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물가 고공 행진에 소비 부진 우려 커져
소비자물가보다 두 배 이상 오른 먹거리 물가
근로자 실질임금 하락으로 가계 부담 더 커져
체감물가 못 낮추면 경기 회복 발목 잡힐 수도
이승섭 기자
sslee7@sateconomy.co.kr | 2023-06-07 14:39:12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 초반대로 내려왔지만 먹거리 물가가 고공행진을 보이면서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다. 여기다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은 오히려 2.6% 떨어져 서민들의 생활이 더 팍파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3% 상승해 1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반면 가공식품과 외식물가는 전체 물가 상승률의 두 배를 넘었다.
특히 라면의 경우 13.1% 올라 14년 3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또 의류를 비롯해 음식·숙박,기타 상품·서비스 등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우윳값도 들썩이고 있다.
가공식품 등 먹거리 제품의 가격 인상은 그동안 글로벌 공급망 위축으로 국제유가와 곡물가격 등 원자재 값이 크게 올랐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이들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는 추세인 것을 감안하면 이해하기기 어렵다.
먹거리 물가 상승은 얄팍해진 서민들의 지갑을 닫게 해 가뜩이나 줄어드는 소비를 더욱 위축시킬 가능성이 커졌다. 더욱이 전기·가스·교통요금 인상과 무역수지 적자로 인한 환율 상승 가능성 등 앞으로 물가를 자극할 요인이 적지 않아 불안하다.
자칫 내수 부진으로 경기 회복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체감 물가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원자재 값 하락에도 제품 가격은 올라
먹거리 가격 인상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위축으로 국제 유가와 곡물가격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밀은 1년 전보다 40% 이상, 옥수수와 대두 등도 20%가량 내렸지만 한번 오른 식품 등 먹거리 가격은 좀체 내리지 않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물가 상승률 둔화에도 먹거리 지표인 가공식품과 외식 부문 품목 4개 중 1개 이상(112개 중 31개)은 물가 상승률이 10%를 웃돌았다. 소비자물가 인상이 본격화된 2년 전과 견주면 10개 중 8개나 된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달 3.7%에서 3.3%로 둔화했지만 체감 물가가 여전히 높게 느껴지는 이유다.
■ 주요 식품업체 1분기 실적은 호조
대형 식품업체들의 지난 1분기 실적이 크게 향상됐다. 물론 해외 수출이 늘어난 탓도 있지만 원가 인상 분을 넘어선 제품 가격 인상이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매출 3조 원 이상 식품 상장기업 8개 가운데 6개의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늘었다.이 중 절반은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농심의 지난 1분기 국내사업 영업이익은 386억원으로 전년 대비 50% 이상 올랐다. 라면과 과자 등 주요 제품의 가격 인상 효과에 다른 것으로 분석된다.
오뚜기는 1분기 영업이익이 65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7% 늘어났다. 빙그레는 1분기 영업이익이 127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694% 증가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역시 우유와 아이스크림 등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한 효과로 풀이된다.
동원F&B도 참치캔 등 제품 가격 인상 영향으로 1분기 영업이익이 434억원으로 전년 대비 34.7% 증가했다.
■ 근로자 실질임금은 오히려 하락해
먹거리 물가의 고공행진속에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은 오히려 하락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 노동자의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389만7천원으로 작년 동월 대비 6만원(1.6%) 증가했다.
그런데 같은 기간 물가수준을 감안한 실질임금은 9만3000원(2.6%) 하락했다. 올해 1분기 누계 기준 실질임금도 전년 동기 대비 10만3000원(2.7%) 내렸다.
근로자 실질임금 감소는 고물가가 본격화한 작년 2분기부터 4분기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질임금 감소세는 임금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낮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지난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0.56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4.2% 올라 같은 달 임금상승률 1.6%를 2.6%포인트 상회했다. 근로자들이 실제 체감하는 월급 규모는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 3%대 물가에도 위협 요인 많아 불안
지난달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14개월 만에 3%대 초반까지 내려오면서 정부는 물가상승률이 당분간 둔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도 4.3% 올라 전월(4.6%)보다 상승 폭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런 소비자물가의 하향 안정세에도 불구하고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7.9%로 여전히 높은 것은 부담이다. 이에 더해 우크라이나 전쟁과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석유 감산 조치 등에 따른 국제 에너지 가격과 기상 여건에 따른 곡물가격 수급 불안 등 불확실성이 여전한 것은 문제다.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중반까지 뚜렷한 둔화 흐름을 보이다가 이후 다시 높아지면서 연말께 3% 내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한 것도 이 대문이다.
■ 체험 물가 낮춰 소비 살아나게 해야
통계청의 4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생산에 이어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도 2.3% 하락했다. 기업들의 재고가 크게 늘어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올해 국내외 기관들의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대 초중반 대로까지 떨어졌다. 세계은행이 7일 밝힌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2.1%로 당초 예상치보다 0.4%포인트 상향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수 활성화가 시급하다. 소비 부진은 경기 둔화도 그렇지만 물가 인상과 직결된다. 원가 인상에 따른 제품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원자재 가격 인상 폭을 넘어선 과도한 제품 값 인상은 소비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원자재 값이 하락했음에도 한번 올린 제품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되돌아봐야 한다.
소비 위축은 결국 기업 뿐만 아니라 국가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체감 물가 관리가 시급하다고 볼 수 있다.
이승섭 대기자/토요경제 sslee7@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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