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0억원 규모 부당대출 적발된 우리금융… 보험사 인수 적신호 켜졌다
금융감독원, 4일 정기 검사 결과 발표
우리금융, 손태승 전 회장 부당대출 외에 현 경영진 체제 하 부당대출 규모 더 커
경영실태평가 이르면 내 달 발표될 듯… 3등급 이하 받을 경우 보험사 인수 불발될 수도
이복현 금감원장,“경영실태평가 등급 산정 신속하게 마무리할 것”
손규미
skm@sateconomy.co.kr | 2025-02-04 13:47:04
[토요경제 = 손규미 기자] 금융감독원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의혹 외에 2000억원에 달하는 금융사고가 추가로 드러나면서 우리금융이 추진하고 있던 보험사 인수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차후 발표될 경영실태평가에서 3등급을 받게 되면 동양·ABL생명 인수가 사실상 물건너가게 되기 때문인데 이에 따라 우리금융의 숙원 과제였던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전략도 좌초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4일 금융감독원은 ‘2024년 주요 금융지주 및 은행 검사결과’ 기자설명회를 열고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에 대한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부당대출 규모는 손태승 전 회장 관련 부당대출 730억원을 포함해 총 2334억원(101건)이라고 밝혔다.
금감원 측은 정기검사를 통해 기존에 확인된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의심대출 350억원 외에 다수 임직원이 관여된 부당대출 380억원 을 추가적발(총 730억원)했다고 설명했다. 730억원 중 451억원(61.8%)는 현 경영진 취임(2023년 3월) 이후 취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부당대출(730억원) 중 338억원(46.3%)은 부실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기검사 과정에서 적발된 350억원 중 대부분(84.6%)이 부실화된 점으로 미뤄볼 때 현 경영진 취임 이후 취급되고 정상으로 분류된 328억원도 향후 부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금감원은 장기간 다수 부당대출이 취급되는 동안 지주 차원의 내부통제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고위 임직원 부당대출 건도 새로 적발됐다. 우리금융의 전현직 고위 임직원 27명(본부장 3명, 지점장 24명)은 단기성과 등을 위해 대출심사・사후관리를 소홀히 해 부당대출 1604억원을 취급했다. 이 중 987억원(61.5%)은 현 경영진 취임 이후 취급됐으며 전체 부당대출 1604억원 중 1229억원(76.6%)이 부실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온정적 문화에 따른 금융사고 대응 부실 문제도 지적됐다. 우리은행은 전 회장이 행장 재임 시절 대폭 완화시킨 여신 관련 징계기준을 현재까지 방치해 여신 관련 사고자 상당수가 견책 이하의 경징계를 받는 데 그쳤다.
또한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혐의를 인지하고도 이를 금융당국에 5개월간 미보고했고 이에 따라 금감원 검사 및 검찰 수사가 지연됐다.
자본비율 산출 오류와 건전성 관리 부실에 대한 문제도 나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지주는 그룹 내 숨겨진 부실 위험까지 포함해 리스크를 측정하고 관리해야 하나 우리금융은 이같은 조치가 미흡했고 이를 모두 반영할 시 우리금융지주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0~20bps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측은 우리금융의 자본비율이 타 금융그룹 대비 열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위험 자산 위주의 투자성향을 지속해 왔다고 꼬집었다.
CET1은 금융사의 위기대응 능력을 보여주는 건전성 지표로 금융 당국은 CET1도 경영실태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우리금융의 작년 9월 말 기준 CET1은 11.96%로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금융 당국 권고치인 12%를 밑돈다. 문제는 우리금융이 1조5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인수하는데 사용하게 되면 CET1이 그만큼 낮아진다는 것인데 CET1이 낮아질 경우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보험사 M&A 등 주요 의사 결정 과정에서의 절차 준수가 미흡했다는 점도 지적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자회사 M&A 안건을 논의하기 위한 리스크관리위원회가 개최되기도 전에 해당 안건을 이사회에 부의하기로 미리 결정했다.
주식매매계약 당일 리스크관리위원회와 이사회를 불과 20분 간격으로 개최함에 따라 리스크관리위원회 심의 내용이 이사회 안건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우리금융 내규에 따르면 M&A 등 중요 경영사항 추진 시 리스크관리위원회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하고 이 경우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이사회 의사결정에 반영하여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또한 지주의 자회사 편입 관련 인허가권을 가진 금융당국이 인허가를 승인하지 않을 경우 계약금을 몰취하는 조항이 주식매매계약에 포함되었는데도 이러한 중요사항이 공식 이사회 석상에서 논의되지 않았다.
금감원이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를 불허할 경우 계약금 1550억원을 날리게 된다. 우리금융은 이 사실을 이사회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타 자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인허가 실패 시 계약금을 받는 조건으로 M&A를 진행해왔다.
금감원 정기 검사 결과 추가로 적발된 부당대출 규모가 크다는 점과 보험사 M&A 과정에서 절차적으로 미흡했던 점들이 드러나면서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에도 적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경영실태평가부터 금융감독원은 내부통제를 별도 평가 부문으로 분리하고 비중 또한 기존 5.3%에서 15%로 상향했다.
이번 정기검사를 토대로 조만간 경영실태평가 결과가 발표되는데 여기에서 받게될 등급 여하에 따라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 당락이 결정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이르면 다음 달 경영실태평가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우리금융은 지난 달 16일 금융당국에 동양·ABL생명 인수 승인신청서를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인데 경영실태평가에서 기존 2등급보다 낮은 3등급 이하를 받을 경우 보험사 인수는 불발된다. 금융당국 자회사 편입 승인 규정 등에 따라 경영실태평가 2등급 이상을 받아야 해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 심사에 필요한 경영실태평가 등급 산정을 최소 수개월이 걸리는 제재 절차와 ‘투트랙’으로 분리해 신속하게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원장은 “2월 중이라도 금융위에 관련 내용을 송부해야 금융위에서 3월에는 판단할 수 있으므로 제재와 별도로 경영실태평가를 도출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부실한 내부통제나 불건전한 조직문화에 대해 합의할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토요경제 / 손규미 기자 skm@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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