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서방 제재에 맞서 500대품목 수출봉쇄...韓경제 미칠 파장은?

사태 파악에 바빠진 산자부, 수입업체가 상대적으로 더 타격, 사태악화 대비한 치밀한 전략 필요

김태관

8timemin@hanmail.net | 2022-03-13 13:22:14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비대면 화상을 통해 각료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결의에 찬 푸틴의 표정이 인상적이다. [사진: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이 장기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직접 전쟁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상대하지만, 서방세력과 러시아는 경제전쟁이 치열하다. 

 

서방 세력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과 별개로 러시아에 대한 대대적인 경제 제재조치에 들어갔다. 석유, 가스, 석탄 등 러시아 수출 비중이 높은 원자재 수입을 중단, 러시아 경제에 치명적 타격을 가하겠다는 것이다. 최근엔 러시아 술을 대표하는 보드카 수입금지 조치까지 내리는 등 러시아 경제를 옥죔으로써 종전 내지는 휴전을 이끌어내겠다는 서방국가들의 '러시아 조이기'가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러시아도 가만히 앉아서 당하진 않겠다는 듯 강공으로 대응할 태세다. 푸틴은 서방세력의 경제제재에 강대강으로 맞선다는 전략을 숨기기 않는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주축이된 서방 국가들의 수입금지 조치에 대해 주요 러시아산 제품의 수출금지령으로 맞불을 놓았다. 표면적으론 지난달 말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자국 내 공급부족 및 가격상승을 막기 위한 조치라지만, 실상은 서방국가들의 경제조치에 대한 보복조치다.
 

러시아는 최근 수출규모가 큰 500대 품목을 '금지폼목'과 '제한품목'으로 나누어 수출 통제에 들어갔다. 말이 통제지 사실상의 '수출 봉쇄령'에 가깝다. 서방국가들의 수입 금지에 맞서 자국산 주요제품의 수출 금지 조치를 단행, 맞불을 놓은 것이다.
 

사태 파악에 바빠진 산자부
러시아가 서방 세력의 강력한 경제 제재조치로 인해 디폴트 위기설까지 나도는 가운데서도 '어디 누가 이기는 지 한번 해보자'는 식의 수출봉쇄령으로 맞대응하자 다급해진 것은 우리나라다. 러시아가 자국산 제품의 수출금지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결코 작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즉각 러시아의 수출금지령이 향후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장과 그 대안을 분석하느라 분주해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2일 러시아 정부가 우리나라를 포함한 거의 대부분의 국가를 대상으로 수출금지 또는 수출을 제한하겠다는 500개제품과 원자재 리스트를 입수, 분석한 1차 결과를 발표했다. 산자부에 의하면 반도체소자, 전자IC를 비롯한 219개 품목은 금지품목이다. 나머지 281개 품목은 사전허가가 필요한 수출제한품목이다.
 

주로 산업물자나 서방의 경제 제재에 대비하기 위한 핵심 물자들이다. 의약품, 석제, 실험실용 유리제품, 대형 철제용기, 압축·액화가스용기, 다이아몬드 유리 전달기, 공업용 프레스·절단기, 원자로, 증기 보일러 및 터빈, 공기·진공펌프, 가스발생기, 디젤 내연기관, 기타 발전소 장치 등이 포함됐다. 산업부측은 일단 “러시아 내 외국기업 소유 장비의 반출을 제한하려는 게 주된 목적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이번 조치에 대해 우리 정부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러시아가 우리나라의 주요 교역국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대한민국의 중요한 무역파트너 중 하나다. 2015년, 2016년 대 러시아 제재 등으로 잠시 위축됐던 러시아 교역량은 2017년을 기점으로 빠르게 회복되는 추세다.

수입업체가 상대적으로 더 타격
특히 러시아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무역적자국이다. 러시아에 대한 수출 보다는 러시아로부터의 수입량이 훨씬 많다. 실제 2021년 기준 대 러시아수출은 99억8천만달러로 전체 12위 수준이다. 그러나 수입은 이보다 훨씬 더 많다. 같은기간 러시아수입은 173억5700만달러로 전체 8위이다. 무역적자가 약 80억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러시아 의존도는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이며, 수입으 2.8%대다.
 

수출은 자동차와 자동차 관련 부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2021년 자동차 관련 수출은 총 41억5천만달러로 러시아 총 수출액의 40%가 넘는 막대한 규모다. 수입은 석유제품, 원유, 석탄, 천연가스, 합금철선철, 알루미늄, 목재, 펠릿, 고철 등 원자재류가 대부분이다. 어류 및 어란, 갑각류, 곡류, 수산가공품 등도 비교적 많다. 구조적으로 러시아 정부의 수출제재가 우리나라에는 수출기업보다는 수입기업에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는 일단 러시아의 수출 금지·제한 조치로 러시아산 제품의 수입이 어려워질 경우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않을 것으로 보고,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산자부는 일단 이번 500개 금지 또는 제한 대상 품목이 대개 외국산 장비 위주여서 애초 우려했던 것만큼의 파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한국이 러시아의 비우호국 리스트에 포함돼 있어 수출제한 품목이 우리 경제에 적집적인 타격을 줄 제품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사태악화 대비한 치밀한 전략 필요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수출금지 및 제한품목에 러시아 현지에서 만들어 다른 나라로 수출하는 것은 빠져있어 그나마 다행"이라며 "정부가긴장하는 이유는 이번 조치보다는 러시아정부의 가변적이고 돌발적인 정책 변화로, 러시아가 비우호국으로 명시한 나라에는 얼마든지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본다"고 우려했다.
 

사실 러시아 정부는 이번 수출 금지·제한 조처 발표 때 비우호국에는 별도 추가 제재 뜻을 내비치며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에 발표하겠다고 공언했다. 러시아가 지난 7일 발표한 비우호국 명단에는 한국을 포함해 48개국이 들어가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지난해 무역액이 사상 최대치인 1조2596억달러를 기록하며 세계 8위의 무역대국으로 자리매김해 러시아의 제재조치가 당장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미국과 러시아가 마치 힘자랑하듯 상호 보복조치의 강도를 높이고 있어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듯 우리나라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치밀한 대응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태악화에 대비한 철저한 대응책 마련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미국과 유럽연합 등 서방국가들의 대 러시아 제재가 더욱 강도를 높이자 이에 맞서 수출 금지 및 제한으로 맞서고 있는 러시아의 다음 조치는 무엇일까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토요경제 / 김태관 기자 8time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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