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기 최대 뇌관…'부채의 덫'

한은 '금융안정보고서'...1분기말 민간신용 GDP比 2.2배
금리 인상지속, 소득 감소로 한계 차주 DSR 크게 올라가
자영업, 부동산 관련 대출 취약..."대출축소 등 출구전략"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 2022-06-22 13:55:56

▲ 한국은행이 집계에 따르면 1분기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신용(자금순환통계상 가계·기업 부채 합) 비율은 219.4%였다.<사진=토요경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이언트 스텝(0.75% 포인트) 금리 인상으로 한국을 포함한 세계 주요 경제권에서 최소한 올 한해 내내 금리 인상 기조는 분명해졌다.
경제 전반의 긴축을 의미하는 금리 인상은 여러 영향이 있겠지만 그중 가장 직접적인 것은 ‘빚(부채)의 문제’ 다.

금리 인상을 하기 전 금리 수준이 낮았던 데다 빅스텝, 자이언트 스텝 등으로 금리 상승폭을 이례적으로 올리게 되면 부채를 가진 경제주체들의 부담은 졸지에 두배, 세배로 증가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소득에서 금융비용의 비중이 높은 한계 가구의 경우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 는 우리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부채 환경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단 숫자로 보면 부채의 전체규모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가계와 기업의 빚(신용)이 여전히 전체 경제 규모의 약 2.2배에 이른다. 

 

다만 최근 가계 부채 증가 속도는 다소 더뎌졌다. 반면 기업부채는 코로나 금융지원 연장, 원자재 가격 상승 등과 함께 급증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집계에 따르면 1분기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신용(자금순환통계상 가계·기업 부채 합) 비율은 219.4%였다.

사상 최고 기록이었던 작년 말(219.5%)보다 0.1%포인트(p) 낮아졌는데, GDP 대비 가계 신용의 비율이 104.5%로 작년 4분기 말(105.8%)에 이어 두 분기 연속 하락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의 절대규모는 1분기 말 기준 1859조4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5.4% 여전히 많지만, 증가세가 둔화했다. 이에 따라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168.9%)도 지난해 말보다 2.2%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기업대출은 1분기 말 현재 1609조원으로 1년 전보다 14.8%나 늘었다.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 연장, 원자재 가격 상승, 설비·부동산 관련 투자 확대, 금융기관 기업대출 취급 확대 등의 영향이다.

부채를 빚을 낸 차주와 대출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가장 취약한 부분은 자영업자와 부동산 관련 대출이다.

우선 자영업자가 특히 위기상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960조7000억원으로, 코로나19 발생 직전 2019년 말보다 40.3% 늘었다.

취약차주(다중채무자 중 저소득·저신용자)가 보유한 자영업자 대출(88조8000억원)도 같은 기간 30.6% 증가했다.

정부의 금융지원 조치는 이들의 채무상환 부담을 줄여왔다. 금융지원이 없었다면 저소득(소득 하위 30%) 자영업 대출 가구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4.6%포인트(2021년 말 기준 38.8→43.4%)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대출금리는 계속 오르고 금융지원(올해 9월 종료 예상)과 손실보전금 지급(자영업자당 600만원)이 끊어질 경우, 내년 이후 저소득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채무 상환 위험은 급격하게 커질 것으로 한은은 전망했다.

한은의 분석 결과, 대출금리가 해마다 0.5%포인트(p)씩 오르고 금융지원과 손실보전금이 없어지는 '복합 충격' 시나리오에서, 소득 수준에 따라 내년 자영업 대출자의 DSR은 ▲ 저소득(하위 30%) 올해 34.5→내년 48.1% ▲ 중소득(40∼70%) 38.6→47.8% ▲ 고소득(상위 30%) 39.5→44.4%로 높아졌다.

자영업자의 DSR 상승 등으로 비은행 금융기관, 특히 취약차주 비중이 크고 담보·보증 대출 비율은 낮은 여신전문회사나 저축은행의 경우 부실화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커진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채무상환 능력이 떨어진 자영업자에 대해 채무 재조정, 폐업 지원, 사업전환 유도 프로그램 등으로 출구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은은 아울러 "비은행 금융기관의 경우 자영업자 대출 취급 심사를 강화하고 대손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추가 적립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 대출 등 부동산관련 대출도 뇌관이다.
 

한은은 앞으로 주택 관련 대출자들이 소득 감소, 금리 상승 등의 대내외 충격에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한은에 따르면 주택 관련 대출(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차주의 대출 잔액은 작년 말 현재 전체 가계대출의 67%를 차지한다.

아울러 주택 대출 보유 가구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소득대비가계대출비율(LTI)은 각 42.2%, 241.8%로 주택 대출이 없는 가구(32.0%·200.8%)를 크게 웃돈다.

이에 따라 소득이 줄고 대출 금리가 오르는 등의 대내외 거시경제 충격이 커지면 주택 대출 보유자의 채무 상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소득과 대출 증가율이 올해 1분기 수준을 유지하고 평균 대출금리가 0.5%포인트(p) 오르는 기본 시나리오에서는 주택 관련 대출 보유자의 DSR이 2021년 말보다 2.6%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하지만 소득 증가율이 5%포인트 낮아지고 대출 증가율은 5%포인트 오른 상태에서 금리까지 0.5%포인트 상승하는 '비관적' 시나리오에서는 주택 대출 보유자의 DSR은 10.4%포인트나 뛰었다. 미보유 대출자(4.4%포인트)의 2배를 웃도는 상승 폭이다.

주택 대출 보유자의 소비성향(소득대비 소비 비율)은 비관적 시나리오에서 1.1%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소비를 줄일 정도로 DSR이 높아진 가구(소비제약 임계치에 이른 가구)의 비중이 11.2%포인트나 늘어나기 때문이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DSR이 높은 상황에서 소비 축소, 자산 매도, 추가 차입 등을 통해서도 대출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대출 부실로 전이될 수 있다"며 "기존 대출의 점진적 축소 방안을 마련하고, 신용대출·일시상환 방식 대출의 만기가 도래하면 분할상환이나 일부 상환을 유도하는 등 미시적 위험 관리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은은 이날 보고서에서 금융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실물·금융 지표들을 바탕으로 산출하는 금융불안지수(FSI)는 3월(8.9) '주의' 단계(8이상 22미만)에 들어선 뒤 4월(10.4%)과 5월(13.0)에도 같은 단계에 머물고 있다.

FSI는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2020년 4월(24.5) '위험' 단계를 넘어섰다가 지난해 6월 0까지 내려왔지만, 이후 다시 오르고 있다.
 

금융불균형 상황과 금융기관 복원력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금융취약성지수(FVI)의 경우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한 분기 사이 54.8에서 52.6으로 떨어졌다.
 

다만 한은은 "가계부채 누증과 높은 주택가격 수준 등이 주요 취약요인으로 잠재하면서 여전히 금융취약성지수가 장기 평균(2007년 이후 37.4)을 크게 웃돌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 주요국 정책금리 인상 가속,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중국 등 신흥시장 불안도 금융 시스템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대출규제 강도와 금융지원 조치를 단계적으로 조정하고 유동성보다 채무상환 중심의 금융지원 정책 등을 펼쳐 부채 증가를 억제하는 동시에, 신용위험평가 기준과 대손충당금 적립 수준을 다시 점검해 금융기관의 복원력도 키워야 한다고 게 한은의 충고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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