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호 칼럼] 금감원, 선 넘으면 관치

KB국민·신한·하나·우리·NH 은행장 인사 앞둬
후보 검증 넘어 인사 영향 땐 ‘그림자 거부권’
감독은 절차까지…사람 선택은 이사회 몫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 2026-09-16 14:09:47

▲ 임종호 토요경제신문 편집국장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 CEO 승계 절차를 감독할 수 있다. 그러나 누가 은행장이 될지까지 영향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 감독은 절차까지다. 사람을 고르는 것은 이사회의 몫이다. 이 선을 넘으면 지배구조 개선이 아니라 관치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16일 금융지주 자회사 CEO 승계절차가 대부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자격요건이 모호하고 후보 검증기간이 충분하지 않으며 상시후보군 관리도 형식적이라는 것이다. 자회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역할도 제한적이라고 했다.

문제 제기에는 근거가 있다. 금융지주 회장이나 소수 경영진이 은행장과 계열사 대표 후보를 사실상 정하고 자회사 이사회가 이를 추인한다면 고쳐야 한다. 후보 선정 기준과 검증 과정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임추위가 이름뿐인 기구라면 이사회 독립성도 기대하기 어렵다.

금감원이 여기까지 들여다보는 것은 감독의 영역이다.

문제는 특정 후보에 대한 판단까지 들어갈 때다. 감독당국이 특정 인물의 적정성을 사실상 평가하고 그 신호에 따라 후보가 바뀐다면 법에 없는 ‘그림자 거부권’이 생긴다. 공식적으로는 이사회가 결정하지만 실제로는 감독당국의 의중을 먼저 살피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올해 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을 비롯한 주요 금융그룹에서 대규모 CEO 인사가 예정돼 있다. 이사회가 후보자의 능력보다 감독당국의 반응을 먼저 계산하기 시작한다면 승계 투명성을 높이려던 애초 제도의 취지는 거꾸로 간다.

미국과 일본도 금융회사 CEO 승계를 감독한다. 하지만 기본 원칙은 이사회 책임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대형 금융회사 이사회가 CEO 승계계획을 마련하고 경영진을 평가하도록 한다. 감독당국은 그 절차와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살핀다. 일본 금융청도 독립 사외이사와 지명위원회의 역할을 중시한다. 감독당국이 사람을 고르는 게 아니다. 이사회가 제대로 고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둔다.

한국도 다를 이유가 없다. CEO를 잘못 뽑아 경영에 실패하면 책임은 이사회와 주주가 진다. 그런데 사람을 고르는 과정에서는 감독당국의 과도한 영향력이 작동하고 결과에 대한 책임은 이사회가 부담한다면 권한과 책임이 맞지 않는다.

더구나 금융위원회가 추진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제도는 논의 중인데 감독 메시지부터 강하게 나온다면 금융회사는 규정보다 당국의 신호나 의중을 먼저 읽으려 들 것이다.

금융지주 ‘자추위’의 폐쇄성은 고쳐야 한다. 자회사 ‘임추위’도 실질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후보를 어떻게 검증했고 왜 선택했는지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해법이 금융당국의 인사 영향력 확대여서는 안 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연말 인사에서 봐야 할 것도 단순히 누가 연임하느냐가 아니다. 지주와 이사회가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골랐는지, 금감원이 그 과정을 어디까지 들어왔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금감원은 승계 절차를 들여다볼 수 있다. 그러나 사람까지 고르려 해서는 안 된다. 공식 거부권보다 더 경계해야 할 것은 보이지 않는 ‘그림자 거부권’이다.

그 선을 넘으면 그건 감독이 아니라 관치다.

 

토요경제 / 임종호 편집국장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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