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호 칼럼] 국감 기업인, 많이 부르는 게 능사 아니다…'진짜 책임자'를 불러야
직급보다 책임이 기준돼야…누가 결정했고 누가 고칠 수 있는지 따져야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 2026-10-01 13:28:35
국정감사에서 기업인을 부르는 기준은 직급이 아니라 책임이어야 한다. 총수를 불러야 국감의 무게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실무자를 세운다고 책임을 제대로 묻는 것도 아니다. 국민이 알고 싶은 것은 누가 가장 높은 사람이냐가 아니라 누가 그 결정을 내렸고, 누가 문제를 알고 있었으며, 누가 고칠 권한을 갖고 있느냐다.
올해 국감에도 많은 기업 관계자가 증인석에 선다.
재정경제기획위원회는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김범석 대표를 해외 모회사 자금 이전과 과세 문제로 부른다. 구글코리아 윤구 사장,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김종출 사장, SK에너지 김종화 대표 등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국토교통위원회는 자동차 소비자 보호와 운전보조장치 안전 문제를 묻기 위해 BYD코리아와 테슬라코리아 대표를 부른다. 교육위원회는 대입 수시 원서접수 시스템 장애와 관련해 유웨이어플라이 대표를, 채용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흥미로운 변화도 있다. 건설 현안에서는 최고경영자 대신 현대건설·대우건설·포스코이앤씨의 해당 사업본부장 등 실무 책임자가 증인으로 채택됐다. 철근 누락과 공사현장 사고처럼 구체적인 사안을 파악하려면 실제 사업과 의사결정 과정을 아는 책임자에게 묻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여기에 국감 기업인 증인 제도의 해답이 있다.
총수가 알아야 할 문제는 총수에게 물어야 한다. 그룹 차원의 자본배분이나 지배구조, 계열사 지원처럼 최고경영자의 판단이 개입된 사안이라면 최고 책임자를 불러야 한다. 반면 특정 건설현장의 공법이나 안전관리, 정보보호 시스템처럼 전문성과 실무 판단이 핵심인 문제는 해당 책임자가 답하는 편이 정확하다.
무조건 높은 사람을 부르는 국감도, 반대로 실무자 뒤에 숨어 최고경영진의 책임을 피하는 국감도 제대로 된 감사가 아니다.
증인 채택 단계에서부터 질문은 명확해야 한다.
무엇을 확인하려는가. 그 결정을 누가 내렸는가. 자료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리고 문제가 확인됐을 때 실제로 고칠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가.
이 네 가지를 따지면 누구를 불러야 하는지는 상당 부분 정리된다.
국감에서 기업인의 이름이 많아지는 것 자체가 성과는 아니다. 증인을 수십 명 불러 몇 분씩 질문하고 돌려보내면 뉴스에는 많은 기업 이름이 남지만 정책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 수 있다.
기업에도 같은 책임이 있다. 최고경영자가 책임져야 할 일을 담당 임원에게 미루거나, 실무자가 답해야 할 전문적인 문제에 준비되지 않은 최고경영자만 내보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회사가 누구를 증인으로 보내느냐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지만, 국회의 질의에 누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는 기업 스스로도 명확히 해둘 필요가 있다.
올해 국감에서 기업인을 많이 부르느냐 적게 부르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필요한 기업인은 반드시 불러야 한다. 국민의 안전과 개인정보, 세금, 소비자 권리, 산업재해와 공정거래에 문제가 있다면 대기업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대신 정확한 사람을 불러야 한다.
총수를 불러 카메라 앞에 세우는 것보다 의사결정자를 불러 사실 하나를 제대로 확인하는 국감이 더 강하다. 실무자를 불러 책임을 떠넘기는 것보다 최고경영자의 결정이 필요한 사안에서는 최고경영자를 불러 답을 듣는 것이 맞다.
기업인 증인의 숫자가 국감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누구에게 무엇을 왜 물었고, 그 답으로 무엇을 바꿨는지가 국감의 수준을 결정한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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