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뱁새'가 '황새'를 따라잡을 수 있나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 2022-09-22 14:06:33

<조봉환 토요경제신문 발행인>

 

마치 물가와 전쟁을 벌이는 듯한 모양새다. 물가를 잡기위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전쟁을 방불케할 정도로 공격적이다. Fed가 주도하는 FOMC는 결국 또다시 자이언트스텝을 택했다. 3연속 대폭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3연속 자이언트스텝은 예상했던 일이지만, 제롬 파월 Fed의장의 발언은 조금은 예상 밖으로 강경했다. 지속적인 금리의 대폭인상이 설령 경기침체와 고용축소 등 경제를 악화시키더라도 '2%대 물가'라는 목표를 달성하기까지는 절대로 금리인상 속도를 줄이지 않겠다는 이전보다 더 강한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파월의 이같은 매파적 성향은 향후 기준금리를 예고하는 점도표가 뒷받침한다. FOMC 이사 19명의 의중이 고스란히 담긴 점도표엔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은 4%중반을 향해 있다. 이번 금리인상치보다 1% 이상 높게 잡은 것이다. 특별한 이변, 즉 미국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의 급격한 하락이 수반하지 않는다면 기준금리 스텝을 줄이지 않을 것이며, 당분간 미 CPI의 눈에띄는 하락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얘기다.


파월과 FOMC가 시장의 다소 낙관적인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FOMC는 대대적인 고금리 행진에 따르는 예상 경제성장률을 대폭 하향조정하며 마치 '어디 누가 이기는 지 한번 해보자'는 식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FOMC는 연속되는 자이언트스텝으로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까지 대폭 낮추고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전망을 높이며 물가와의 결전태세를 더욱 공고히하겠다는 심사다.


FOMC는 실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7%에서 0.2%로 대폭 낮췄다. 내년에도 1.7%에서 1.2%로, 내후년 1.9%에서 1.7%로 예측했다. 반면 인플레이션 전망은 올해 5.2%에서 5.4%로, 내년 2.6%에서 2.8%로 내후년 2.2%에서 2.3%로 올려잡았다. 실업률 역시 올해 3.7%에서 3.8%로, 내년 3.9%에서 4.4%로, 내후년 4.1%에서 4.4%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미국의 금리는 우리나라와 연관성이 매우 깊다. 따라서 미국의 대대적인 금리인상으로 한미간의 기준금리 차이가 갈수록 벌어진다면, 금융당국이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경제가 흘러갈 수 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이란 달러로의 쏠림이 가속화될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킹달러' 현상이 더욱 가속화한다면 증시폭락과 환율급등, 이로인한 달러의 급격한 유출로 이어져 결국 제2의 IMF시대를 맞이할지도 모를 일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무역적자와 치솟는 물가도 걱정이다. 미 기준금리의 급등으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과 세계적인 화폐가치의 절하는 글로벌 경기침체를 가속화시켜 우리의 수출에 막대한 차질을 야기할 수 있다. 전경련이 최근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무역적자는 내년2월까지 지속될 것이며, 올해 총 누적 무역적자가 300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런 마당에 글로벌 금융시장 상황이 더 악화된다면 무역수지 개선은 요원할 수 있다.


기준금리 결정을 20일 앞둔 한국은행은 고심하고 있다. 만약 금통위가 베이비스텝을 밟고, 11월 초 미국이 다시 자이언트 스텝을 결정하면 한미간 기준금리 차이는 1.25% 포인트로 커진다. 이렇게되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테고, 원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져 결국 물가상승을 더 부채질할까 걱정이다. 그렇다고 자이언트스텝으로 맞대응하는 것도 쉽게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미국과 달리 우리 경제는 내수 기반이 취약하고 경제의 펀더맨틀이 미국에 비할 바가 아니다. 자칫 초고금리로 인해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장기성장정체의 늪에 빠진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위험수위를 오래전에 넘긴 가계대출 문제가수습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기업은 기업대로 원가상승으로 인한 국제경쟁력 상실이 우려된다. 날개없이 추락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이 더욱 악화될 소지도 다분하다.


성큼성큼 뛰어가고 있는 미국의 기준금리 보폭을 우리가 따라잡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한다. FOMC가 경기침체 상황을 악화시킬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3연속에 이어 4연속 자이언트스텝을 예고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미국경제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와는 근본적으로 상황이 다르다. 격차만이라도 좀 줄여보기 위해 맹목적으로 고금리 기조를 쫓아가는 것은 이제 한계에 다달았다. 길게보면 결코 바람직한 해법은 아니다. 

 

뱁새는 결코 황새를 따라갈 수는 없는게 세상 이치다. 어차피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가 갈수록 벌어질 수 밖는 구조적 한계점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방법은 전략 전술을 바꾸는 길 뿐이다. 차제에 차라리 금리정책의 한계를 보완해줄 다른 정책을 면밀하게 고민해 보는 것은 어떨까.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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