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선정성’ 외줄타기하는 시프트업

최영준 기자

cyj@sateconomy.co.kr | 2024-04-26 13:27:02

▲ 경제부 최영준 기자

최근 게임업체 시프트업이 출시한 게임들이 ‘선정성’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해당 게임이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이라면 모를까, 시프트업의 게임 중에는 15세도 이용이 가능한 것도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시프트업은 지난 2016년 처음 출시한 ‘데스티니 차일드’와 2022년 내놓은 ‘승리의 여신: 니케(이하 니케)’, 최근 소니와 계약을 맺고 26일 출시하는 콘솔 게임 ‘스텔라 블레이드’까지 전부 선정성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시프트업을 이끌고 있는 김형태 대표는 1998년 ‘창세기전 외전: 템페스트’로 게임업계에 입문해 현재까지 활동해오면서 선정적인 일러스트로 이름을 날리는 인물이다. 첫 출시작 ‘데스티니 차일드’의 경우 출시 전 진행한 설문조사에 응한 이용자 중 41%가 일러스트가 선정적이라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데스티니 차일드의 경우는 청소년은 이용이 불가능한 등급으로 출시됐다. 하지만 그 다음작인 니케부터 본격적으로 선정성 논란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니케는 출시 전부터 선정적인 캐릭터 외형 일러스트와 과한 바스트 모핑(가슴이 흔들리는 연출), 전투 시 과하게 흔들리는 엉덩이 등이 논란을 일으켰다. 시프트업은 니케 게임 캐릭터의 적나라한 노출에 과도한 신체 흔들림을 표현하면서도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15세 이용가’로 출시했다.

이런 논란에도 데스티니 차일드와 니케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데스티니 차일드의 경우 서비스가 종료됐지만 출시 당시 구글 플레이스토어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하고 TV 광고까지 송출하면서 전성기를 누렸다. 니케도 마찬가지로 선정성에 가려진 중후하고 탄탄한 스토리와 착한 BM모델, 극한까지 끌어올린 최적화로 게임성 부분에선 호평을 받고 있다.

여기에 니케는 작년 구글플레이 시상에서만 7개의 상을 휩쓸었고, ‘2023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는 우수상과 기술‧창작 부문 캐릭터 상을 수여하며 2관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26일 출시한 신작 스텔라 블레이드 역시 선정성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게임은 역시 잘 만들었다는 평을 받는다. 출시 전 테스트 단계부터 전투 경험이 압도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게임에 대해 혹평하는 리뷰에서도 전투 액션에 대해서는 극찬하기도 했다. 시프트업이 출시한 게임들은 하나같이 스토리 라인이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IP를 독자 개발할 정도로 세계관을 형성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처럼 시프트업의 게임들이 완성도 면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을 만큼 실력을 갖추고 있지만, 선정성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흥행 때문이다. 선정적인 캐릭터 전략을 택하면 게임 초반 이용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유입도 늘릴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해외 게임사들의 광고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국외에 적을 둔 게임사는 국내 게임사 대비 규제를 피하기 쉬워 청소년 이용 불가 수준의 영상물이나 캐릭터를 활용해 광고를 하고 있다.

청소년 이용불가 콘텐츠는 사회적 합의로 인해 정해진다. 다만 청소년들이 이용할 수 있는 게임에서도 선정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에서,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등급 분류 작업에 보다 더 신중을 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 

게임위는 등급 분류 업무에 책임감을 갖고 엄격하게 심사해야 한다. 자칫 등급 심사에서 실수라도 나올 경우 게임을 이용하는 수십만 명의 청소년들이 그대로 선정성에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은 정서적으로 불안정해 선정성 게임에 계속 노출되면  향후 건전한 가치관 정립이나 행동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게임으로 인해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아이들’이라는 프레임 속에 선정적 게임이 청소년 성범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까지 듣게 된다면, 그렇지 않아도 침체되고 있는 게임업계가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토요경제 / 최영준 기자 cyj@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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