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LG, 중소형 OLED 설비투자 박차...'삼성 추격' 고삐 당긴다
10억달러 조달, 베트남 모듈 생산능력 대폭 확충키로...대형 이어 중소형 OLED시장 적극 공략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 2022-06-15 14:19:25
LG디스플레이가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등과 협약을 맺고 10억달러의 자금을 조달,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투자를 집중한다. LG는 이번에 조달하는 자금을 중소형 OLED 모듈사업장이 있는 베트남 공장의 모듈라인 증설과 기반시설 구축에 집중 투입키로 했다. 이 부문 선두 삼성전자에 대한 추격의 고삐를 당기기 시작한 것이다.
LG는 현재 중소형 OLED패널은 파주공장, 모듈은 베트남 공장에서 주력 생산 중이다. 모듈은 패널을 기반으로 앞서 작년 8월 LG는 중소형 OLED 시장 대응을 위한 생산능력 확충을 통한 신규 시장 개척과 미래 성장동력 강화를 위해 2024년까지 3조3천억원의 시설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파주공장의 중소형 OLED 생산라인을 대폭 증설하고 있다. LG는 현재 중소형에 특화된 6세대(1500mm×1850mm) OLED라인 증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에 베트남 현지공장에 대한 대대적인 모듈 생산라인 확충에 나서는 것도 파주공장 증설로 인한 중소형 OLED패널에 생산량 증가에 보조를 맞추기 위한 것이다.
라이벌 삼성과의 자존심 싸움 본격화
TV용 대형 OLED 부문 절대 강자인 LG가 중소형 부문에 대한 패널 및 모듈 설비투자를 대폭 확대함에 따라 현재 중소형 OLED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영원한 라이벌 삼성과의 주도권 싸움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삼성 역시 중소형 OLED 분야의 독보적인 시장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대대적인 설비 투자를 단행 중이다. 이에 따라 두 회사의 디스플레이 전쟁이 LCD에 이어 중소형 OLED로 전장을 옮겨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의 이번 대규모 OLED 시설투자 결정은 대형 OLED부문에서의 절대적인 경쟁력을 바탕으로 중소형 부문에서도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특히 중소형 OLED시장을 석권한 선두 삼성과의 격차를 차츰 줄여나감으로써 OLED부문의 세계1위의 자존심을 되찾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LG는 현재 TV용 대형 OLED분야의 최강자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삼성이 중소형 OLED 시장은 삼성이 석권하고 있지만 대형 부문은 퀀텀닷 디스플레이로 방향을 튼 것도 LG를 의식한 때문이라는게 업계의 정설이다. 그러나 스마트폰, 태블릿 등에 주로 사용되는 중소형 OLED만큼의 삼성의 독주 체제가 대단히 공고하다. 삼성은 LG와의 큰 격차를 유지하며 부동의 1위를 질주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시장조사업체인 옴디아에 따르면 중소형 OLED시장은 1, 2위인 삼성과 LG가 양분하며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지만, 삼성의 점유율이 70%를 넘나들고 있을 정도다. LG가 대대적인 설비투자를 통해 삼성 추격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당분간 삼성의 독주체제를 무너트리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만큼 중소형 OLED 부문은 삼성의 지배력이 워낙 강하다.
중소형 OLED 수요 확대에 탄력적 대응
LG는 그러나, 작년을 기점으로 중소형 OLED도 시장점유율에서 두 자릿수로 올라선 만큼 대대적인 설비투자를 수반할 경우 시장 점유율 상승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는 이번 10억달러 자본조달에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의 지급 보증을 토대로 호주뉴질랜드은행, 홍콩상하이은행, 씨티은행, 스페인 카이샤 은행 등 글로벌 금융 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유치한다. 이는 LG기술력과 잠재력이 국제적으로 인정된 것으로 평가된다.
LG측은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시장의 금리인상 기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도 다수의 글로벌 금융 기관들이 이번 자금 조달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은 LG OLED 기술의 우수성과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LG는 사실 삼성보다 먼저 디스플레이사업의 무게 중심을 OLED로 옮겼다. LCD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고 OLED에 투자를 집중해왔다. 다만 TV에 사용되는 기술인 능동형(AM) OLED에 전력을 집중한 탓에 중소형 제품에 응용되는 수동형(PM) OLED에 전력을 집중한 삼성에 시장을 고스란히 내줘야했다. 특히 LG는 구광모 회장체제 출범 이후 계열사인 LG전자가 스마트폰사업을 포기함에 따라 자체 수요가 없어지면서 중소형 OLED사업의 추진 동력을 잃었던 게 저간의 사정이다.
그러나, 중소형 OLED 시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중소형 OLED는 스마트폰에 시작해 태블릿, 노트북, 모니터, 자동차 전장 등으로 수요가 끊임없이 확대되고 있다. TV 등 시장이 한정돼 있는 대형제품과 달리 중소형 분야는 응용분야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전기차가 자동차시장의 대세로 떠오르면서 전기차용 OLED 시장이 급팽창중이다.
전장용 OLED부문에 나름대로 강점을 지닌 LG로서는 중소형 OLED설비 증설의 당위성이 그만큼 커진 셈이다. LG는 현재 플라스틱원판 기반의 P-OLED부문의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은 자동차용 OLED에 특화된 것으로 앞으로도 LG가 삼성에 비교우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디스플레업체 추격 겨냥한 포석
LG의 공격적인 중소형 OLED 투자는 'OLED만큼은 절대로 중국에 내 줄 수없다'는 절박감에서 비롯된 결과로도 보인다. 실제 중국은 BOE를 필두로 티안마, 버전옥스, COST 등 디스플레이 전문업체들이 중소형 OLED에 대한 대대적인 설비투자를 단행하며, 삼성과 LG에 대한 추격의 고삐를 당기기 시작했다. 옴디아에 따르면 중국 디스플레이 1위 BOE의 중소형 OLED패널 점유율은 2019년 5%대에서 올해는 10% 초중반대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예측했다.
나머지 중국업체들 몫까지 포함하면, 중국업체들의 중소형 OLED시장 점유율은 올해 20%중반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는게 옴디아의 예상이다. 업계에선 중소형 OLED투자를 늘리고 있는 LG가 삼성 추격이 먼저가 아니라 정작 중국업체들을 따돌리는 일이 더 시급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자칫하다간 중소형 부문에서 기회 자체를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LG와 삼성은 과거 LCD부문에서 독보적인 시장지배력을 갖추며 세계시장을 좌지우지하다가 대대적인 설비투자를 통해 저가공세에 나선 중국 BOE 등에 추격을 허용하며 1위 자리를 내준 쓰라린 경험이 있다. OLED의 기술면에서 중국에 비해 상당히 앞서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칫하다간 LCD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정부의 법인세 인하, 세제 혜택 등을 등에 업고 생산량을 대폭 늘리며 LCD시장을 제패했듯 OLED 분야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개연성이 충분하다"며 "LG, 삼성 등 국내업체들도 방심하다 허를 찔리지 않도록 연구개발과 생산능력 확충에 만전을 기해야한다"고 강조한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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