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문어발확장' 중단 공언한 '김범수의 카카오'...이번엔 약속 지켜질까?
24일 저녁 국감서 "문어발식 사업확장에 대한 전면 재검토" 공언..."재발 방지와 조기 피해보상 위해 노력할 것"
장학진 기자
wwrjang@sateconomy.co.kr | 2022-10-25 13:27:01
카카오의 최대주주이자 카카오그룹 총수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결국 고개를 숙였다. 카카오톡 및 관련 연동 서비스의 '먹통 사태', 즉 '카톡 대란'으로 온나라를 들쑤셔놓고, 직간접적인 피해를 준 것에 대한 사과였다.
24일 저녁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국감 증인으로 참석한 김 센터장은 본질적 책임소재를 떠나 카톡대란의 중심에선 카카오의 오너로서 시종일관 낮은 자세로 임했다.
그는 카톡대란의 원인과 책임, 그리고 향후 대책을 질의하는 여야 과방위 위원들의 잇따른 지적에 "문제의 서버이중화 조치는 진작 했지만, 이번 사태를 맞아 서비스제공이 미흡했던 게 사실이며, 국민 불편을 끼쳐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연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재난방지에 대한 투자 미비 지적과 관련, "데이터센터에 대한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에 2018년 부터 투자를 늘려왔다"면서 "다만 준비기간이 4~5년 정도 걸리는 탓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점에 대해 이유 불문하고 사과한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이어 "서비스의 증진은 사실 카카오라는 회사의 존폐를 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이미 10년 전 데이터센터를 준비했던 네이버나 글로벌 기업에 맞춰 빨리 그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카톡대란 이후 상대적으로 복구가 빨랐던 네이버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난방지대책이 미비했임을 인정한 셈이다.
무료 이용자 피해보상도 시사해 주목
카톡 대란의 피해 보상 문제가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입장을 내비쳤다. 김 센터장은 유료 이용자나 직접 피해를 입은 상공인은 물론 무료 이용자에 대해서도 피해를 보상할 생각이 있음을 시사해 주목을 받았다.
김 센터장은 "무료 이용자에 대한 피해 보상과 관련, 피해를 받은 이용자나 그 이용자를 대표하는 단체를 포함해 협의체를 빨리 만들어 피해 보상 기준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카톡 대란으로 창업 이래 최대 위기를 겪고 있는 카카오로 경영 복귀 계획이 있는 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김 센터장은 "아직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일단 선을 그었다. 전문적인 영역에서 현 경영진이 훨씬 더 역량을 발휘할 것이라느 것이다.
김 센터장의 유보적인 입장에도 불구, 업계에선 김 센터장의 현업 복귀설이 나돌고 있다. 일파만파로 커진 카톡대란의 원활한 수습을 위해선 직접 사태해결을 진두지휘할 필요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카톡대란과 상관없이 카카오는 그룹전체가 실적부진과 주가폭락으로 큰 위기에 직면, 투자자들 사이에선 오너 경영 체제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날 국감에선 김 센터장의 진정성있는 사과, 피해 보상, 재발장비 대책 보다 정작 더 관심을 끈 것은 카카오그룹의 문어발식 확장에 대한 김 센터장의 발언이었다. 압도적인 사용자를 자랑하는 플랫폼을 무기로 무작위식 사업확장으로 잇단 물의를 일으킨 카카오의 오너가 스스로 문어발 확장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탓이다.
몸집부풀리기 전략 궤도 수정 불가피할듯
김 센터장은 이날 과방위 국감 마무리발언을 통해 "그간의 문어발식 확장과 필요치 않은 투자 등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국감 증인 발언은 대 국민약속과 진배없다는 점에서, 카카오그룹의 사업확장에 스스로 제동을 걸겠다는 김 센터장의 발언은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만약 카카오가 향후 이 약속을 어기면 위증제로 처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센터장 입장에선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앞세워 시가총액 60조 원을 넘나드는 공룡 기업으로 성장했음에도 해외 경쟁력 제고보다 내수 시장에서 몸집 불리기에 치중했다는 지적에 그룹의 성장 전략을 전향적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김 센터장은 작년 10월 과방위 국감에서도 골목 상권 침해 등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배달업, 미용실 등 '골목사업'에서 손 떼고 글로벌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번 장애 사태로 그 약속이 무색해진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엔 상황이 좀 다르다. 카톡 대란을 계기로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들의 독점적인 시장구조가 여론은 물론 정치권의 도마위에 오른 것이다. 카카오측으로서도 추락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변화가 필요하다.
중소 벤처업계에선 이에 따라 카카오가 대그룹으로서의 위상에 걸맞게 영세한 상공인이나 중소벤처기업들의 영역까지 무분별하게 시도했던 사세 확장과 M&A전략을 대폭 수정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중소 앱서비스업체 한 관계자는 "카카오가 돈이 된다면 뭐든 다할 태세로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관련 중소벤처기업이 도태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던게 사실"이라고 전제하며 "카카오가 글로벌 빅테크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보다 방대하고 글로벌 지행적인 비즈니스로 주무대를 옮기는게 맞다"고 지적했다.
카톡 대란 이후 김 센터장을 비롯한 카카오 경영진의 태도와 발언을 보면 과거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김 센터장의 이날 국감 발언은 카카오의 사업확장 전략전술에 큰 변화를 예고하기에 충분하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카카오측은 이와관련, "이번 만큼은 분명히 다를 것"이라며 "이번 사태를 오히려 내수에선 중소사업자와의 상생을, 밖에선 글로벌 콘텐츠 강자를 추구하는 전화 위복의 계기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 나서나
카카오의 한 관계자는 "사실 이번 사태와 무관하게 지난해 김 센터장의 '글로벌 플랫폼 선언' 이후 내부적으로 집중해야 할 분야와 그렇지 않은 사업을 분류하는 작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면서 "영세사업자들과의 분란이 많은 사업을 중심으로 일부사업을 정리하는 등 적극적인 사업구조조정을 시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김 센터장이 지난해 국감에서 한 '몸집 줄이기' 약속을 했음에도 실제 계열사 수는 지난해 11월 기준 136개에서 25일 기준 128개로 8곳 줄어드는 데 그쳤다.
한편 이날 과방위 국감에서 이해진 네이버 GIO(최고글로벌책임자)와 SK C&C 박성하대표도 증인으로 나와 이번 데이터센터 화재 사태로 서비스 장애가 생긴 것에 대해 공식 사과해 눈길을 끌었다.
이 대표는 "직원들이 매뉴얼대로 움직여 장애가 빠르게 복구됐지만, 이용자 불편이 있었던 것을 알고 있다"며 "앞으로 이런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최선 다하겠다"고 사과했다.
박 대표도 "이번 사고에 임직원 일동은 엄중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보상에 대해선 서로 사고 원인 규명이 이뤄지기 전이라도 적극적으로 협의에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데이터센터 관리 책임을 맡은 SK와 플랫폼 서비스 당사자인 카카오,네이버 간의 책심 논란으로 피해 보상이 늦어질 수 있다는 비난 여론을 의식, 사태의 장본인인 3개 회사가 모두 조기 보상을 약속한 셈이다.
토요경제 / 장학진 기자 wwrjang@sateconomy.co.kr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