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최대 실적', 하이닉스 '최악 실적'...車와 반도체의 현주소
현대차 1Q 영업익 3조6천억 역대 최다...삼성 넘어 상장사 전체1위
SK하이닉스, 3조4천억 영업손 '어닝쇼크'...단 2분기만 5조4천억적자
수출1위 등극 자동차산업과 '혹한기' 지속 반도체산업 극명히 대비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 2023-04-26 14:03:19
반도체와 자동차는 대한민국의 경제와 산업을 지탱하는 간판 업종이다. 산업파급 효과가 다른산업에 비해 유달리 크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 2위를 다툰다.
글로벌 경쟁력과 시장지배력을 갖춘 반도체는 작년 3분기까지만해도 수출 1위 품목을 유지해온 핵심 중의 핵심업종이다. 자동차가 친환경차 열풍을 등에 업고 눈에띄는 성장세를 보였지만, 반도체에 비견될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작년 4분기를 기점으로 두 업종간의 상황은 완전히 역전됐다. 자동차는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아랑곳없이 고속 질주를 계속하며 급기야 반도체를 제치고 전체 수출1위 품목에 등극했다.
반면 반도체는 최악의 상황이다. 반도체시장은 냉각기-혹한기를 넘어 이젠 빙하기에 비유될 정도다. 수요위축과 가격하락에 수출이 작년의 절반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난공불락이라돈 수출1위 자리마저 자동차에게 내줘야했다.
각각 자동차와 반도체를 대표하는 현대자동차와 SK하이닉스의 엇갈린 1분기 실적은 반도체와 자동차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25, 26일 이틀 간격으로 발표된 두 회사의 1분기 실적을 단 단어로 정의하면 현대차는 '사상 최대', ,SK하이닉스는 '사상 최악'이다.
■ 하이닉스, 2분기 연속 대규모 적자...그룹 전체에 부담
SK하이닉스는 26일 메모리 불황 장기화로 1분기에만 3조4천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2012년 그룹 편입 이후 사상 최대 적자다. SK계열사의 전체 영업이익의 절대지분을 차지하던 핵심계열사 하이닉스가 이젠 '눈덩이 적자'로 그룹 전체의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는 모양새다.
하이닉스 공시 자료에 의하면 연결 기준 올 1분기 영업손실은 3조4023억원이다. 전년해 동기에 2조8639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과 비교하면 6조2천억원이 넘게 빠진셈이다. 시장의 전망치에도 적지않이 밑도는 '어닝쇼크'다.
작년 4분기에 1조898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2012년 3분기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낸 하이닉스로선 2분기 연속 적자를 낸 셈이다. 2개 분기 적자 규모만 합쳐도 무려 5조원이 넘는다.
순손실 역시 2조5855억원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다. 순손실률도 51%에 달한다. 매출도 5조881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58.1% 감소했다.
하이닉스측은 메모리 반도체 다운턴(하강 국면) 상황이 1분기에도 지속되며 수요 부진과 제품 가격 하락 추세가 이어져 전분기 대비 매출이 줄고 영업손실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같은기간 6천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삼성과 달리 하이닉스가 엄청난 영업손실을 낸 것은 수요위축과 가격하락 현상이 유독 두드러진 메모리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탓이다. 삼성과 달리 하이닉스는 반도체 비중이 절대적인 메모리 전문업체이다.
하이닉스는 전체 매출에서 메모리의 비중은 90%가 넘는다. 반도체 외에도 스마트폰, 가전, 통신 등으로 짜여진 삼성의 사업구조와는 확연히 비교된다. 게다가 삼성은 반도체부문애서도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등의 실적이 늘어나며 메모리 비중이 50%가 채 안된다.
■ 현대차 고부차종 위주의 '믹스효과'로 역대급 영업이익
하이닉스와 달리 현대차는 잔칫집 분위기다. 현대차는 1분기에 영업이익 3조5927억원을 냈다고 25일 공시했다. 창업 이후 역대 최대 기록이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무려 86.3%애 달한다. 매출은 37조7787억원으로 24.7% 늘었다.
현대차의 1분기 초우량 성적표는 최근의 글로벌 경제상황에 비춰보면 더욱 고무적이다. 글로벌 복합위기에 따른 경기침체와 금융위기감이 커지며 전반적인 수요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을 딛고 이뤄낸 고성장이기에 그렇다.
현대차의 고성장은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및 기타 부품 수급 상황이 개선됨에 따라 1분기에 생산과 출고가 지난해에 비해 크개 증가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고급차 등 고부가 차종 중심의 믹스 개선, 우호적 환율이 맞물린 효과 덕분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1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총 102만1712대를 판매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3.2% 증가한 수치다. 국내외 판매량이 균형감있게 성장한 것이 눈에띈다.
내수시장에선 작년말 출시한 7세대 그랜저를 필두로 SUV, 제네시스라인업 등 고부가가치 차종이 전년 동기 대비 25.6% 증가한 19만1047대가 판매됐다.
해외 역시 아이오닉6의 글로벌 본격 판매 등에 따른 친환경차 판매 호조로 전년 동기보다 10.7% 늘어난 83만 665대를 팔았다. 대당 수출단가가 높아진데다, 전년동기 대비 환율이 5.6% 상승하며 전체적인 수출액이 크게 늘어났다.
1분기 호성적에 힘입어 현대차는 반도체 업황 악화로 적자전환 위기에 빠진 삼성전자를 압도하는 영업이익을 내며 상장사 전체 1위 자리에 등극했다. 현대차는 영업이익률 면에서더 역대 최고 수준인 9.5%를 기록했다.
계열사인 기아까지 합산하면 현대차그룹의 1분기 자동차부문 영업익은 일본의 자존심 도요타를 능가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도요타의 올 1분기 영업익은 5조원을 역간 넘는 반면,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영업익은 6조원에 육박한다.
■ 2분기도 비슷한 실적 흐름 예상...삼성 반도체감산이 변수
현대차와 하이닉스의 희비가 교차하는 실적은 2분기에도 특별한 이변이 없는한 지속될 전망이다. 현대차는 2분기가 계절적 성수기로 전반적인 실적이 매우 양호할 것으로 확신한다.
공급망재편을 둘러싼 주요국의 갈등, 인플레이션 지속,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 등 글로벌 불확실성도 이미 시장에 충분히 반영된 악재이기에 전체적인 현대차의 성장세를 멈춰세우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현대차가 수익성 방어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만하다. 현대차는 고부가 아이오닉6의 글로벌 판매를 본격화하고, 아이오닉5 N·디 올 뉴 코나 일렉트릭 출시를 통한 전기차 판매 확대, 5세대 완전 변경 싼타페 글로벌 출시 등 고부가 차종 중심의 마케팅 전략에 주력하고 있다.
약달러 현상이 최근 두드러진 것도 현대차에겐 또다른 플러스요인이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우호적인 평균 환율 변동이 1분기 영업이익에 3561억원의 긍정적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했다. 환율은 2분기들어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어 현대차엔 적지않은 환차익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하이닉스의 상황은 암울 그 자체다. 일각에선 1분기 최악의 실적을 냈음에도 아직 바닥을 찍은 것이 아니라고 진단한다. 주력 아이템인 D램 업황이 좀처럼 수요 회복 기미가 없어 재고를 소진하기 전까지는 수요와 출고가격의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증권가에선 "메모리반도체가 재고수준이 여전히 높아 상반기 내 큰 수요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며 "재고는 2분기까지 증가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모리 비중이 높은 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 역시 출하 증가 폭 대비 가격 하락 폭이 크기 때문에 전분기 대비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변수는 메모리 분야 절대강자 삼성의 감산 효과가 언제쯤 시장에 영향을 주느냐는 점이다. 하이닉스는 이와관련, "1분기에 고객 보유 재고가 감소세로 돌아섰고 2분기부터는 메모리 감산에 따른 공급 기업의 재고도 줄어들 것"이며 "2분기엔 실적이 반등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삼성의 감산 의지가 그리 크지않고 감산 품목도 제한적이어어서 전체 메모리 수급과 수요, 가격 등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며 "다만 AI열풍에 따른 HBM 등 고성능 메모리와 초고층 낸드 등 고부가제품 수요가 늘고 있는 점은 하이닉스의 실적 반등에 영향을 미칠만한 요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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