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생산적·포용금융’ 전면 배치

KB·신한 110조, 하나 100조, 우리 80조…중장기 지원 목표 제시
정부 정책 기조 맞춰 지속가능경영보고서도 사회적 금융 역할 강조

김연수 기자

kys@sateconomy.co.kr | 2026-07-01 14:32:55

▲ [연합뉴스]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달라졌다. 과거에는 환경·사회·지배구조, 이른바 ESG 성과를 정리하는 보고서에 가까웠지만 올해는 정부의 생산적 금융·포용금융 정책에 맞춘 자금 공급 계획서 성격이 짙어졌다.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이 2030년까지 제시한 생산적·포용금융 공급 목표는 모두 400조원에 이른다. 숫자만 보면 금융권의 대규모 사회적 약속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관건은 얼마를 공급하느냐가 아니라 그 돈이 실제 미래 성장산업, 혁신기업, 중소기업, 소상공인, 금융 취약계층으로 흘러갔는지를 어떻게 입증하느냐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은 최근 발간한 ‘2025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을 핵심 아젠다로 전면 배치했다. KB금융은 2030년까지 생산적 금융 93조원, 포용금융 17조원 등 총 110조원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신한금융도 생산적 금융 95조원, 포용금융 15조원 등 총 110조원을 중장기 목표로 제시했다. 하나금융은 생산적 금융 84조원과 포용금융 16조원을 합쳐 총 100조원을, 우리금융은 생산적 금융 73조원과 포용금융 7조원을 합쳐 총 80조원을 내걸었다. 4대 금융지주를 합산하면 생산적 금융 345조원, 포용금융 55조원이다.

이번 변화는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과 맞물려 있다. 정부는 올해 금융정책의 핵심 축으로 생산적 금융, 포용적 금융, 신뢰받는 금융을 제시했다. 생산적 금융은 부동산·담보 중심의 자금 흐름을 미래 성장성이 높은 분야, 전략산업, 수출기업, 인프라 등으로 돌리겠다는 개념이다. 포용금융은 금융소외자의 고금리 부담을 낮추고 제도권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데 초점이 있다. 

 

금융위원회는 은행·보험 자본규제 합리화를 통해 최대 98조7000억원의 추가 자금 공급 여력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은행권에 담보·보증 위주 영업 관행에서 벗어나 미래 성장 분야와 전략산업에 자금을 공급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KB금융이다. KB금융은 올해 보고서를 고객·임직원·지역사회 대상 스토리북, 투자자용 지속가능경영보고서, 평가기관·애널리스트 대상 데이터북 등 3권 체계로 개편했다. 특히 스토리북에서 포용금융을 앞세웠다. KB금융은 2030년까지 서민·취약계층에 10조5000억원, 소상공인·자영업자에 6조5000억원 등 총 17조원의 포용금융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올해 그룹 전체 민간중금리대출 공급 목표도 3조5000억원으로 설정했다. 포용금융을 단순 사회공헌이 아니라 그룹 차원의 여신 전략으로 끌어올린 셈이다.

신한금융은 공시 체계 고도화에 방점을 찍었다. 신한금융은 2005년 국내 금융권 최초로 ESG 보고서를 발간한 이후 올해 21번째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냈다. 이번 보고서에는 KSSB 기후공시 예비보고서와 TNFD 생물다양성 보고서가 포함됐다. 생성형 AI 기반 정보 검색 환경에 맞춰 보고서 구조와 데이터 표현 방식도 손질했다. 신한금융이 2030년까지 생산적 금융 95조원이라는 4대 지주 중 가장 큰 생산적 금융 목표를 제시한 만큼, 앞으로는 공급 실적뿐 아니라 산업별·차주별 자금 배분의 질이 주요 평가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나금융은 ‘하나 모두 성장 프로젝트’를 통해 2030년까지 총 100조원 공급 계획을 내놨다. 올해 1월 그룹 생산적 금융 협의회를 출범시켰고, 올해 생산적 금융 공급 규모를 기존 계획보다 1조6000억원 늘린 17조8000억원으로 확정했다. 보고서에는 ESG 데이터를 표준화해 관리하는 공시 데이터 관리 시스템 구축 성과도 담겼다. 생산적 금융을 얼마나 많이 공급했는지뿐 아니라, 그 실적을 어떤 기준으로 집계하고 검증할 것인지까지 관리 대상으로 삼겠다는 의미다.

우리금융은 2030년까지 총 80조원을 제시했다. 4대 지주 중 전체 규모는 가장 작지만, 별도의 기후·자연 통합보고서를 발간하고 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공시기준을 적용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우리금융은 ESG금융, 금융소비자보호, 금융 AX 혁신을 핵심 의제로 제시했다. 다만 전체 80조원 중 포용금융은 7조원으로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 생산적 금융 중심의 전략이 명확한 만큼, 향후 취약계층 지원과 금융소비자보호 성과를 어떻게 보완해 보여줄지가 과제로 남는다.

보고서의 성격도 바뀌고 있다. 올해 2월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는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제1호와 제2호를 의결·공표했다. 금융위원회도 2021년 ESG 공시 의무화 일정을 처음 제시한 뒤 국제 공시기준 논의와 기업 준비 상황을 반영해 제도화를 추진해왔다. 이는 금융지주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더 이상 이미지 관리용 홍보물이 아니라 투자자와 감독당국이 들여다보는 준공시 자료로 이동하고 있음을 뜻한다.

이제 남은 질문은 세 가지다. 첫째, 각 지주가 제시한 공급액이 신규 자금인지, 기존 대출의 재분류까지 포함한 금액인지 명확해야 한다. 둘째, 생산적 금융이라는 이름 아래 부동산 관련 여신이나 기존 대기업 여신이 과도하게 포함되는지 가려야 한다. 셋째, 포용금융 확대가 중·저신용자와 취약 차주에게 실제 금리 부담 완화와 재기 기회를 줬는지, 아니면 단기 이벤트성 지원에 그쳤는지 확인해야 한다.

결국 4대 금융지주의 400조원 로드맵은 선언이 아니라 검증의 출발점이다. 금융권이 밝힌 목표대로 자금이 혁신기업, 중소기업, 소상공인, 청년, 금융 취약계층으로 흘러간다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금융의 사회적 역할을 보여주는 핵심 자료가 될 수 있다. 반대로 목표만 커지고 집계 기준과 성과 검증이 흐릿하다면 보고서는 또 하나의 정책 구호집에 그칠 수 있다. 내년부터 금융지주의 지속가능경영은 문장의 화려함이 아니라 대출과 투자, 손실 관리, 회수 성과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토요경제 / 김연수 기자 ky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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