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빅테크'에 칼 빼든 정부...'기울어진 운동장' 바로 설까

범부처 디지털 플랫폼 발전 방안 발표...'지원' 보다는 '규제'에 방점 지적
공정위 결합심사 기준 강화 예고...기존 대형플랫폼업체들은 '발등의 불'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 2022-12-29 14:22:48

▲ 정부가 빅테크기업 규제에 두 팔 걷었다. 사진은 지난 8월 금융권과 빅테크·핀테크 업계 간담회 장면. <사진=연합뉴스제공>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9일 내놓은 범부처 '혁신과 공정의 디지털 플랫폼 발전 방안'은 표면적으로는 플랫폼의 발전을 지향하고 있지만 속내는 대형 플랫폼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에 나서겠다는 의지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강력한 플랫폼 파워를 앞세워 문어발식으로 사업확장을 계속해온 네이버, 카카오, 구글, 애플 등과 같은 이른바 국내외 '빅테크' 기업의 불공정 관행과 독과점 규제에 칼을 대겠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카카오톡 먹통에서 시작된 '카톡대란'으로 사회적 혼란이 야기되면서 정부 내에서 불거진 대형 플랫폼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불과 2달 여만에 구체적인 액션 플랜으로 돌아온 것이다.


정부는 지난 9월 윤석열 대통령이 뉴욕대 주최 포럼의 기조연설에서 발표한 '뉴욕 구상', 즉 플랫폼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플랫폼·시장 참여자가 모두 성장하는 상생 환경을 위한 대책을 준비해오다, 카톡대란을 계기로 규제쪽에 무게가 실린 것이다.

범정부 차원서 빅테크의 지배력 남용 규제 강화

과기정통부의 주도하에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관계부처 합작으로 마련한 '혁신과 공정의 디지털 플랫폼 발전 방안'을 보면 범정부 차원에서 거대 디지털 플랫폼 기업의 시장 지배력 남용과 무분별한 사업확장 등 폐해에 대해 엄정한 법·제도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정부의 이번 플랫폼 발전방안은 '세계를 선도하는 디지털 플랫폼 경제·사회 실현'이라는 비전 아래 '혁신과 글로벌', '자율과 공정', '신뢰와 포용' 3가지 원칙을 내세운다. 여기에 '세계를 선도하는 플랫폼 산업 육성',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 '건강한 플랫폼 사회 구현'이란 3대 전략과 9가지 핵심 과제가 뒤를 받친다.


이는 한마디로 함축하면 전도 유망한 플랫폼의 해외 진출과 혁신 플랫폼의 성장을 기술 및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동시에 기득권을 갖고 있는 대형 플랫폼의 공정 경쟁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채찍'만 댈 수 없으니 '당근'도 같이 제시한 모양새다.


정부는 우선 대형 플랫폼의 전방위적 확장에 따른 독과점과 불공정거래 폐해에 제동을 걸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독과점 폐해를 엄정히 규율하기 위해 플랫폼 특성을 반영한 '독과점 심사 지침'을 제정키로 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심사지침은 기존의 전통 산업을 토대로 만들어져 신산업인 플랫폼 기업을 제대로 감독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정부는 온라인 플랫폼의 주요 특성인 교차 네트워크 효과, 즉 플랫폼 이용자 수 증가가 편익에 영향을 미치는 것과 시장 경계가 불분명한 점 등을 반영해 기준을 타이트하게 새로 정할 방침이다. 위반 행위 유형도 구체화함으로써 엄정한 법의 잣대로 대형 플랫폼을 심판하겠다는 전략이다.

무분별한 사업 확장용 빅테크 M&A '급제동'

막강 자본력과 플랫폼 파워를 바탕으로 한 대형 플랫폼들의 소위 문어발식 사업확장도 제동을 걸 방침이다. 즉,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목적으로 벌이는 기업결합(M&A)을 실효성 있게 방지하기 위한 심사기준을 플랫폼의 특성에 맞춰 개정한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와함께 앱마켓 경쟁을 활성화하고, 앱마켓이 제공하는 앱에서 유료 콘텐츠를 결제하는 방식인 '인앱결제'를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키로 했다. 이는 구글,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업체들이 '인앱결제 강제화'로 논란을 빚은 것에 대한 대응이다.


또한 구글스토어, 앱스토어 등 앱마켓이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멀티호밍'(경쟁 플랫폼 이용)을 제한하는 행위 등 불공정 경쟁 행위에 대해서도 매스를 댄다. 이에 따라 방통위와 공정위를 통해 소비자 피해 예방과 권익 보호 차원에서 '앱마켓 운영 실태'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플랫폼발전방안이 지나치게 규제위주의 정책이란 업계의 우려를 인식, 법·제도적 규제와 함께 플랫폼 스스로 시행하는 자율규제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내년 8월 발족하는 '플랫폼 자율기구'의 법적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업종과 분야별로 자율 규약 등을 준비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 누구나 안심하고 다같이 누리는 건강한 플랫폼 이용환경 조성 차원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데이터 센터와 네이버·카카오 등의 부가통신사업자를 재난관리 의무 대상에 추가하기로 했다. 이와함께 카톡대란과 같은 재난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설비분산·다중화 등을 통해 안전한 플랫폼 서비스 기반 조성을 유도해 나갈 방침이다.


이종호 과기부정통부 장관은 "플랫폼발전방안은 우리나라 디지털 플랫폼 질서 정립의 첫걸음이자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 경제·사회 선도를 향한 강력한 의지를 국가 차원의 정책으로 마련한 것"이라며 "정부 역량을 총 결집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고 디지털 신질서 구현의 이정표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과도한 규제, 플랫폼 국제경쟁력 약화" 지적도

정부가 소비자 보호와 공정 경쟁 환경 조성이란 명분 아래 대형 플랫폼에 대한 집중 견제와 규제에 나섬에 따라 빅테크의 높은 벽에 막혀 제대로 꿈도 펼쳐 보지 못하고 좌초하고 있는 많은 스타트업들과 벤처업계에 새로운 기회의 장이 열릴 전망이다.


중소 플랫폼 관계자들은 이번 정부 플랫폼 발전방안에 대해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번 정부안이 후발 플랫폼의 건전한 성장과 공정 경쟁을 유도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AI 기반의 플랫폼 사업을 준비중인 스타트업의 대표는 "그간 많은 스타트업들이 밤새워가며 아이디어를 내고 비즈니스모델을 준비해 사업에 착수하도 네이버나 카카오같은 빅테크기업들의 횡포에 좋은 먹잇감밖에 되지 않았던게 현실"이라고 전제하며 "정부의 이번 발전방안이 제2의 카카오, 제2의 네이버를 꿈꾸는 스타트업들이 다시 도전하는데 새희망을 던져준 것 같다"고 강조했다.


중소 플랫폼 업계 관계자들은 "플랫폼의 혁신과 기업을 지원하는 동시에 공정 질서를 세우겠다는 정부 발표에 공감한다"면서도 "이번 방안이 보다 긍정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선 앞으로 자주 업계와 소통하면서 합리적인 세부 실천 방안을 마련하는게 매우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대형 플랫폼업체들이다. 카톡대란을 계기로 대형플랫폼업체들에 대한 국민여론이 악화되면서 자율규제와 자정노력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번 정부안이 과도한 규제위주의 정책들로 채워졌다고 볼멘소리다.


대형 플랫폼들은 자칫 정부의 규제 움직임이 국내 플랫폼 산업의 동력을 떨어뜨리고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나아가 스타트업부터 중소 벤처기업, 유니콘, 대형 플랫폼으로 연결된 IT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걱정이다.


한 관계자는 "정부가 자율규제 기조를 이어가고, 중복·과잉 규제가 되지 않도록 해 해외 빅테크들과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진흥과 육성에 더 많은 정책적 노력이 수반돼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의 대안으로 내놨던 자율규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분위기에 법적규제를 강화하는 점은 아쉽다"고 덧붙였다.


방대한 유저풀과 촘촘하게 연결된 밸류체인을 보유한 빅테크기업의 독과점 횡포를 더이상 좌시하지 않고, 공정경쟁의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인해 국내 플랫폼 관련 산업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바로 설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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