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파업 일주일째 ‘병원 뺑뺑이’ 현실화… 정부, 29일 마지노선 제시
이달 말 계약 종료 ‘전임의’ 동참 가능성에… 진짜 ‘병원 셧다운’ 올 수도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 2024-02-26 14:11:52
의대 정원에 반발한 의료진 파업이 일주일째인 26일 정부가 오는 29일을 병원 복귀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다. 지난 20일부터 진료를 거부하고 있는 전공의 (인턴,레지던트)들의 무더기 행정·사법처리가 진행될 가능성이 나온다.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는 “근무지 이탈 전공의들에게 오는 29일까지 근무지로 복귀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정부는 해당 기한까지 근무지에 복귀하는 전공의에게는 현행법 위반에 대해 최대한 정상 참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3월부터는 미복귀자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최소 3개월의 면허정지 처분과 수사, 기소 등 사법절차의 진행이 불가피하다”며 “면허정지 처분은 그 사유가 기록에 남아 해외취업 등 이후 진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달라”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는 이 시한까지 유화책을 제시하며 협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마지노선을 29일로 둔 것은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전문의(펠로)까지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병원 내 전문의 중 가장 젊은 전임의들의 계약 시점이 이달 말까지인 상황이 반영된 것이다.
전임의는 전공의 과정을 마친 뒤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병원에 남아 세부 전공을 배우는 의사들이다.
전임의들 사이에서 재개약을 하지 않겠다는 움직임이 나오면서, 내달부터는 전임의들도 대거 의료현장을 떠나 진짜 병원 셧다운이 올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현재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빈자리는 전임의와 교수들이 메워 외래 진료와 수술, 입원환자 관리, 야간당직 등을 도맡고 있다.
이 같은 의료진 공백에 심정지 환자가 병원을 돌다가 사망한 사례도 발생했다.
지난 23일 의식 장애를 겪던 80대 여성 A씨는 심정지 상태로 구급차에 실려 갔다. 하지만 병상 없음, 전문의·의료진 부재, 중환자 진료 불가 등 사유로 병원 7곳에서 수용 불가 통보를 받았다. 53분 만에야 대전 한 대학병원(3차 의료기관)에 도착한 후 A씨는 사망 판정을 받았다.
대전시 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0일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로 인한 구급대 지연 이송 건수는 모두 23건으로 집계됐다.
이날 오전 1시쯤에 40대 남성이 경련을 일으켜 구급차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의료진 파업 등 사유로 병원 8곳으로부터 수용 불가를 통보받은 뒤 37분 만에야 한 대학병원에 이송됐다. 전날에는 30대 외국인 여성이 복통과 하혈 등의 증세로 구급차로 병원을 찾았으나 병원 14곳에서 거부당해 3시간 만에야 대학병원으로 옮겨졌다.
지난 24일에는 혈뇨와 옆구리 통증, 고열 등 증세를 호소한 70대 여성이 병원 12곳에서 수용 불가를 통보받자 1시간 만에 결국 자차를 이용해 서울 소재 병원으로 간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에서도 현재까지 이송 지연 건수는 42건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6건은 부산에서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지 못해 다른 시도로 이송됐다.
이송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린 경우는 2시간 가량이다. 지난 21일 오후 4시 20분께 부산 부산진구에서 다리를 다친 70대 여성은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을 찾다가 결국 경남 창원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다.
소방당국은 언제든 이송 지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상황을 면밀히 살피는 한편 의료 현장의 혼란을 고려해 비응급 상황 시 119 신고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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