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브로드컴 630억달러 AI 금융…HBM 공급 확대 변수
앤트로픽, 2027년부터 AI 가속기 도입…양사 기존 협력관계 주목
브로드컴 최대 위험노출 430억달러…공급 확대에 금융위험도 수반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 2026-10-27 13:57:28
미국 브로드컴의 대규모 인공지능(AI) 반도체 금융조달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에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앤트로픽의 장비 구매재원을 확보하는 동시에 공급업체가 장비의 가치하락 위험까지 일부 부담하는 구조여서다.
27일 뱅크오브아메리카와 브로드컴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블랙스톤·씨티·모건스탠리는 전날 앤트로픽의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630억달러 규모의 금융조달 거래를 발표했다.
이번 거래는 별도 특수목적법인(SPV)이 금융기관과 기관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브로드컴의 맞춤형 AI 가속기(XPU)와 네트워크 장비를 구매한 뒤 앤트로픽에 임대하는 방식이다. 앤트로픽은 장비를 직접 구매하는 대신 리스료를 지급하며, 장비 인도는 2027년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국내 반도체업계가 주목할 부분은 브로드컴·앤트로픽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기존 협력관계다.
삼성전자(대표이사 전영현·노태문)는 지난 7월 브로드컴과 2030년까지 메모리·파운드리 분야에서 2000억달러 이상 규모의 전략적 협력을 추진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협력 대상에는 HBM과 첨단 파운드리 공정, 패키징 기술이 포함됐다.
삼성전자는 브로드컴의 AI 반도체 사업 확대를 메모리 공급뿐 아니라 반도체 위탁생산과 패키징 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다만 협력 구상 규모가 확정 수주액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SK하이닉스(대표이사 곽노정)도 지난 2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의 회동을 계기로 차세대 AI 반도체 설계와 HBM 공급 협력 확대를 논의했다. 양사는 HBM을 AI 가속기 설계 초기 단계부터 최적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앤트로픽 역시 지난 5월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을 전략적 인프라 협력사로 공식 발표했다.
당시 앤트로픽은 이들 기업의 기술이 "세계 메모리·저장장치·로직반도체 공급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their technologies play a critical role in the world's supply of memory, storage, and logic chips)"고 설명했다.
이번 금융조달로 앤트로픽의 장비 도입에 필요한 자금 기반은 강화됐다. 브로드컴과 협력하는 국내 반도체 기업에도 중장기 공급 확대의 기회가 열릴 수 있다. 다만 이번 거래에 사용될 장비의 메모리 공급사와 업체별 물량은 공개되지 않았다.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부분은 브로드컴이 부담하는 금융위험이다.
전체 조달액 가운데 약 435억달러는 선순위 금융으로 구성된다. 브로드컴은 금융기관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장비 잔존가치 지원(Residual Value Support·RVS)을 제공한다.
앤트로픽이 리스료를 지급하지 못할 경우 회수한 장비의 가치가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브로드컴이 그 차액을 부담하는 구조다.
브로드컴 투자설명자료에 따르면 최대 위험노출 예상액은 약 430억달러다. 회사는 미지급 리스채무의 72.5%와 회수한 AI 장비의 가치를 비교해 잠재 부담액을 산정한다.
다만 이는 확정 손실이나 즉시 지급해야 할 금액이 아니다. 브로드컴은 "잔존가치 지원은 직접적인 현금 지출이 아니다(RVS is not a direct cash outlay)"라고 밝혔다. 정상적인 리스료 지급을 전제로 위험노출액이 5년에 걸쳐 감소하는 구조도 제시했다.
이 같은 금융지원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브로드컴은 지난 6월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블랙스톤과 350억달러 규모의 AI 인프라 금융 플랫폼을 출범시켰다. 당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에는 최대 290억달러의 우발적 위험노출 가능성이 명시됐다.
반도체 공급업체가 고객사의 투자재원 확보에 관여하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는 의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브로드컴의 재무역량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대규모 금융거래가 반복되면 재무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위험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직접 이전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고객사의 수익성이 악화하거나 AI 장비의 경제적 가치가 예상보다 빠르게 떨어지면 금융조달 여건이 나빠지고 후속 장비 발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국내 반도체 기업에도 AI 투자 발표액보다 실제 장비 도입과 메모리 구매계약으로 연결되는 규모가 중요하다. 브로드컴의 금융지원은 새로운 HBM 공급 기회인 동시에 고객사의 자금조달 능력이 향후 수요를 좌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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