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나토서 방산 팔고 몽골서 광물 찾는다
7일 4박 5일 순방 출국…몽골은 ‘제2의 한국’ 정서와 핵심광물이 만나는 경제안보 무대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 2026-07-07 13:43:52
이재명 대통령이 7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과 몽골 국빈 방문을 위해 4박 5일 순방길에 올랐다. 이번 순방의 핵심은 안보 외교가 아니라 경제안보다. 나토에서는 K-방산의 유럽 진출을 넓히고, 몽골에서는 희토류·몰리브덴·주석 등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는 일정이다. 대통령실은 이번 나토 참석을 두고 “세계 국방비의 55%를 차지하는 최대 방산 시장”을 상대로 방산 협력을 본격 추진하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첫 무대는 튀르키예 앙카라다. 이 대통령은 7~8일 양일간 열리는 2026년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마크 루터 나토 사무총장과 면담하고, 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파트너국 대표들과 소인수 회담을 갖는다. 올해 정상회의 공식 행사 중 하나인 나토 방산포럼에도 참석해 기조발언과 패널 토론을 진행할 예정이다.
방점은 방산이다. 대통령실은 이번 방문의 기대 성과로 “세계 최대 규모의 NATO 방산시장 진출과 견고한 방산 공급망 구축”을 제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각국은 국방비를 늘리고 방산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폴란드 수출 이후 K-방산의 유럽 확장성을 다시 시험할 기회다. “세계 최대 방산시장을 상대로 한 K-방산 세일즈 외교”라는 보도가 잇따르는 이유다.
나토 순방의 의미는 단순 무기 판매만이 아니다. K-방산이 나토 공급망에 들어가려면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부족하다. 나토 표준, 상호운용성, 유지·보수 체계, 현지 생산과 공동 개발 구조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 대통령실이 “나토의 표준에 맞춰 상호운용성을 강화하는 파트너십”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이번 순방은 한국 방산이 수출 계약 단계에서 동맹 공급망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지를 보는 시험대다.
더 중요한 일정은 몽골이다. 이 대통령은 9~11일까지 오흐나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 초청으로 몽골을 국빈 방문한다. 한국 대통령의 몽골 국빈 방문은 15년 만이다. 이 대통령은 울란바타르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협정·양해각서(MOU) 교환식, 공동언론발표, 한·몽 비즈니스 포럼, 나담축제 개막식 참석 일정을 소화한다. 대통령실은 이번 방문에서 양국이 핵심광물, 식량안보, 보건, 과학기술, 한반도 평화 협력 등을 폭넓게 논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몽골은 한국 외교에서 과소평가된 전략 공간이다. 지도상으로는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낀 내륙국이지만, 산업적으로는 한국 제조업이 가장 필요로 하는 광물 창고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한·몽골 희소금속 협력위원회에서 몽골이 몰리브덴, 주석, 희토류 등 다양한 희소금속을 보유하고 있으며 개발 잠재력이 높다고 밝혔다. 양국은 지질탐사 전문기관 간 협력을 통해 공동탐사와 개발 전주기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핵심광물은 이제 자원 문제가 아니라 산업 안보 문제다.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방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소재 공급망이 흔들리면 제조업 경쟁력도 흔들린다. 한국은 자원 빈국이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희토류 공급망을 줄이려면 호주, 캐나다, 중앙아시아, 몽골 같은 대체 축이 필요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도 한국의 몽골 광물자원 개발 진출이 잠재력에 비해 미미하며, 국가 차원의 광물자원 확보 필요성을 지적한 바 있다.
몽골이 특별한 이유는 광물만이 아니다. 몽골은 이른바 ‘제2의 한국’으로 불릴 만큼 한국과의 심리적 거리가 짧다. 공식 외교 용어는 아니지만, 현지의 친한 정서와 인적 교류를 설명하는 데 이 표현만큼 직관적인 말도 드물다. 서울대 아시아연구소는 몽골에서 “한국이 몽골의 22번째 아이막”이라는 말이 있다고 소개했다. 아이막은 한국의 도에 해당하는 행정단위다. 한국에 체류하는 몽골인이 적지 않아 일부 몽골 지방 인구보다 많다는 설명도 붙었다.
인적 교류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한국과 몽골의 총교역액이 최근 5년간 2배 이상 늘어 지난해 6억9300만달러를 기록했고, 몽골 내 한국 기업 현지법인 수가 774개에 달하고 있다. 한국인의 몽골 방문객은 2019년 10만명 수준에서 지난해 18만5000명으로 늘었고, 방한 몽골인도 지난해 17만6080명에 달했다. 양국 관계는 이미 외교 문서보다 사람과 기업을 통해 먼저 넓어지고 있다.
한류도 경제 기반이 되고 있다. 관훈클럽 자료는 몽골의 한류가 문화뿐 아니라 상품 소비까지 광범위하게 나타나며 화장품, 의류, 가전, 식품, 자동차, 휴대전화 등 한국 제품 구매 욕구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몽골에서 한국어, 한국 드라마, 한국 식품, 한국 프랜차이즈가 일상으로 들어간 것은 단순 문화 현상이 아니다. 한국 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사회적 신뢰 자본이다.
이번 몽골 방문은 광물 협정 하나로 끝낼 일이 아니란 얘기가 여러 곳에서 나온다. 핵심광물 공동탐사, 물류망, 금융지원, 환경복구, 기술교육, 한국 기업 전용 산업 협력 모델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얘기다. 몽골은 내륙국이다. 광물을 확보해도 중국과 러시아를 통과하는 운송 문제가 남는다. 자원개발은 탐사권보다 물류와 금융, 정치 리스크 관리가 더 어렵다. 정상회담 이후 실무 협의가 중요한 이유다.
이번 순방의 정치적 의미도 작지 않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경제외교의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국내에서는 민생물가, 국회 파행, 산업 구조조정 문제가 동시에 놓여 있다. 해외 순방은 보여주기식 일정으로 비치면 역풍을 맞지만, 방산 수주와 광물 공급망 성과로 이어지면 국정 동력이 된다. 특히 방산과 핵심광물은 보수·진보 진영을 넘어 국가전략으로 묶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분야다.
결국 이번 순방의 성패는 선언이 아니라 계약과 제도에 달려 있다. 나토에서는 한국 방산이 유럽 안보 공급망에 들어갈 통로를 만들어야 하고 몽골에서는 ‘제2의 한국’이라는 친밀감을 핵심광물 공급망과 기업 진출의 실질 성과로 맞바꿔야 한다.
이 대통령의 첫 나토·몽골 순방이 단순한 외교 일정이 아닌 경제안보 시험대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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