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DX 사업, 왜 양사의 갈등은 극한으로 치달았나

현대중공업, 기술 연속성·설계 주도권 유지 전략과 KDDX의 중요성
한화오션·한화 방산 3사의 시너지와 KDDX를 통한 종합 방산 플랫폼 전략

이강민 기자

lgm@sateconomy.co.kr | 2025-12-08 13:50:02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이 이달 중 최종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KDDX 사업은 재무적 효과는 제한적이지만 향후 해군 전력과 조선·방산 기술 체계를 좌우하는 전략 사업이라는 점에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왔다.

설계 연속성 주장과 과거 보안사고 전력, 수의계약과 경쟁입찰 논쟁, 고소·고발과 정치권 개입까지 이어진 복합적 갈등 속에서 이번 결정이 어떤 방식으로 내려질지가 업계 전체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 HD현대중공업 야드 전경(위) 
◆ KDDX, 양대 조선사 실적 대비 영향은 제한적

KDDX 사업은 총 7조8000억원 규모로 추진된다. 6000t급 차세대 구축함 여섯 척을 2030년대 초까지 전력화하는 대형 국책 프로젝트다.

일반적인 방산과 조선 업계 기준으로 보면 7조8000억원은 매우 큰 규모다. 그러나 재무적 관점에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전체 매출을 기준으로 보면 이 사업이 양사의 손익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이다.

지난해 HD현대중공업의 매출은 약 14조5000억원이며 한화오션은 약 10조8000억원 수준이다. KDDX 예산을 7년에서 8년에 걸쳐 집행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예산 집행 규모는 약 1조원 내외가 된다.

이 중 상당 부분은 전투체계와 레이더와 무장 분야와 기자재 업체로 분산된다. 따라서 양사의 실질 연간 매출 증가는 전체 매출의 약 10% 전후 또는 그 이하일 수 있다.

더욱이 초도함을 제외한 나머지 물량을 양사가 나눠 건조하는 방식이 채택되면 각 조선사가 확보하는 물량은 지금보다 더 줄어든다. 그 결과 개별 회사 입장에서 바라본 KDDX의 사업적 영향력은 현재 예상하는 수준보다 한층 더 떨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양대 조선사는 KDDX를 단순한 사업으로 보지 않았다. 향후 20년 이상 이어질 한국 해군 수상함 전력과 국내 조선 산업과 방산 산업의 기술 표준을 형성하고 글로벌 수출 시장에서의 위상을 좌우하는 전략 사업으로 인식해 왔다.

◆ 설계 연속성과 보안사고 이력과 수의계약과 경쟁입찰의 충돌

KDDX 갈등의 겉모습은 사업자 선정 방식이 수의계약이어야 하는지 경쟁입찰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 차이로 보인다. 그러나 그 내면에는 설계 연속성 논리와 보안사고 전력과 신뢰와 윤리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기본설계를 수행한 HD현대중공업은 방산함정 사업에서 설계 연속성과 기술적 일관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상세설계와 초도함 건조도 수의계약 형태로 자신들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이는 국내 함정 사업에서 기본설계 업체가 후속 설계를 연속 수행해 온 관행이었고 방위사업청도 전력화 일정과 기술 리스크 측면에서 수의계약이 타당하다는 견해를 여러 차례 밝혔다.

반면 한화오션은 수의계약 자체보다 그 수혜자가 HD현대중공업이어야 하는지에 문제를 제기했다. 한화오션은 과거 대우조선해양 시절에 수행했던 KDDX 개념설계 자료가 HD현대중공업으로 유출된 사건을 근거로 군사기밀을 유출한 전력이 있는 업체에 7조8000억원 규모 국책사업을 수의계약으로 맡길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HD현대중공업 직원 아홉 명은 2012년부터 2015년 사이에 해군본부와 방위사업청을 방문해 대우조선해양의 KDDX 관련 기밀 자료를 무단 촬영하고 보관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으로 방위사업청은 HD현대중공업에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에서 1.8점의 보안사고 감점을 부과했다. 보안감점 1.8점은 점수 차이가 소수점 단위에서 결정되는 무기체계 수주전에서 매우 큰 페널티가 된다.

방위사업청은 2025년 가을에 이 감점 적용 기한을 1년 연장해 2026년 말까지 유지하기로 했고 향후 경쟁입찰이 진행되면 HD현대중공업은 구조적으로 불리한 위치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 고소와 고발과 정치권 개입으로 국가 이슈로 확산

갈등이 급격히 악화된 계기는 한화오션의 형사 고발과 HD현대중공업의 맞고소였다. 2024년 초에 한화오션은 과거 기밀 유출 사건에 HD현대중공업 현직 임원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HD현대중공업은 사실관계를 왜곡한 공격이라고 반박하며 명예훼손 등으로 대응했고 분쟁은 형사사건으로 확대됐다.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도 기밀 유출 전력이 있는 업체에 대형 국책사업을 수의계약 형태로 맡기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KDDX는 국정감사와 상임위에서 반복적으로 다뤄지는 쟁점이 되었다.

방위사업청은 2023년 12월 기본설계 종료 이후에 HD현대중공업과의 수의계약 방안을 다섯 차례 분과위원회에 상정했다. 그러나 민간위원들의 반대 속에서 모두 보류되거나 부결되었다. 수의계약은 보안사고 논란으로 반대가 많았고 경쟁입찰은 기술 리스크와 전력화 지연 우려가 제기되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갈등은 2025년 12월 대통령이 타운홀 질의응답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면서 정점에 달했다. 군사기밀을 빼돌린 곳에 수의계약을 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이 발언을 계기로 KDDX 논란은 산업계를 넘어 국가적 정치 이슈로 비화했다.

◆ HD현대중공업이 KDDX가 필요한 이유

HD현대중공업이 KDDX 사업을 강하게 요구한 이유는 한국 해군 수상함 개발의 기술적 연속성과 기업 위상을 지키려는 목적에서 비롯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50년 동안 울산급 호위함과 KDX I과 KDX II과 세종대왕급 이지스함 등 대한민국 해군의 주력 수상 전투함을 대부분 건조해 온 조선소다. 이 계보가 단절되면 국내 수상함 분야의 기술 리더십에도 균열이 생긴다.

특히 현대중공업이 수행한 KDDX 기본설계는 완전 전기추진과 25MW급 추진전동기와 자동화 함교와 AI 기반 자율항해 보조 등 미래 전투함의 기술적 토대를 담고 있다. 이 설계를 이어 상세설계와 초도함 건조로 연결해야 기술의 축적이 가능해지며 후속 구축함과 차기 이지스함과 경항모 등 대형 국방사업에서도 설계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현대중공업이 KDDX를 중시한 이유는 해외 시장과 미래 사업의 확장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완전 전기추진 기술은 레이저 무기나 고출력 레이다 등 차세대 무기체계 적용 시 핵심 기반 기술이 된다. 한국형 차세대 전투함 수출 모델의 핵심 플랫폼이 되기도 한다.

◆ 한화오션이 KDDX가 필요한 이유

한화오션은 한화그룹 편입 이후 형성된 방산 3사의 시너지가 KDDX 참여 필요성을 크게 높인다고 판단했다.

한화오션은 선체와 함정 통합 설계를 담당하고 한화시스템은 전투체계와 AESA 다기능 레이다를 개발하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엔진과 추진체계와 탄약 등을 제공하는 구조를 통해 KDDX를 그룹 전체의 방산 역량을 보여줄 대표 사업으로 삼으려 했다.

한화오션에게 KDDX 사업은 단순한 조선사업이 아니라 한화그룹이 지향하는 종합 방산 플랫폼 기업 모델을 검증하는 사업인 것이다. 2012년에 수행한 KDDX 개념설계 경험 역시 사업 참여의 명분이 됐다.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lgm@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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