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기획]'몸값' 확 낮춘 테슬라의 반격...고민 깊어지는 현대車

모델3 등 최대 20% 인하 '저가 공세'..파격적 보급형모델 출시 임박
가격 내린 중국선 1월 돌풍...테슬라발 '저가경쟁' 현대車 부담 커져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 2023-02-27 14:07:42

▲테슬라의 전세계적으로 판매가격을 대폭 낮추며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건물에서 충전 중인 테슬라 승용차들. <사진=연합뉴스제공>

 

흔들리던 테슬라가 몸값을 확 낮춘 것이 주효, 다시 반등하고 있다. 독보적인 디자인과 기술력을 무기로 글로벌 전기자동차 시장을 장악했던 테슬라가 후발기업의 파상공세에 입지가 약화되자 판매가격을 대폭 낮추며 공세로 전환, 최근 판매량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것이다.


테슬라가 반격의 핵심 카드로 사용한 가격인하 정책이 시장에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애플의 아이폰 전략을 벤치마킹한 듯 후발 경쟁전기차와는 차원이 다른 '프리미엄 전기차'임을 내세워 고가 전략만을 고집했던 테슬라가 과감한 가격인하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는 모습이다.


테슬라의 저가 전략의 핵심 무기는 비교적 보급형에 가까웠던 모델3다. 테슬라는 올들어 모델3를 필두로 주요모델의 판매가격을 최대 20%까지 낮췄다. 효과는 즉각 나타나고 있다.

'가격인하 효과' 테슬라 중국과 미국 판매 상승세

테슬라는 지난 1월 최대 전기차시장 중국에서 의미있는 성장세를 이끌어냈다. 가격인하와 중국정부의 보조금 폐지가 맞물려 판매량이 전월대비 크게 늘어난 것이다. 전문매체 타이메이티에 따르면 중국의 톱10 전기차업체 중에서 테슬라만 유일하게 판매량이 증가했다.


예년보다 빠른 춘제 영향으로 중국 자동차 시장이 크게 위축돼 BYD, 리오토, 광치, 니오, 네타 등 대부분의 중국 전기차업체들이 전월대비 판매량이 급감했는데, 모델3를 중심으로 테슬라만 유일하게 20% 가까이(18.3%) 급증했다. 부동의 1위 BYD가 전월대비 무려 36%나 쪼그라든 것과 비교하면 '테슬라 돌풍'이 불었다.


테슬라의 반등 기세는 미국시장에서도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테슬라는 경기 침체와 경쟁업체들의 시장 진출로 재고가 늘자 지난달 미국 판매가격을 모델별로 최대 20%까지 낮췄다. 이에 따라 지난달 테슬라 차량 주문은 1월에 생산된 물량의 2배 다.


IRA(인플레이션감축법)의 시행으로 차별적인 보조금 특혜까지 받고 있는 테슬라의 가격인하 효과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테슬라의 보급형 세단 모델3 가격이 최근 공격적 가격 인하정책에 힘입어 미국 내 평균 신차 가격보다 낮아진 때문이다.


27일 전기차 매체 테슬라라티에 따르면 현재 모델3 RWD(후륜구동) 모델의 미국 판매가격은 4만2990달러다. 미국내 생산 전기차에 주어지는 세액공제액(7500달러)까지 포함하면 실제 판매가는 3만5550달러로 낮아진다.


이는 동급의 내연기관차 모델인 토요타의 캠리와 비슷하거나 싼 가격이다. 특히 모델3는 전기차 세액공제를 받지 않아도 미국 평균 신차 가격보다 싼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자동차평가 매체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평균 신차가격은 작년 동기 대비 6% 오른 4만9388달러인데, 모델3 가격은 출시 비용을 고려해도 이보다 5천달러 이상 저렴하다.

아이오닉6 美출시 앞둔 현대차 '가격인하' 딜레마

테슬라의 대대적인 가격인하 바람은 한국시장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달 초 5.6%의 가격 인하를 단행한 한국 시장에서도 테슬라는 모델3를 시작으로 판매가를 추가 인하할 것이란 얘기다.


이같은 예상은 현재 국내 전기차 보조금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올해 기준 전기차 보조금은 판매가 5700만원 미만의 경우는 100%를지원하고 5700만원 이상∼8500만원 이하는 절반만 지원한다.


모델3는 가격 인하 후 5999만원의 판매가로 보조금 50%(260만원)를 지원받는데, 판매가를 단 299만원 이상 내리면 보조금 지급이 100%로 확대된다. 테슬라가 판매가를 소폭 인하만해도 5000만원 초반대에 모델3를 구매할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지방 보조금까지 포함하면 3000만원대 중반까지 가격이 내려갈 수도 있다.


모델3를 중심으로 한 테슬라의 저가 공세가 주요 전기차 시장에서 그 위력을 보이면서 전기차 판매에 주력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고민의 강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IRA로 인해 보조금 지원 대상으로 빠진 현대차그룹으로선 테슬라의 가격인하로 특유의 가격경쟁력이 더욱 힘을 잃게된 때문이다.


현대차로선 테슬라발 전기차 가격전쟁에 발맞춰 가격을 큰 폭으로 낮추기도 어려운 구조이다. 테슬라의 경우 독보적인 생산시스템과 바잉 파워를 바탕으로 경쟁업체들에 비해 원가가 크게 낮지만, 현대차와 기아는 상황이 다르다.


현대차는 특히 당장 내달부터 미국 판매를 시작하는 아이오닉6가 세액공제를 받지 못해 테슬라 동급모델보다 가격이 높아지는 상황 자체가 몹시 부담스런 부분이다. 아이오닉5, EV6에 이어 북미시장 전략상품으로 내세운 아이오닉6가 출시 초기부터 암초를 만난 모양새다.


업계 한 관계자는 "IRA에다 북미시장 최대 경쟁업체인 테슬라의 가격인하가 겹쳐 현대차·기아의 어려움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제하며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북미 생산거점을 하루라도 빨리 확보하는 것 외엔 뾰족한 대안이 안보인다"고 지적했다.


현대차의 고민이 커지는 상황에 미국업체를 시작으로 테슬라발 가격 전쟁에 속속 동참하는 분위기다. 머스탱 마하-E의 가격을 최대 8.8% 인하한 포드가 대표적인 곳이다.

내달 1일 테슬라 초저가형 모델 출시 계획 발표 주목

현재 미국 전기차 시장의 테슬라 점유율은 약 65%다. 나머지 35%를 놓고 2위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여러업체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구도다. 테슬라의 가격정책에 따라갈 수도 안따라 가기도 어려운 딜레마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파격적인 가격인하도 모자라 테슬라가 아예 보급형 모델3보다 훨씬 저렴한 초저가 모델 출시를 위해 가속도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내달 1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기가팩토리에서 인베스터데이(투자설명회)에서 초저가 모델의 윤곽과 세부 출시 계획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머스크는 지난해 10월 모델3의 반값에 불과한 저비용 저가 모델 전용 플랫폼을 개발 중이라고 공개한 바 있는데, 이번 투자자 대상 설명회에서 그 디테일을 공개할 것이란 얘기다. 

테슬라가 만약 단돈 3만달러 안팎의 초저가 모델 출시 계획을 공개할 경우 전기차 시장 확대에 새로운 국면 전환이 예상된다.


샘 코러스 ARK연구원은 지난해 해당 이슈가 처음 불거졌을 대 당시 “6만달러 대 전기차는 전체 시장의 5% 이하를 차지하고 있지만, 3만 달러 이하 차량은 점유율 50%까지 시장 확장이 가능하고 수요를 10배로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가 모델이 전기차 시장에 대한 새로운 국면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월가가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모건스탠리의 애널리스트 애덤 조내스는 “테슬라 마스터플랜의 핵심은 지금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전기차의 대중화를 이룰 수 있는 핵심 기술을 공개하는 데 있을 것”이라며 “이는 테슬라와 테슬라 주가의 흐름에 가장 중요한 이벤트 중 하나”라고 말했다.


BYD를 필두로 중국 전기차업체들의 파상공세와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전기차 모델 출시 확대, 그리고 결정적으로 전기차시장 1위 테슬라의 중저가 시장 공략 가속화 등이 복잡하게 얽힌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어떤 묘책을 들고 나올 지 귀추가 주목된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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