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브랜드 값, 공정위 검증대에 올라
식품·콘텐츠·유통 키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쟁점은 사용료 자체보다 산정 근거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 2026-07-09 14:10:28
공정거래위원회가 CJ그룹의 상표권 사용료 거래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핵심은 CJ 브랜드의 가치가 있느냐가 아니다. 계열사들이 지주회사 CJ㈜에 지급한 브랜드 사용료가 실제 편익과 합리적 기준에 따라 산정됐는지다.
식품·콘텐츠·유통을 묶어 한국형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키운 CJ가 이제 그 브랜드값의 계산 방식을 설명해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9일 재계와 공정거래 당국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7일 서울 중구 CJ그룹 본사 등에 조사관을 보내 계열사 간 상표권 사용료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조사 대상에는 CJ㈜와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CJ프레시웨이 등 주요 계열사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CJ 계열사들이 ‘CJ’ 상표를 사용하는 대가로 지급한 사용료가 적정했는지, 이 과정에서 부당한 내부거래가 있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상표권 사용료는 계열사가 그룹 브랜드를 쓰는 대가로 지주회사에 내는 로열티다.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브랜드는 기업의 자산이고, 계열사가 그 브랜드를 통해 신뢰도와 영업상 편익을 얻는다면 대가를 지급하는 것은 정상적인 거래다.
CJ는 이 논리가 비교적 분명한 그룹이다. CJ제일제당은 식품, CJ ENM은 콘텐츠, CJ올리브영은 유통, CJ대한통운은 물류를 맡고 있다. 사업은 다르지만 소비자는 이들을 ‘CJ’라는 이름으로 인식한다.
특히 CJ는 K푸드, K콘텐츠, 헬스앤뷰티 유통을 결합해 국내외에서 생활문화 브랜드 이미지를 쌓아왔다. 계열사들이 CJ 브랜드를 통해 얻는 경제적 편익도 작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브랜드 가치가 있다는 것과 사용료 산정이 적정했다는 것은 별개다. 공정위 조사의 초점도 여기에 있다. CJ㈜는 2024년 상표권 사용료로 1347억원을 수취했다. 매출액 대비 상표권 사용료 비중은 54.8%로 공시대상기업집단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CJ㈜에 대한 이재현 회장 등 총수일가 지분율은 44.9% 수준이다.
이 구조에서는 상표권 사용료가 단순 내부거래를 넘어 지배구조 쟁점이 된다. 계열사가 낸 비용은 지주회사 수익이 된다. 지주회사 지분을 총수일가가 많이 보유하고 있다면, 사용료 산정이 과도할 경우 계열사 이익이 지주회사와 총수일가 쪽으로 이전되는 효과가 생길 수 있다. 상장 계열사의 일반 주주 입장에서도 비용 부담의 적정성이 중요하다.
요율도 검증 대상이다. CJ는 매출액에서 광고선전비 등을 제외한 금액에 0.4% 안팎의 요율을 적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SK, LG, 롯데, 포스코, GS 등 상당수 대기업집단이 0.2% 안팎의 요율을 적용하는 것과 비교하면 높은 편이다. 다만 요율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위법이라고 볼 수는 없다. 업종별 브랜드 기여도와 계열사별 편익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쟁점은 숫자 하나가 아니라 산식이다. 어떤 매출을 기준으로 삼았는지, 광고선전비를 어떻게 차감했는지, 계열사별 브랜드 편익 차이를 반영했는지, 이사회와 내부거래 심의 절차를 거쳤는지가 관건이다. CJ 브랜드가 계열사 매출과 신뢰도에 기여했다면 그 근거를 객관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공정위가 앞서 한화그룹을 조사한 점도 주목된다. 공정위는 지난달 ㈜한화와 한화솔루션,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등을 상대로 상표권 사용료 관련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한화와 CJ는 모두 상대적으로 높은 요율을 적용한 그룹으로 꼽힌다. 이번 조사가 CJ 한 곳에 그치지 않고 대기업 지주회사 수익모델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대기업집단의 상표권 사용료 시장은 이미 2조원대로 커졌다.
브랜드 사용료는 배당, 경영자문료와 함께 지주회사의 주요 수익원이 됐다. 이 때문에 공정위는 상표권 거래가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회사로 이익을 이전하는 통로로 활용됐는지를 꾸준히 살펴보고 있다.
CJ 입장에서는 브랜드 경영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CJ라는 브랜드로 식품과 콘텐츠, 유통을 하나의 생활문화 이미지로 묶은 성과도 있다. 그러나 그 브랜드 가치가 계열사별로 어떻게 배분됐고, 어떤 기준으로 현금화됐는지는 별도로 검증받아야 한다.
이번 조사는 CJ 브랜드의 우수성을 부정하는 절차가 아니다. 브랜드값을 누가, 얼마만큼, 어떤 기준으로 부담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다.
CJ가 합리적인 산정 근거와 내부 통제 절차를 제시한다면 이번 조사는 지주회사 브랜드 수익모델의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반대로 근거가 부족하거나 계열사별 편익과 동떨어진 요율이 확인될 경우 상표권 사용료는 사익편취 논란의 중심에 설 수 있다.
CJ 브랜드는 강하다. 그래서 더 정교한 설명이 필요하다. 이번 공정위의 움직임은 그런 점에서 브랜드가 기업의 자산이라면, 그 자산의 가격표도 시장과 주주가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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