 금융사의 관리 성과는 이미 잠든 돈을 얼마나 돌려줬느냐뿐 아니라 새로 잠드는 돈을 얼마나 줄였느냐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잔액이 큰 금융사가 환급을 많이 하는 것보다 장기미거래 단계에서 고객에게 먼저 안내해 휴면자산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는 것이 제도의 취지에는 더 부합할 수 있다.

과거 금융권 비교공시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금융당국은 금리인하요구권 운영실적을 비교 공시하면서 통일된 통계 산출기준을 마련했지만, 이후 비대면 신청 활성화 등 은행의 금리운영과 직접 관계없는 요인이 수용률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공시 기준을 다시 손질했다. 당시 금융위는 수용률만 보지 말고 이자감면액과 인하금리 등 여러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휴면자산 공시도 같은 숙제를 안게 됐다. 금융회사별 숫자를 공개하는 것만으로 환급 경쟁을 유도할 수 있지만, 회사 규모와 고객 기반을 보정하지 않은 절대액만으로 소비자보호 수준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금융당국은 올해 말까지 각 업권의 금융소비자보호 모범규준을 개정하고 관련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첫 공시가 나오는 내년 3월 이후에는 단순 환급액뿐 아니라 환급률과 잔액 증감률 등 금융사 간 실질적인 성과를 비교할 수 있는 지표를 얼마나 정교하게 제시하느냐가 제도의 실효성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토요경제 /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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