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빅테크株 주가급락에 주식부호 랭킹 '지각변동'

김범수·장병규·박관호 등 신흥 주식부자들 순위 급락...전통 제조업 오너들은 오름세 대조적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 2022-06-01 13:57:13

▲ 증시침체기에 주가낙폭의 정도에 따라 주식부자들의 랭킹이 요동치며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했던가. 지난해까지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강세를 보였던 인터넷·게임 관련 주가가 약세다. 제조업 기반의 전통적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폭이 더 크다. 이로 인해 인터넷·게임 상장업체 최대주주인 오너들의 주식평가액이 크게 쪼그라들고 있다. 작년 대비 주식평가액이 반토막 이상 난 오너들도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주식 부호 랭킹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인터넷·게임·SW·전기차·암호화폐 등 이른바 빅테크 주식의 약세는 비단 국내만의 현상은 아니다. 글로벌 증시에서 거의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세계 최대 갑부인 테슬라 일론 머스크 CEO는 올해 무려 691억달러, 약 87조원을 허공에 날렸다. 머스크는 보유 자산 대부분이 테슬라와 스페이스X 주식인 탓에 미국 증시 부진에 직격탄을 맞았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립자도 611억 달러(약 77조 원)나 자산이 줄어들었으며,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217억 달러(약 27조4,000억원) 가량 감소했다. 최근 급락세를 보이고 있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 거래소 1위인 바이낸스의 설립자인 창펑자오는 올들어서만 809억달러(약 102조3,000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자산 감소로 울상이다. 중국 최대 빅테크 기업인 텐센트의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마화텅(포니 마) 회장 역시 예외는 아니다. 중국 정부의 대도시 봉쇄조치, 게임규제 등의 영향으로 텐센트 주가는 1년만에 반토막났다. 자연히 마회장의 주식 평가액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비대면 수혜주'였던 빅테크 상장사들이 앤데믹 시대가 열리자, 그 프리미엄이 사라져 부진의 늪에 빠져 있는 것이다.국내외를 막론한 빅테크 상장사 오너들의 자산 및 주식 평가액 감소는 주식부호 랭킹 구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증시에서 빅테크기업이 제조업체나 다른 업종에 비해 낙폭이 더 컸기 때문이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국내 상장사 주식을 보유한 개인 2만여명의 지분가치를 조사, 1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짐을 알 수 있다. 빅테크 업계의 신흥 주식부자들은 순위가 대부분 떨어졌지만 전통 기업의 오너들은 주가 낙폭이 상대적으로 낮아 반사이익을 본 셈이다.


지난달 27일 종가 기준 주식 부호 상위 500명의 주식평가액은 총 153조7546억원으로 집계된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홍라희, 이부진, 이서현 등 삼성 오너 일가가 1~4위를 독식했다.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연초까지는 5위였으나 4위였던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주식가치 감소가 더 커서 4위로 도약하며, 톱4를 삼성일가가 장악하는 구도를 만들었다.


김범수 의장은 올초엔 주식가치가 6조7700억원에 달했으나 6개월도 채 안돼 4조8300억원으로 2조원 가까이(1조9400억원) 줄어들며 5위로 내려앉았다. 김 의장의 주식가치 하락률은 주식부호 톱10중에서 가장 높아 눈길을 끌었다. 그 만큼 카카오가 인터넷, 게임주 중에서도 가장 하락세가 두드러졌다는 의미다. 짧게 나마 주식부호 1위에 올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며 국내 빅테크산업을 견인했던 김 의장의 추락은 앞으로도 지켜 볼만한 일이다.


빅테크 기업 오너중에선 '검은사막'이란 온라인게임이 글로벌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두며 일약 대부호 반열에 올랐던 펄어비스 김대일 의장의 순위 변동이 가장 커 눈길을 끌었다. 김 의장은 연초까지는 무려 3조1560억원에 달하는 주식평가액을 기록하며 주식부호 12위에 랭크, 재계를 깜짝놀라게 했다. 그러나 1분기에 어닝쇼크에 가까운 실적이 드러나며 주가가 폭락, 김 의장의 주식부호 랭킹을 18위로 5계단이나 끌어내렸다.


게임 대장주인 크래프톤의 장병규 의장 역시 순위 하락이 눈에 띄어서 주목된다. '배틀그라운드'란 게임하나로 세계시장을 석권하는 신화를 창조했던 크래프톤 주가가 상장 이후 계속 뒷걸음질친 결과다. 배틀그라운드 의존도가 너무 큰데, 성장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른 탓이다. 장 의장의 주식가치는 6개월만에 1조4830억원이 떨어져나갔다. 주식부호 랭킹도 14위로 3계단 주저앉았다.


20위권에서는 박관호 위메이드 의장의 추락이 주목된다. 올초 주식평가액 2조7280억원으로 LG그룹 구광모 회장을 제치고 13위에 랭크됐던 박 의장이 20위권(21위) 밖으로 밀려난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발생 이후 게임주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급등세를 보이며 고공비행했던 위메이드 주가가 올들어 급락세로 반전한 결과다. NFT(대체불가토큰)게임으로 바람을 일으키며 주가가 수직 상승했던 위메이드가 NFT버블론에 휘말리며 롤러코스터를 방불케하는 급락세를 보여 박 의장의 주식평가액이 풍선 바람 빠지듯 사라졌다.


게임 하나로 일약 스타덤에 오르며 주식부호 랭킹 전체를 뒤흔들었던 이들 신흥 주식부자들의 순위가 급락한 반면, 전통적인 게임대장주들의 오너들은 현 상태를 유지하거나 소폭이나마 순위를 끌어올려 대조를 보였다.


대표적인 인물이 넷마블 방준혁 의장과 이해진 네이버 GIO다. 넷마블과 네이버의 주가하락으로 두 사람 모두 주식 가치가 30% 안팎 급감했다. 하지만, 김대일 펄어비스의장과 박관호 위메이드 의장이 감소폭이 더 큰 탓에 각각 1계단 상승했다. 적어도 주식부호 랭킹만 보면 일종의 반사 이익을 본 셈이다.


전통의 게임강호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인 김택진 대표는 주식가치가 568억원 정도 줄어들었다. 감소율은 32.4%로 상장게임업체중에선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덕분에(?) 순위를 유지하며 20위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의 최대주주로서 자존심을 지킨 셈이다.
이처럼 신흥 주식부호들이 주식가치의 급락으로 전체 주식부호 랭킹에서 부진한 행보를 보인 반면, 전통의 주식부자들은 상대적 강세를 보였다. 현대차그룹의 정몽구 명예회장이 6위를 유지한 가운데, 정의선 회장이 7위로 2계단 끌어올렸다. 주식평가액이 톱30중 가장 낮은(-3.1%) 감소율을 나타내며 장기 침체 중인 증시에서 비교적 선방한 덕분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서경배 회장이 순위를 4계단 끌어올리며 톱10에 재진입한 것도 주목할만하다. 서 회장은 싸드 배치 이후 중국의 혐한정책으로 인해 아모레그룹이 부진의 늪에 빠지며 주식부호 랭킹에서 계속 미끄러져왔다. 그러나 작년부터 연착륙에 성공하며 주가가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한데 힘입어 주식가치의 큰 변동없이 순위를 4계단 끌어올린 것이다.


이번 조사 결과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정몽준 아산나눔재단이사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다. 정 회장은 30대 주식부호 중 드물게 주식평가액이 늘었다. 올초 1조1260억원이었던 정 회장의 현 주식가치는 1조2460억원이다. 10%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에따라 주식부호 랭킹에서 무려 6계단 올랐다. 구 회장 역시 주식평가액이 한 자릿수 감소율로 선전하며 13위로 5계단 수직 상승했다.


한편 올 들어 주식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주식부호 상위 30명의 주식평가액이 연초보다 22조원 이상 줄어든 총 81조645억원으로 집계됐다. 또 상위 500명 가운데 주식평가액이 줄어든 사람은 363명, 늘어난 사람은 137명이었다. 상위 30위 내에서 주식 가치가 상승한 이는 정몽준 아산나눔재단 이사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2명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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