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은행, AI로 신분증은 잡는다지만…42억 부당대출은 계약서가 뚫렸다
17일 전 영업점 판별 시스템 도입
허위 매매계약서·고객확인의무 위반까지 막을 내부통제는 별도 과제
김연수 기자
kys@sateconomy.co.kr | 2026-06-23 14:33:03
Sh수협은행이 인공지능(AI)을 앞세워 내부통제 강화에 나섰다. 지난 17일 전 영업점에 AI 기반 대면 신분증 사본판별 시스템을 도입했다. 위·변조 신분증과 명의도용 대출, 대포통장 개설을 막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수협은행의 내부통제 논란은 신분증 문제만으로 설명되거나 해결되지 않는다. 과거 수협은행에서 문제가 된 것은 신분증보다 계약서였고, 고객확인 절차였으며 여신심사 체계였다.
대표 사례가 42억700만원 규모 부당대출 의심 사고다. 이 사고는 허위로 부풀린 부동산 매매계약서를 근거로 대출이 취급된 사안이다. 최초 공시 당시 사고금액은 27억원, 발생 기간은 2023년 8월 18일부터 25일까지 약 1주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후 사고금액은 42억700만원으로, 발생 기간은 2020년 7월 20일부터 2023년 12월 4일까지 약 3년 4개월로 정정됐다. 단순 착오로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더 무거운 문제는 내부 직원 관여 의혹이다. 외부인이 허위 매매계약서를 이용해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은행 내부 직원 1명이 이를 알고도 대출을 내주는 방식으로 공모한 것으로 은행은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질문은 분명해진다. 허위 계약서는 왜 걸러지지 않았나. 3년 넘게 이어진 의심 거래를 영업점과 본부, 감사 조직은 왜 먼저 찾아내지 못했나.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과태료 제재도 같은 맥락이다. 수협은행은 강화된 고객확인의무 위반으로 10억원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위반 시점은 2021년 4월 21일부터 8월 5일까지로 알려졌다. 강화된 고객확인의무 대상 고객 86명의 신규 계좌 개설 과정에서 주소 확인 등을 제대로 하지 않은 사안이다. 제재조치일은 올해 3월 23일이다.
부당대출과 FIU 제재는 별개 사건이다. 그러나 본질은 같다. 은행이 거래 상대방과 거래 서류를 제대로 확인했느냐의 문제다. 하나는 여신심사에서, 다른 하나는 자금세탁방지 절차에서 구멍이 났다. AI가 신분증 위·변조를 잡아낼 수는 있다. 하지만 허위 매매계약서, 부풀린 담보가치, 고위험 고객의 거래 목적까지 자동으로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수협은행의 1분기 실적도 이런 통제 문제를 가볍게 넘기기 어렵게 만든다. 당기순이익은 771억2000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4% 늘었지만, 순이자이익은 5.8% 줄었다. 순이자마진은 1.60%에서 1.36%로 낮아졌다. 기업여신 고정이하여신비율도 1.04%로 1%대를 넘어섰다. 본업 마진이 약해지고 기업여신 건전성 부담이 커지는 국면에서 부당대출과 고객확인 실패는 단순 평판 문제가 아니다. 실제 손실과 제재 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리스크다.
수협은행의 AI 시스템 도입은 필요한 조치다. 그러나 내부통제의 본질은 새 장비 도입이 아니다. 어떤 서류를 누가 확인하고 예외 거래를 누가 승인하며,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느 임원이 책임지는 지가 핵심이다. 신분증은 AI가 볼 수 있다. 그러나 은행의 리스크는 계약서, 고객정보, 담보가치, 승인권자 책임까지 함께 통제될 때 줄어든다.
수협은행이 답해야 할 질문은 하나다. AI로 신분증은 잡는다지만, 42억원 부당대출을 만든 계약서의 구멍까지 막을 준비는 끝났는가.
토요경제 / 김연수 기자 ky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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