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카드사, 이제는 ‘브랜드의 늪’에서 나와야 한다
김연수 기자
kys@sateconomy.co.kr | 2026-06-16 15:17:46
소비자는 카드사의 금융 서비스보다 브랜드가 제공하는 혜택을 선택했고, 카드사는 그 후광을 누렸다. 하지만 이제 그 공식이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스타벅스를 둘러싼 논란은 그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논란 이후 삼성카드의 관련 제휴카드 해지 건수는 기존 88건에서 188건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우리카드의 제휴카드 발급은 88%나 급감했다. 신한카드 역시 출시를 준비하던 스타벅스 PLCC를 보류했다. 카드 자체의 서비스 문제가 아니라 제휴사의 평판 변화만으로도 상품 전략과 영업 계획이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문제는 카드사의 기초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데 있다. 지난해 7개 전업카드사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7722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1355억원) 대비 17% 이상 감소했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카드채 금리 상승에 따른 조달 비용 부담은 커졌다. 연체율도 평균 1% 후반대로 높아지며 일부 카드사는 2%를 넘어섰다.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결국 손실에 대비한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고, 이는 고스란히 순이익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도 업계는 여전히 막대한 비용을 PLCC 경쟁에 쏟아붓고 있다. 제휴카드 한 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브랜드 사용료를 비롯해 포인트 적립 재원, 할인 혜택 보전, 광고비, 회원 모집 비용 등이 지속적으로 투입된다.
실제 카드업계의 마케팅 비용은 매년 공격적으로 늘어났지만, 신용판매 결제액의 공헌이익률은 0.04% 수준까지 추락했다. 고객을 많이 확보할수록 리워드와 마케팅 비용도 함께 증가하는 ‘밑 빠진 독’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특히 현대카드의 무신사(2026년 4월), 네이버(2026년 8월), 대한항공(2026년 12월) 등 핵심 제휴 계약 만료가 잇따라 예고된 상황은 특정 브랜드 의존도가 얼마나 큰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반면 삼성카드가 최근 마케팅 비용을 효율화하고 비용 구조 재편에 집중하며 10년 만에 업계 순이익 1위를 탈환한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화려한 외형 확장보다 본질적인 수익성과 내실을 다지는 전략이 더 강한 경쟁력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PLCC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카드사가 자신의 핵심 경쟁력을 브랜드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순이익은 줄고 조달 비용과 연체율은 오르는 상황에서 제휴 유지 비용까지 계속 불어난다면 카드사가 감당해야 할 부담은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제 카드사들이 고민해야 할 것은 ‘어느 브랜드와 협업할 것인가’가 아니다. 금융사로서 고객에게 어떤 실질적인 혜택과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것인지, 그리고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다.
브랜드는 고객을 처음 끌어오는 수단일 수는 있어도 영원한 경쟁력은 될 수 없다. 화려한 후광에 기대는 것을 벗어나 금융 본연의 가치로 돌아가는 것, 그것이 카드업계가 지금 가장 시급하게 풀어야 할 과제다.
토요경제 / 김연수 기자 ky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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