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태원, AI센터 '규모' 다음은 회수…5GW 350조 자본규율
울산 900MW 추가사업 가시화…1GW 거점으로 확대
5GW 구축 예상액 약 350조원…SK하이퍼 개발자금 7500억원
AIDC 매출 2분기 1362억원…확장 조건은 고객·외부자본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 2026-09-14 14:41:16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인공지능(AI) 전략의 무게중심을 ‘얼마나 크게 짓느냐’에서 ‘투자한 돈을 어떻게 회수하느냐’로 옮기고 있다. SK가 2035년 최대 15GW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구상한 가운데 1단계 5GW 구축 예상액만 약 350조원에 이르는 만큼 앞으로는 설비 규모보다 고객과 수익, 외부자본을 결합한 사업구조가 확장 속도를 좌우할 전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11일 ‘2026 울산포럼’에서 AI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강조했다. 그동안 AI 전략의 조건으로 속도(Speed), 규모(Scale), 안전(Safety)을 강조해온 데 이어 사업모델과 지속가능성을 전면에 꺼냈다. AI 투자로 수익을 내고 이를 다시 투자할 수 있어야 대규모 투자가 지속될 수 있다는 취지다.
발언 시점은 SK의 AI 데이터센터 사업이 구상에서 대규모 집행 단계로 넘어가는 시기와 맞물린다.
SK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울산에서 약 100MW급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있다. 2027년 하반기 가동이 목표다. 여기에 추가로 추진 중인 900MW 사업에 대해 최 회장은 논의가 상당히 진척됐으며 조만간 발표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사업이 현실화하면 울산은 1GW급 AI 데이터센터 거점이 된다.
SK가 그리고 있는 최종 그림은 이보다 훨씬 크다. 2029년부터 5GW를 단계적으로 가동하고 2035년에는 최대 15GW까지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앞서 SK가 제시한 5GW 구축 예상 투자액은 약 350조원이다. 부지 약 75만평과 GPU 약 300만장, HBM 약 2400만장이 필요한 규모다.
문제는 자금 조달 방식이다.
SK텔레콤은 지난 7월 AI 데이터센터 사업개발 전문회사 SK하이퍼를 만들고 2030년까지 최대 75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5GW 구축 예상액과 비교하면 극히 일부다. 다만 두 숫자의 성격은 다르다. 7500억원은 데이터센터 전체 건설비가 아니라 부지와 변전소, 송·배전망 등 사업 기반을 먼저 확보하기 위한 개발자금이다.
이는 향후 대형 데이터센터를 특정 계열사의 자체자금만으로 건설하기보다 프로젝트별 자본구조를 짤 가능성을 보여준다. 고객 계약을 먼저 확보하고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재무적투자자(FI)와 전략적투자자(SI),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을 결합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선택지로 꼽힌다. SK텔레콤도 2분기 실적발표에서 5GW 확장을 고객 수요에 맞춰 순차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업 확대를 뒷받침할 매출도 커지고 있다. SK텔레콤의 2분기 AI 데이터센터(AIDC) 매출은 136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2.5% 증가했다. 다만 기존 데이터센터 사업과 앞으로 추진할 GW급 프로젝트는 투자 규모와 자본구조가 다른 만큼 현재 매출 성장률을 15GW 사업의 수익성으로 그대로 연결하기는 어렵다.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에서도 자금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로이터 브레이킹뷰스는 지난 8일 ‘AI 건설 붐이 신용시장의 균열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에서 올해 AI 관련 채권 발행이 8월 초까지 약 5000억달러에 달했다고 전했다. 동시에 전력 확보와 인허가 지연, 공급망 병목이 부각되면서 금융기관들이 더 높은 금리와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브레이킹뷰스는 이를 “투자자들이 이미 신혼기를 지나기 시작했다(investors have moved past the honeymoon phase.)”고 표현했다.
실제로 데이터센터 개발업체 사이러스원(CyrusOne)이 지난 8월 확보한 약 100억달러 규모 금융에서도 신규 건설자금 일부는 인허가와 임대계약을 확보해야 집행할 수 있도록 조건이 붙었다. AI 인프라 금융이 단순한 성장 기대보다 고객과 사업 진행 상황을 확인하는 단계로 넘어간 셈이다.
SK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15GW라는 최종 규모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장기 고객을 얼마나 확보하는지, 프로젝트마다 자기자본을 얼마나 넣는지, 외부 투자자가 어느 수준까지 위험을 나눠 갖는지다.
SK이노베이션의 역할 확대도 이 구조 안에서 볼 수 있다. 최 회장은 울산CLX가 보유한 토지와 설비, 인력을 AI·전력·에너지 솔루션 사업에 활용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SK하이닉스의 반도체와 SK텔레콤의 데이터센터, 에너지 계열사의 전력·냉각 역량을 묶어 그룹 내부 투자에 그치지 않고 각각의 매출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SK의 AI 전략을 평가할 숫자도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는 HBM 생산능력이나 데이터센터 GW가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장기 고객 계약과 자기자본 투입 규모, 외부자본 조달비용, AIDC 현금흐름이 중요해진다.
최 회장이 15GW 확장을 앞두고 ‘지속가능한 사업모델’을 강조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더 큰 AI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먼저 투자자금이 다시 현금으로 돌아오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SK의 AI 경쟁이 규모 경쟁에서 자본 효율 경쟁으로 넘어가는 지점이란 얘기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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