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대 금융지주 퇴임 임원 38명 자문직 위촉…보수 책정·공시 사각지대

6개 지주 연간 보수 기준 56억9520만원…KB는 퇴임 당시 직급에 연동
BNK 퇴임 사외이사 5명 계열사 자문위원 위촉…업무 실적·보수 적정성 검증 과제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 2026-10-21 13:34:10

▲(왼쪽부터) 정은정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장, 황병우 iM금융그룹 회장, 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빈대인 BNK 금융지주 회장,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 곽범준 금융감독원 은행 부원장보 [연합뉴스]

 

금융지주 퇴임 임원의 자문 보수가 실제 자문 성과보다 과거 직급에 연동돼 정해진 사례가 확인됐다. 퇴임 이후에도 지급하는 고문료의 산정 근거와 업무 실적을 외부에서 검증하기 어렵다는 점이 지배구조 개선의 과제로 떠올랐다.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8개 금융지주에서 퇴임 후 그룹 내 고문·자문직 등으로 위촉된 임원은 38명이다. 연간 보수 기준 합계는 56억9520만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이는 개인별 연간 보수 기준액을 합산한 수치다. 실제 지급된 총액이 아니며 38명이 동시에 근무한 것도 아니다.

금융지주별로는 KB금융의 위촉 인원이 1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의 연간 보수 기준 합계는 18억9900만원으로 전체의 33.3%를 차지했다. 우리금융은 8억8000만원, 신한금융은 8억2200만원, BNK금융은 6억7320만원이었다.

주목할 부분은 KB금융의 보수 산정 방식이다. 제출자료에 따르면 KB금융은 퇴임 당시 기본급을 기준으로 회장에게 80%, 부회장에게 70%, 부사장·전무에게 50~60%를 적용했다.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은 2023년 11월 퇴임한 뒤 2024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경영자문역으로 위촉돼 연 4억원을 받았다. 퇴임 당시 기본급의 8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다른 퇴임 임원들에게도 직급별 비율을 적용했다. 부회장 출신 2명에게는 각각 연 2억8000만원, 부사장·전무 출신에게는 연 1억1500만~1억5600만원을 책정했다.

이는 자문 건수나 성과에 따라 보수를 결정하기보다 퇴임 당시 직급을 기준으로 보수 수준을 정한 구조다. 다만 제출자료만으로 실제 자문 업무의 양이나 성과를 확인할 수 없어 보수의 적정성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BNK금융에서는 퇴임 사외이사의 계열사 자문위원 위촉이 쟁점으로 드러났다.

BNK금융은 2023년 이후 퇴임한 지주 사외이사 5명을 BNK캐피탈과 BNK투자증권의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 이들에게는 각각 연 3600만원을 책정했고, 위촉 결재는 해당 계열사 대표이사가 맡았다.

사외이사는 재임 중 경영진을 견제하고 회장 선임 등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퇴임 이후 계열사 자문직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재임 중 독립적인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다만 자문위원 위촉 자체가 사외이사 의무 위반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리금융 사례에서는 퇴임 인력을 위한 직책 운영 방식이 확인됐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내부 규정 개정을 거쳐 '특임연구위원' 직책을 신설하고 퇴임 임원 2명을 위촉했다.

두 사람에게 책정한 연간 보수는 각각 2억4000만원과 1억4000만원이다. 다만 1명은 의원실이 집계한 38명에 포함되지 않는다. 우리금융은 특임연구위원이 내규상 집행임원이며 퇴직자 예우를 위한 고문·자문위원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들 사례에서 드러나는 공통적인 문제는 퇴임 이후의 직책과 보수를 주주가 얼마나 파악할 수 있느냐다.

의원실에 따르면 조사 대상 고문·자문직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임원에 해당하지 않아 사업보고서의 임원 현황과 보수 공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퇴임 당시 직급에 연동해 보수를 책정하더라도 구체적인 업무 내용과 성과를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다.

해외에서는 전직 최고경영자의 자문직 수행에 관한 정보 공개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관리하고 있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는 2018년부터 상장회사가 퇴임한 대표이사나 최고경영자의 고문·상담역 재직 여부와 업무 내용, 근무 형태 등을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자율적으로 기재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 금융당국도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연임을 제한하고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회장 임기를 제한하더라도 퇴임 이후의 자문직 위촉과 보수 책정에 대한 감시가 충분하지 않으면 지배구조 개선 효과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김 의원은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을 제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퇴임 임원의 위촉 경로와 보수 재원 등을 금융감독원의 점검 항목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핵심은 퇴임 임원에게 자문료를 지급하는 행위 자체보다 보수 산정의 근거와 업무 수행을 검증할 수 있느냐다. 자문직의 역할과 위촉 기간, 보수 결정 과정, 실제 활동 내역을 공개하는 방식이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논의에서 검토될 필요가 있다.

 

토요경제 /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