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간신히 적자면한 삼성의 반도체....빛 바랜 '매출300조'

삼성, 4Q 반도체 영업익 97% 급감한 2700억 그쳐...메모리값 폭락에 적자위기
1분기 적자전환 가능성 우려...이익률악화에 사상 첫 年매출 300조 의미 퇴색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 2023-01-31 14:13:32

▲삼성전자의 반도체부문이 예상보다 부진의 골이 깊은 탓에 작년 4분기에 겨우 적자를 면했다. 사진은 삼성 서초 사옥. <사진=연합뉴스제공>

 

삼성전자가 미국과 일본의 기라성같은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1위에 등극한 이후 반도체 부문은 줄곧 삼성의 먹거리를 책임져왔다. 

 

삼성 특유의 과감한 설비투자에 이은 수율 개선이 높은 이익률로 이어지며 전체 영업이익의 60~70%가 반도체에서 나왔다.

 
삼성의 실적을 지탱하는 버팀목 역할을 했던 반도체 부문이 최악의 부진에 빠졌다. 이제까지 한번도 겪어 보지 못한 최악의 수요 감소와 판매단가 하락이 겹쳐 지난 4분기에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20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음에도 영업이익은 고작 2천억원대에 그쳤다. 적자를 간신히 면한 수준이다. 한 때 매출 대비 이익률 50%를 넘나들던 삼성의 반도체부문의 영입이익이 1%대로 쪼그라든 것이다.


전 세계가 부러워했던 삼성의 반도체였다. 삼성은 물론 대한민국의 수출을 책임진 '효자품목'이 반도체였다. 이런 삼성의 반도체가 수출 부진의 주요인인 동시에 삼성 '어닝쇼크'의 주범으로 전락한 것이다.


반도체시장이 침체기를 넘어 혹한기에 비유될 만큼 업황이 안좋은 것은 십분감안한다해도 세계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삼성 반도체의 작년 4분기 실적은 충격적이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반도체 경기와 삼성의 반도체 실적부진이 아직 바닥을 찍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메모리 수요 위축에 ASP 급락이 어닝쇼크 불러

삼성이 31일 공시한 4분기 실적을 보면 가히 충격적이다. 지난 6일 공시한 잠정실적에서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은 이미 발표돼 새로울 게 없다. 하지만, 부문별 실적에서 드러낸 반도체 부문의 성적표가 D학점이 아닌 낙제점(F학점)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반도체 다운사이클(침체기)의 기울기가 예상보다 가파르다는 점에서, 삼성 반도체 부문의 부진은 실적 악화는 충분히 예상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매출 20조700억원에 영업이익이 단 2700억원에 그친 것은 증권가의 예상치를 훨씬 밑도는 어닝쇼크 수준이다. 삼성의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97% 급감한 것이다.


당초 1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시현할 것으로 봤던 삼성의 반도체부문 실적이 적자를 겨우 넘기는 수준에 그친 것은 주력품목인 메모리가 수요위축과 재고량 증가에 따른 평균판매가격(ASP) 하락폭이 증권가와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예상밖 반도체 실적이 공개되자 삼성의 주가는 31일 오후2시18분 현재 전일대비 3.32% 하락한 6만1200원에 거래되며 6만원벽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 메모리반도체는 D램, 플래시메모리 가릴것 없이 주요 고객사들의 총체적인 재고 조정이 지속되면서 ASP 낙폭이 예상보다 더 크게 나타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시스템LSI 역시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4분기 메모리 ASP는 당초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30% 이상 폭락했다.


그나마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의 선전이 삼성 반도체 사업부문의 적자 전환을 막아준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 부문의 부진 속에서 파운드리사업은 주요 고객사용 판매 확대에 힘입어 분기·연간 공히 최대 매출과 함께 영업이익을 냈다고 삼성측은 설명했다.


삼성이 파운드리 만큼은 구체적인 실적을 발표하지 않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다만, 삼성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이 약 16% 안팎인 점과 유일하게 파운드리 부문은 전년동기 대비 성장했다고 발표한 것을 감안하면 작년 4분기에 수천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냈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 측은 이와관련 “첨단공정 중심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고객처를 다변화한 결과, 파운드리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적지않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파운드리 부문 선전이 반도체 적자 전환 막아

반도체 부문의 예상 밖 실적 부진은 삼성의 4분기 전체 실적 악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삼성의 4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총 4조3061억원, 전년 동기 대비 68.95% 감소했다.


삼성의 분기당 영업익이 5조원 아래로 추락한 것은 2014년 3분기(4조600억원) 이후 8년여만에 처음이다. 삼성측은 주력사업인 반도체의 가격 하락 심화, 재고자산 평가손실과 스마트폰 판매 둔화로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밝혔다. 매출액도 70조46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97% 쪼그라들었다.


반도체의 심각한 부진에 비교하면 다른 부문은 부진의 강도가 약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디스플레이(SDC) 부문은 4분기에 매출 9조3100억원, 영업이익 1조8200억원을 올리며 나름대로 선전했다. 연말 성수기 TV용 퀀텀닷 대형 QD-OLED 판매 확대와 LCD 재고 소진으로 적자폭이 완화된 덕분이다.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4분기에 매출 42조7100억원, 영업이익 1조6400억원을 거뒀다. 모바일(MX)의 경우 스마트폰 판매 둔화와 중저가 시장 수요 약세로 인해 매출과 이익이 모두 하락했다.


네트워크는 국내 5G망 증설과 북미 등 해외 사업 확대로 매출이 증가했다. 영상디스플레이(VD)는 연말 성수기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하고 Neo QLED와 초대형 등 프리미엄 제품 중심 판매로 매출과 이익이 모두 증가했다. 생활가전은 시장 악화와 경쟁 심화에 따른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하락했다. 전장 부문은 2분기 연속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반도체의 수익성 악화로 인헤 삼성의 연결 기준 2022년 영업 이익은 전년 대비 15.99% 감소한 총 43조3766억원에 머물렀다. 상반기까지 역대급의 호성적을 냈던 것을 감안하면, 3, 4분기에 얼마나 실적이 악화됐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작년 상반기까지는 글로벌 복합위기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호황 등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하반기 들어 고금리와 경기 침체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코로나 특수가 사라지며 세트(완성품) 소비와 반도체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ASP하락 추세 어어져 1분기 실적 부진 예고

수익성은 악화됐지만, 연간 매출만큼은 강세를 이어갔다. 삼성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매출 300조원을 돌파하며 새 역사를 썼다. 무려 302조2314억원의 매출로 전년 대비 8.09% 증가했다.


13조2100억원의 매출과 88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린 전장 부문 자회사 하만이 삼성이 매출 300조시대를 여는데 마지막 퍼즐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극도의 수익성 악화에 300조시대 진입이란 기록의 빛이 바랬다. 


이제 증권가와 업계의 관심은 삼성 반도체 부문이 1분기에 적자로 전환할 지에 쏠려있다. 최근 반도체 ASP하락 추이를 감안하면, 가능성이 낮지 않다. 삼성의 반도체부문이 1분기에 적자로 돌아선다면 무려 15년만의 적자를 내는 것이다.

 

반도체 시장이 바닥을 찍고 반등하지 않는 한 삼성의 전체 실적 부진은 당분간 지속될 개연성이 크다. 1분기가 3분의 1이 지난 현재 글로벌 IT 수요 부진과 반도체 시황 약세는 여전하다. 특별한 대반전이 일어나지 않는 한 1분기 삼성의 실적 하락 폭은 어느 수준일 지 가늠하기 어렵다.


오는 2일(한국시각) 공식 출시되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최신작 갤럭시S23시리즈에 한가닥 희망을 걸만하지만, 스마트폰 시장 역시 침체기에 빠져 있어 삼성의 1분기 실적이 극적 반전드라마를 쓸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업계 전문가들은 전방시장인 글로벌 IT시장 흐름을 종합해볼때 삼성의 실적이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것은 3분기에나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한편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이날 컨퍼런스콜을 통해 "국내외를 망라한 신규 생산거점 확보에 대해 다양한 조건과 가능성을 열어놓고 여러 사항을 고려해 검토해나갈 예정"이라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 국내외 반도체 생산 거점 추가 확보를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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