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8·15 특사' 이재용, '뉴 삼성' 건설 가속페달 밟나
경영 전면 복귀, M&A 등 굵직한 현안 급류탈 가능성↑...국가 경제 기여 및 사회적 책임도 더 강화할 듯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 2022-08-14 13:33:59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15 광복절 특사로 복권됐다. '국정농단 사건'의 최종 유죄 판결 이후 작년 8월 가석방에도 불구, 발목에 채워졌던 족쇄가 모두 풀린 셈이다.
취업 제한 등이 모든 제약이 해소됨에 따라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의 복권을 계기로 삼성그룹 전반에 적지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삼성그룹은 우선 이 부회장의 8·15 특사에 대한 화답으로 국가 경제에 대한 기여도를 더욱 높이고, 삼성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데 많은 관심과 노력, 그리고 투자를 대폭 늘릴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12일 8·15특사로 복권된 이후 첫 입장문을 통해 "삼성이 향후 지속적인 투자와 청년 일자리 창출로 나라 경제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사실 윤석열 정부가 '민생과 경제회복 중점'이라는 특사 기조에 따라 사면 대상에서 정치인을 배제하고, 이 부회장을 비롯한 재벌총수들을 포함시킨 것을 놓고 부정적 여론이 일고 있는 게 사실이다.
"경제위기 극복이 절실한 상황인 점을 고려, 적극적인 기술 투자와 고용 창출로 국가의 성장동력을 주도하는 주요 경제인들을 엄선해 사면 대상에 포함했다"는 정부측 설명에도 불구, 윤석열 정부의 '재벌 편애' '친 삼성' 정책이라는 비판적 여론이 존재한다.
이 부회장 역시 이같은 분위기를 모를 리 없다. 이 때문에 그룹의 간판인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전체의 분위기 쇄신과 재 도약을 향한 작업이 더욱 속도를 낼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등기임원 진입 등 경영일선 참여 가능성
재계에선 이 부회장의 복권이 이재용의 삼성, 즉 '뉴 삼성' 건설 작업이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는 터닝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최근 삼성의 경영 환경을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매우 불투명한데다, 그룹 전체가 다소 정체에 빠진 듯한 분위기여서 강력한 모멘텀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부회장은 무엇보다 뉴 삼성 계획의 실행을 위해 경영전면에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 이 부회장은 이번 복권으로 취업 제한이 풀려 삼성전자 등 핵심 계열사의 등기 임원으로 진입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간 미등기 임원으로서 실질적으로 삼성의 경영을 진두지휘해온게 분명이지만, 정식 이사회에 참여해 주요 현안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주요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 자체가 빨라지고, 이 부회장의 의지와 의도가 보다 명확히 전달돼 경영진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재계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이사회 진입을 전후해 직함에 '부' 꼴리표를 떼고 정식 회장으로 승진할 개연성이 농후하다고 보고 있다. 주주총회를 거쳐야하는 이사 선임과 달리, 회장 승진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사안이다.
이 부회장이 정식 등기임원에 오르는데는 절차와 시간이 필요한만큼, 이 부회장이 당장엔 삼성그룹 앞에 놓은 주요 현안을 풀어가는 데 집중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지표상으로 삼성전자를 필두로한 삼성그룹 전체의 실적은 견고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갑자기 실적 지표가 악화되고 이상할게 전혀 없을만큼 대내외 경영 환경이 불투명하며, 또 불안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글로벌 인플레이션 및 긴축 정책,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 경제권역의 총체적 경기 침체, 원자재 및 인건비 상승에 따른 원가부담 가중, 핵심 사업에 대한 글로벌 경쟁기업의 견제와 추격, 미국 중심의 '칩4 동맹' 등 공급망의 재편 등 일일히 열거하기 조차 어려울만큼 온갖 악재 투성이다.
신 성장동력 발굴 위한 대형 M&A 속도 낼 듯
이같은 대내외 악재를 딛고 삼성그룹의 분위기를 되돌리고 뉴삼성을 구축하기 위해선 이 부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의 리더십은 삼성그룹 앞에 놓은 주요 현안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가 1차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 앞에 놓인 가장 중요한 미션은 미래 먹거리, 즉 신 성장동력의 발굴이다. 삼성은 반도체, 가전, 부품, 바이오 등 일부 분야에서 세계적인 반열에 오르며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다음세대 '뉴 삼성'을 이끌 강력한 신 성장동력이 없는게 주지의 사실이다.
글로벌 복합위기 속에서 매분기 우량한 실적을 내고 있음에도 주가가 5만원대로 추락하며 '5만전자'란 비아냥을 듣고 있는 이유중 하나도 미래 먹거리의 부재이다.
이 부회장의 복권 이후 삼성의 M&A가 본격 추진될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더욱이 삼성은 2016년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9조4천억원에 인수한 이후 이렇다할 M&A를 성사시킨 적이 없다.
삼성 정도의 글로벌 기업의 미래 먹거리는 대형 M&A만한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이 부회장이 그간 물밑 추진해온 대형 M&A를 머지않아 마무리지을 개연성이 크다.
삼성은 현재 M&A를 위한 '총알'이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다. 현재 124조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이다.
동원 가능한 자본까지 포함하면 가히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미국의 글로벌 빅테크기업 못지않게 수 십조원대의 초대형 M&A를 추진하기에도 무리가 없는 상태다.
재계에선 경영 전면에 복귀하는 이 부회장이 전혀 새로운 곳에서 성장동력을 찾기 보다는 기존 주력산업 분야에서 대상을 선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즉, 반도체, 바이오, IT, 가전, 전장 등 삼성의 핵심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에서 적극적인 M&A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뉴 삼성' 구축을 위해 이 부회장이 중점을 둬야할 또 하나의 중요한 미션은 신 시장의 개척이다. 일부 권역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것은 사업의 안정성 측면에선 불리한 요소다.
무엇보다 중국 변수가 크다. 미국 주도의 반도체 동맹, 즉 '칩 4' 가 현실화될 경우 삼성의 중국시장은 심대한 타격이 우려된다. 중국 수요가 갑작스럽게 이탈한다는 것은 삼성으로서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중차대한 리스크임에 틀림없다.
새로운 시장 개척이 향후 삼성그룹과 이 부회장의 매우 중요한 현안 이슈로 떠오른 주된 이유다. 사실 이 부회장은 그간 중국을 대체한 새로운 거대시장으로 떠오른 인도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투자를 늘려 적지않은 성과를 보여줬다.
그런만큼 인도를 필두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새로운 시장 개척에 더욱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 등이 타깃이 될 수 있다.
기존 핵심 사업 경쟁력 강화도 힘 쏟아야
이 부회장은 또 현 정부 출범이후 내놓은 450조원 규모의 투자계획과 8만명의 신규 고용 계획이 차질없이 이행돼 국가경제에 기여도를 높이는 일을 직접 독려할 가능성이 크다. 지속적인 투자와 청년 일자리 확대로 경제에 힘을 보탠다는 것이다.
삼성은 이와관련, 주요 계열사의 하반기 3급(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물산 등 대부분의 계열사가 참여하는 가운데 9월초 삼성 공식 홈페이지와 주요 채용 사이트에 채용 공고가 게시될 전망이다.
삼성은 지난 5월 반도체, 바이오, IT 등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향후 5년간 8만명을 신규 채용한다는 대규모 고용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추구하는 뉴삼성의 건설과 신 성장동력 발굴도 기존 핵심 사업의 근간이 흔들린다면 아무 소용도 효과도 없다.
이런 점에서 반도체를 비롯한 삼성의 주요 먹거리사업에 대한 후발기업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는데도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이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중소형 OLED 등이 중국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후발업체의 거센 추격에 직면해있고, 파운더리 반도체는 세계 최강 TSMC와 힘겨운 승부를 이어가고 있다. 배터리부문 역시 중국업체와 격차가 갈수록 벌어져 쫓아가기에 버거운 실정이다.
재계 전문가들은 "이 부회장이 구상하는 '뉴삼성'을 위한 전략전술이 이번 특사를 계기로 보다 구체화되고, 다방면에 걸쳐 폭넓은 혁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앞으로 일어날 삼성그룹의 변화가 언제 어떻게 이루어질 지 범 국민적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