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아이스크림값 들썩...라면·과자·빵은 내리는데, 왜?
6월 아이스크림물가 상승률 9.4%…성수기 앞두고 꿈틀
설탕·우유 등 주재룟값 강세에 성수기 앞두고 가격인상
"현실적으로 식품업계 가격 인하행렬에 동참 어려울듯"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 2023-07-06 14:24:59
아이스크림값이 다시 널뛰기를 시작했다. 올들어 2~4월에 두자릿수의 상승률을 보이다 5월에 다소 주춤했던 아이스크림 물가 상승률이 지난달엔 10%에 육박하는 강세로 돌아선 것이다.
라면에서 시작된 주요 식품가격 인하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고, 가격 인상을 추진했던 업체들이 계획을 철회하고 있는 최근 식품업계의 전반적인 흐름과는 대비된다.
소비자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원가가 상승했다고는 하지만 경기침체에 고물가, 고금리까지 겹쳐 시름하는 서민들을 배려, 가격인상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스크림값의 고공비행이 이어지자 정부의 압박은 가중될 전망이다. 이달들어 식품업체들이 정부의 물가안정 시책과 서민부담 해소 차원에서 줄줄이 가격을 인하하고 있는데, 빙과업계만 이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 성수기 앞두고 가격 기습인상...한 달만에 다시 고개
본격적인 여름 성수기를 맞아 아이스크림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1개월만에 2%대에 진입했지만, 아이스크림값이 전년동기 대비 10% 가까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6월 아이스크림 소비자물가지수는 119.98로 지난해 동월 대비 9.4% 상승했다. 5월(5.9%)에 비해 3.5%포인트 급등한 것이다.
아이스크림 물가상승률은 지난 3월 13.7%로 정점을 찍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5월(14.3%) 이후 약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후 4월 10.5%, 5월 5.9%로 빠른 둔화세를 보이다가 지난달 다시 상승폭을 키우며 두자릿수 상승률에 바짝 다가선 것이다. 부산 등 일부 지역에선 12.5%까지 치솟았다.
이같은 현상은 빙과업계가 다른 식품과 달리 아이스크림의 경우 원가가 유독 크게 상승, 판매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명분 아래 가격을 크게 올렸기 때문이다.
빙과업계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여파와 고환율 등의 영향으로 원재료비, 인건비 등 전반적인 비용이 큰 폭으로 올라 원가부담을 판매가에 일부 전가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항변한다.
아이스크림의 주재료인 설탕과 우윳값이 지난해에 이어 올 1분기에 크게 오른게 사실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원윳값 인상을 이유로 유가공업체인 서울우유, 남양유업, 매일유업이 1분기에 흰우유 출고가를 각각 5~9% 인상했다.
우유와 함께 아이스크림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설탕값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설탕값은 6월에 전년 동월 대비 13.2% 올랐다.
■ 주재료 설탕·우유값 급등 탓 라면·빵과는 엇갈린 행보
빙과업계는 우유와 설탕이 아이스크림 원가에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커서 판매가를 동결하거나 인하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라면, 과자, 빵 등 밀가루 비중이 높은 품목과 상황이 한참 다르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국제 설탕 가격이 지난해말부터 급등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말부터 슈거플레이션(설탕+인플레이션)이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설탕값 상승은 예사롭지 않은 게 현실이다.
유엔 세계식량농업기구(FAO)가 지난 5월 발표한 설탕 가격 지수는 157.6으로 4월(149.4)에 비해 8.2포인트 상승했다. 올 1월(116.8)와 비교하면 4개월새 34.9% 오른 셈이다.
설탕값의 가파른 상승은 세계 1위 설탕 생산국 브라질이 전례 없는 폭우와 가뭄 등 이상기후가 계속되면서 생산량이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2위 수출국 인도는 작황 부진을 이유로 아예 원당 수출을 규제하고 나섰다.
설탕의 비중이 높을 수 밖에 없는 아이스크림업계의 원가 압박이 갈수록 커지는 이유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2021년에 내놓은 주요 식품산업원료소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아이스크림류의 백설탕 비중은 23.6%로 매우 높다. 주요 식품류 중에선 커피나 코코아류(26.2%) 다음이다. 음료수도 백설탕 사용 비중은 20%로 아이스크림에 못미친다.
국내 소비되는 설탕은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제당업체들이 원당(비정제 설탕)을 수입, 가공해 식품업계에 공급하는데, 원당 공급부족이 심화되면서 설탕과 식품 가격 상승압박으로 연쇄작용하는 것이다.
배경은 좀 다르지만 식품업계에 가격압박을 가중시키기는 우유도 마찬가지다. 아이스크림은 유가공제품을 제외하곤 식품중에서 우유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의하면 아이스크림의 주요 원재료 중 우유의 비중은 44.4%에 달한다. 유가공품(90.3%)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유크림(7.6%), 탈지분유(5.0%) 등 관련 재료까지 합치면 55%에 달한다.
■ 커피 등 유관제품 파장 주목..."수요위축 가능성 고려해야"
우유의 원료인 원유(원乳)가격은 상승세를 타며 대폭적인 가격인상을 앞두고 있다. 글로벌 복합위기 이후 전체적인 원유 생산비용이 상승하면서 낙농업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대적인 원윳값 인상을 추진 중이다.
현재 낙농진흥회를 중심으로 원윳값 조정이 협의 중인데, 지난해 생산원가 상승분을 반영, 큰 폭의 인상이 사실상 예고돼 있다. 최종 인상 폭만 남았을 뿐이다. 조정된 가격은 8월부터 출하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문제는 우유업체들이 원유가격 인상에 편승, 과도하게 우유가격을 올려 파생제품을 생산하는 식품업계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내 12개 소비자단체의 연합단체인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회장 남인숙, 소비자협) 물가감시센터가 원윳값 변동 추이와 따른 우유가격 인상률을 분석한 결과 원유값 인상분 대비 유가공업체들의 흰우유 가격 인상률이 최대 2배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설탕, 우유 등 아이스크림의 핵심 재료의 공급불안과 가격급등으로 인해 당분간 아이스크림값 인하를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는게 중론이다. 가격인하는 커녕 오히려 추가 인상을 걱정해야한다는 지적도 많다.
우유와 설탕 사용 비중이 비교적 높은 커피 및 코코아류를 필두로 빵류, 과자류, 음료류, 건강기능식품 등의 가격 인상 가능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가안정과 서민부담해소를 내세운 정부의 노골적인 압박에 당장엔 가격인상을 자제할 지 몰라도 언제든 가격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식품업체들이 원부자재 할 것없이 원재료비와 부대비용이 크게 상승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원가상승분을 초월하는 과도한 상술은 지양해야 한다"며 "비용증가분을 판매가에 그대로 전가, 소비자부담이 커질 수록 수요위축과 경기침체가 가속화할 것이란 점도 간과해선 곤란하다"고 입을 모은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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