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4연속 '제자리'...韓美기준금리차 2%p로 벌어지나
한은 금통위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동결...반년째 3.5% 묶어
인상 압력 속 경기부양·금융불안·부동산 연착륙 등 고려
美연준, 베이비스텝 확실시...한미 금리차 초유의 2%p 예고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 2023-07-13 14:23:32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13일 오전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3.50%를 유지하기로 했다. 기준금리가 지난 2·4·5월에 이은 4연속 제자리걸음을 한 것이다.
한은의 이번 금리동결 조치는 한마디로 내려야할 것을 붙잡은 것이라기 보다는, 올려야할 것을 누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 유럽 등 주요국들이 여전히 긴축을 계속 중인 글로벌 흐름을 감안하면 소폭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국내 여건상 금리를 동결할 수 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당초 시장의 예상대로 한은이 이날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으로 고정시킴에 따라 당장 이달말부터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차이가 현 1.75%포인트에서 2%포인트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 美연준, 물가안정에도 금리 0.25% 추가 인상 유력
현재로선 미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한은은 이제 사상 최대치로 벌어진 한-미간의 기준금리차이로 인해 외국 자본의 이탈, 환율 상승, 수입물가 압박 등 매우 불편한 시나리오를 직면하게 될 전망이다.
미국이 기준금리 조정(7월27일)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현 상황에선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인상)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중론이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당초 예상치를 밑도는 데이터가 나왔지만, '매파적' 성향의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지배적인 분위기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 노동부는 12일(현지시간) 6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3.0%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월가의 예상치(3.1%)를 밑도는 것이다. 미국 CPI 상승률이 4%를 밑돈 것은 2021년 4월 이후 처음이다.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물가지수, 즉 근원 CPI마저 상승세가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시장 일각에선 연준의 긴축 기조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흘러나오고 시작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연준의 생각은 다르다. CPI는 여전히 Fed의 목표치(2%)를 1%포인트 가량 상회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예상밖 물가상승률 둔화가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의 결과를 바꾸기엔 역부족이란 얘기다.
미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유력해짐에 따라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2%포인트까지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이는 곧 국내 금융 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융시장 전반에 미국과의 커플링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는 상황에 비춰보면 기준금리차가 2%포인트까지 벌어진 것은 결코 쉽게 넘길 문제는 아니다.
이를 절대 모를리 없는 한은이 금리동결이란 결단을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선 크게 세가지로 압축해 설명할 수 있다.
우선 경기부양을 더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거시경제 정책의 방향이 '물가안정'에서 '경기부양'으로 전환한 상황에 금리인상을 단행하는 것은 서서히 살아나고 있는 경기회복 흐름에 자칫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 경제성장률 하락 속 물가안정 보다 경기부양에 방점
국내외 주요 기관의 올해 대한민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 중반까지 떨어져 있을 정도로 경기회복을 통한 성장률 제고는 정부의 지상과제다.
한은 스스로도 지난 5월말 반도체 등 IT(정보통신) 경기 회복이 뚜렷하지 않고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도 기대보다 작다며 성장률 눈높이를 1.4%까지 내린 바 있다, 그런만큼 경기흐름에 미치는 파장이 큰 금리를 동결하는 것은 오히려 쉬운 결정이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수출과 내수 회복이 더뎌 정부나 한은이 기대하는 하반기 경기 반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소비와 투자 위축 위험을 감수하고 금리를 더 올릴 명분이 약했을 것이란 의미이다. 금통위가 이날 기준금리 동결을 만장일치로 결정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여기에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1개월 만에 2%(2.7%)대로 내려오는 등 물가 둔화세가 이어지며 경기회복 기대감이 커지자, 결국 한은이 경기부양에 방점을 찍고 기준금리 조정에서 별 고민없이 동결했을 것이란 의미다.
기준금리 상승압박에도 불구, 한은이 이날 금리동결을 단행한 또 하나의 결정적인 이유는 여전히 불씨가 남아있는 금융시장의 불안이다. 레고랜드 사태로 불거진 금융위기가 어느정도 진정된 것은 사실이지만, 제2금융권의 위기감은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건설경기의 최대 복병으로 자리잡은 PF시장도 일부 풀렸다고는 하나, 여전히 빡빡하다는게 일선 건설업체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여기에 최근 새마을금고 사태가 터지면서 꺼져가던 금융위기설의 불씨가 되살아났다. 정부와 은행권이 긴급 사태진화에 나섰지만, 불안감은 잔존하고 있다.
■ 금융불안 해소와 부동산시장 연착륙 분위기 반영
이처럼 제2, 제3금융권의 연체율 상승과 뱅크런 위기가 잔존하는 상황에서 한은도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은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보고, 금리동결을 결정한 것이란 해석이다.
금리인상이 연착륙 분위가 무르익은 부동산 시장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감도 금리동결 결정의 또다른 이유로 풀이된다. 올들어 고금리 행진이 멈추고 반년째 금리동결이 이어지면서 집값은 바닥을 찍은 상태다. 각종 부동산 지표가 일제히 상승반전한 상태다.
금리와 부동산 경기는 매우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지난 1년여간 고금리 기조 속에서 주택 등 부동산 경기가 극도로 침체된 것이 이를 방증한다. 부동산 경기는 또 소비, 투자 등 경기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전문가들은 "금리는 부동산경기, 나아가 우리 경제의 뇌관 가계부채 문제와 직결된다"면서 "한은이 금리동결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부동산 경기와 가계와 기업의 금리부담을 늘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더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와관련, "가계부채는 부동산 시장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단기적으로 급히 조정하면 의도치 않은 부작용 가능성이 있다"면서 "지금은 단기적으로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위해 자금흐름의 물꼬를 뜨는 미시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총재는 다만 중장기적으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줄이는 거시적 대응도 균형 있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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