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하이마트, 가전 판매점서 AI 생활가전 플랫폼으로 간다
김종윤 영입·AI 쇼핑 에이전트·PB 플럭스 성장…침체된 가전시장 속 체질개선 속도
황세림 기자
hsr@sateconomy.co.kr | 2026-07-02 14:27:27
롯데하이마트가 단순 가전 유통점에서 AI 기반 생활가전 플랫폼으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 내수 침체와 부동산 경기 둔화로 가전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자체브랜드(PB), AI 쇼핑, 체험형 매장, 가전 케어 서비스를 앞세워 반등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2일 토요경제 기업재무분석실에 따르면 롯데하이마트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순매출 4969억 원, 영업손실 148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6.1% 줄었고 적자 폭도 확대됐다. 겉으로 보면 부진한 성적표다. 그러나 가전 시장 침체와 이사 수요 감소, 온라인 플랫폼과의 경쟁을 감안하면 롯데하이마트의 관전점은 단기 실적보다 사업 구조 전환에 있다.
지난해 흐름은 이미 변화를 보여줬다. 롯데하이마트는 2025년 순매출 2조3001억 원, 영업이익 96억 원을 기록했다. 순매출은 전년보다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큰 폭으로 개선됐다. 회사는 안심케어 서비스, PB 플럭스, 매장 리뉴얼, 이커머스 등 4대 전략을 통해 수익성 개선 기반을 마련했다. 침체된 시장에서 외형보다 체질을 먼저 고친 셈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인사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롯데하이마트 신임 대표로 야놀자 출신 김종윤 부사장을 내정했다. 김 부사장은 구글, 맥킨지앤드컴퍼니, 야놀자 등을 거치며 전략, 마케팅, 신사업 개발 경험을 쌓았다. 특히 야놀자에서는 여행 플랫폼을 AI·클라우드 기반 사업으로 확장한 핵심 인물로 평가된다.
이번 인사는 롯데그룹의 인공지능 전환, 즉 AX 기조와 맞물려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달 ‘CEO AI 아카데미’에 직접 참여하며 AX를 그룹 생존의 핵심 과제로 강조했다. 롯데하이마트에 김 부사장을 투입한 것도 가전 유통을 데이터와 AI 기반 사업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롯데하이마트는 이미 AI 쇼핑 에이전트 ‘하비(HAVI)’를 도입했다. 하비는 고객이 검색어를 여러 번 입력하지 않아도 사람과 대화하듯 질문하면 필요한 가전제품을 찾아주고 비교·추천까지 지원하는 서비스다. 가전은 가격이 높고 사양이 복잡해 소비자가 구매 전 많은 정보를 비교해야 한다. AI 쇼핑 에이전트는 이 불편을 줄이는 장치다.
하비의 가능성은 단순 상품 추천에 그치지 않는다. 고객의 기기 사용 주기와 주거 환경을 분석하면 가전 설치, 수리, 교체, 구독 서비스까지 연결할 수 있다. 롯데하이마트가 온라인몰을 단순 판매 채널이 아니라 고객의 생활가전 데이터를 축적하는 플랫폼으로 키울 수 있는 지점이다.
PB 플럭스도 긍정적이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해 자체브랜드 ‘플럭스(PLUX)’를 선보이고 1~2인 가구를 겨냥한 생활가전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1~5월 PB 가전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약 30% 증가했다. 가전 시장 전반이 침체된 상황에서 차별화 상품이 성과를 낸 것이다.
최근 출시한 ‘PLUX 120L 초슬림 틈새 냉동고’와 ‘PLUX 냉온정 정수기’는 변화한 가구 구조를 겨냥한 제품이다. 초슬림 냉동고는 가로 폭 356㎜로 좁은 주거 공간에도 설치할 수 있고, 냉온정 정수기는 36개월 구독 서비스와 정기 필터 교체, 클리닝 서비스를 결합했다. 제품을 파는 데서 끝나지 않고 관리와 구독까지 붙인 방식이다.
이 전략은 시장 변화와 맞아떨어진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1인 가구는 804만5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36.1%를 차지했다. 1인 가구가 처음 800만 가구를 넘어서면서 가전 소비 기준도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대용량과 다기능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공간 효율, 합리적 가격, 관리 편의성이 구매 기준이 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의 역할도 바뀌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프로’와 ‘서피스 랩톱’ 신제품을 잠실점, 대치점 등 35개 매장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 오프라인 매장 가운데 유일하게 실버 색상 신제품을 판매하고, 매장 구매 고객에게 무상수리 기한 연장과 패키지 업그레이드 혜택도 제공한다. 온라인 최저가 경쟁만으로는 이기기 어려운 시장에서 체험과 상담, 사후관리로 매장 경쟁력을 다시 세우려는 시도다.
롯데하이마트의 반등 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째, AI로 복잡한 가전 구매 과정을 줄이는 것이다. 둘째, PB와 소형가전으로 1~2인 가구 수요를 붙잡는 것이다. 셋째, 오프라인 매장을 체험과 케어 중심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 세 축이 연결되면 롯데하이마트는 단순 판매점이 아니라 고객의 가전 생애주기를 관리하는 플랫폼으로 이동할 수 있다.
물론 과제는 남아 있다. 1분기 적자는 아직 체질개선이 실적으로 완전히 연결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의 가전 판매 확대도 부담이다. 그러나 롯데하이마트는 방향을 바꾸고 있다. 김종윤 신임 대표 내정, AI 쇼핑 에이전트 하비, PB 플럭스 성장, 체험형 매장 확대는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가전 시장 침체 속에서도 롯데하이마트가 다시 볼 만한 회사가 된 이유다.
토요경제 / 황세림 기자 hsr@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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