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규제혁파' 내세운 尹정부, "더딘 속도에 체감도 낮아"
대한상의 전문가 조사, 부정 의견 중 절반 가까이가 "체감효과 약하다" 지적
목표설정과 정부의지에 대해선 '긍정적'...'갈등 규제'가 가장 시급한 과제
조은미
amy1122@sateconomy.co.kr | 2023-01-17 14:29:14
출범 2년차에 접어든 윤석열 정부 경제 정책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규제의 혁파다. 불필요한 각종 규제를 철폐 내지는 완화함으로써 기업 활동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신정부 출범 이후 지난 7개월간의 경제정책의 흐름을 봐도 규제개혁은 현 정부의 확실한 아젠다임은 분명해 보인다. 경제 전반의 크고 작은 규제개혁 정책이 쏟아졌다. 과거 정부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규제혁신 정책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이지만 여전히 기업들이 직접 느끼는 체감도는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 다발적 톱다운 방식 탓 체감도 낮아
17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규제 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2023년 정부 규제혁신정책 추진 방향'을 조사한 결과 현재까지 정부 규제혁신의 성과에 대해 응답자가의 단 42%만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아직 정권 초기라는 점에서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오기엔 다소 시가상조일 것이란 분석이 나오지만, 윤석열 정부가 규제개혁에 정책 역량을 집중한 것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라는 지적이다.
정권 초기라는 이유를 들어 아직 성과를 판단할 수 없다는 '판단 보류' 의견이 32%에 달했지만, 부정적이라는 평가가 26%나 나왔다는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처럼 정부의 규제혁신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규제혁신 체감도가 낮음'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50%에 가까운(45.5%) 응답률을 보였다. 규제개혁 정책이 속속 발표는 되고 있으나, 직접 피부로 느끼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와함께 '더딘 추진 속도(27.3%)'를 부정적 평가의 주요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역설적으로 규제개혁의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선 실질적인 정책으로 시급히 이행돼야 한다는 의미이다.
'정책 구체성 부족'(18.2%)을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았다. 결국 느린 속도와 구체성 부족으로 인해 규제심판제도, 규제혁신추진단 등 현 정부에서 신설된 규제혁신 추진 제도가 아직은 눈에 띄는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게 한계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여러부처가 동시다발적으로 톱다운 방식의 규제 혁신 정책을 추진하다보니 국민들이나 기업의 입장에서 규제혁신의 체감효과가 낮고, 제대로 홍보 효과도 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한다.
정부의 규제개혁 의지 강한 것은 긍정적
그럼에도 정부의 전반적인 규제혁신 정책 자체에 대해선 응답자의 60%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57.7%가 민간의 창의와 자율을 보장함으로써 시장을 활성화한다는 '규제혁신의 목표설정이 잘 됐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정부의 강한 의지표명'(19.2%)과 '범정부적인 규제혁신 동참'(11.5%)이 긍정적 평가의 주요 이유 중 하나로 꼽혔다. 사실 정부의 의지와 범부처 차원의 동참은 규제개혁을 위해선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 기본 조건이다.
올해 가장 시급한 규제개혁이 필요한 분야에 대한 질문엔 '갈등규제'(26.0%)를 꼽았다. 특히 신산업과 기존 산업 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 있는 부분을 고려한 것이다.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 비대면 진료, 공유 경제 등이 그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규제는 진통이 따를 수 밖에 없지만,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다음으로는 규제가 기술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사업화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산업규제(21.9%), 여러 부처의 규제가 얽혀있는 덩어리규제(15.8%), 기업의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인허가 등 기업투자관련 규제(13.0%) 순으로 응답했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사업의 기회가 존재하는 신산업 분야는 기존 산업과의 갈등이 첨예하거나 법 제도가 미비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 규제혁신의 난이도가 높은 만큼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조사에서 전문가들은 정부의 성공적인 규제 혁신을 위한 정책 과제로 ▲정부 핵심 아젠다 설정 ▲이해 관계자 갈등조정시스템 구축 ▲민관 협력 강화 ▲규제혁신추진 체계 정비 ▲공무원 행태 개선 등을 꼽았다.
규제개혁 체계와 과제 전략적 설계해야
이는 정부가 장기적인 안목에서 핵심 규제혁신 아젠다를 설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규제혁신체계와 과제를 전략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으로 풀이된다.
특히 기존 산업과 신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이해 당사자 간의 갈등이 첨예하다 하더라도 경제 발전을 위해 개선 필요성이 큰 과제는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갈등조정 시스템을 가동해서라도 조정·중재 역할에 나서야 한다는 것에 의견을 같이했다.
정부의 규제혁신 추진체계에 대해선 외부 컨설팅과 내부 평가를 실시해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으며, 규제혁신의 주체인 공무원의 행태 개선을 위해 인센티브, 적극행정 면책 강화 등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성준 경북대 교수는 "그간 규제 혁신은 특정 기업을 위한 특혜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어 여론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하고 결국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규제혁신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선 규제 혁신의 목표가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이라는 것과 그 수혜자는 결국 모든 국민이라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 본부장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전 부처에 걸친 전방위적 규제 혁신 의지를 보여준 점은 대단히 긍정적"이라며 "올해 정부가 규제혁신을 통한 기업투자지원 등 지속적인 규제혁신 계획을 밝힌 만큼 제도개선에 실질적인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토요경제 / 조은미 기자 amy1122@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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