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2조대 램프 매각 본계약…외형 줄이고 미래차 ‘외부 매출’ 키운다
OP모빌리티와 본계약…2027년 4월 물적분할 후 매각
수익성 중심 사업구조 재편…반도체·SDV로 역량 이동
2033년 글로벌 완성차 매출 비중 40% 목표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 2026-09-30 17:07:26
현대모비스(대표 이규석)가 연 매출 2조원대로 추산되는 램프사업 매각을 확정하고 차량용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사업 확대에 나선다. 매출 규모가 큰 사업을 유지하기보다 수익성과 성장성이 높은 미래차 분야로 인력과 연구개발 역량을 옮기는 포트폴리오 재편이다. 관건은 줄어든 외형을 현대차·기아 밖 글로벌 고객 매출로 얼마나 채우느냐다.
현대모비스는 30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램프사업부문 물적분할을 승인하고 프랑스 자동차부품업체 OP모빌리티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분할기일은 2027년 4월 1일이다. 주주총회와 기업결합 심사 등을 거쳐 신설법인을 OP모빌리티에 넘길 예정이다. 매각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거래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램프사업의 외형이다. 현대모비스는 램프사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별도로 공시하지 않지만 시장에서는 연 매출을 2조원대로 추산해왔다. 결코 작은 사업이 아니다.
그러나 매출 규모와 사업의 전략적 가치는 같은 개념이 아니다. 램프사업은 과거 수익성이 높은 부품으로 평가받았지만 최근 중국 업체의 가격 경쟁이 거세지고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현대모비스 안에서 전략적 우선순위가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2∼3년 영업부진이 이어진 것으로도 알려졌다.
현대모비스도 지난 1월 매각 추진을 발표하면서 내연기관 부품을 폭넓게 보유하는 기존 사업구조만으로는 경쟁력과 수익성을 높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램프사업을 전문업체인 OP모빌리티와 결합하면 고객 기반을 넓히고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도 내놨다.
현대모비스 입장에서는 램프를 계속 보유해 외형을 유지하는 것보다 한정된 연구개발 인력과 투자 여력을 어느 사업에 집중할 것인지가 더 중요해진 셈이다.
회사가 이미 제시한 중장기 전략도 같은 방향이다. 현대모비스는 수익성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선하고 전동화와 전장, SDV 등 고부가가치 핵심부품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2033년까지 부품제조 부문의 글로벌 완성차 고객 매출 비중을 현재 10% 수준에서 40%까지 높이는 것이 목표다.
램프 매각을 발표한 이날 미래차 사업에서는 반대 방향의 움직임이 나왔다.
현대모비스는 산업통상부가 추진하는 'M.AX 얼라이언스' AI 미래차 분과에서 앵커기업으로 참여해 차량용 반도체의 실차 검증과 상용화를 지원한다. 국내 팹리스와 연구기관에 필요한 반도체 품목과 성능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개발된 제품의 검증과 차량 평가까지 연결한다. 반도체를 연구개발하는 단계에서 실제 자동차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수요기업 역할까지 맡는 것이다.
SDV 역시 현대차·기아 밖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KGM,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업 라이드플럭스 등과 협력해 KGM의 신규 차량에 SDV 플랫폼과 자율주행 솔루션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아직 적용 차종과 양산 규모, 현대모비스가 확보할 매출은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비계열 완성차를 상대로 기술을 실제 양산차에 적용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외부 고객 확대는 이미 수주 단계에서는 성과가 나타났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를 제외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서 91억7000만달러 규모의 핵심부품 수주를 확보했다. 당초 목표였던 74억5000만달러를 23% 웃돌았다.
다만 수주와 매출은 다르다. 실제 차량 양산이 시작되고 공급 물량이 늘어나야 수주잔고가 매출과 이익으로 전환된다. 램프사업을 줄이는 것만으로 사업재편이 완성됐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현대모비스가 램프 매각대금을 반도체나 SDV 사업에 직접 투자한다고 밝힌 것도 아니다. 따라서 이번 거래를 단순히 '램프를 팔아 미래차에 투자한다'고 해석하기보다는 수익성이 낮아진 성숙 사업의 비중을 낮추고 고부가 핵심부품에 경영자원을 집중하는 구조개편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현대모비스의 다음 성적표도 매각가격이 아니라 외부 매출에서 나온다. 차량용 반도체와 SDV가 실차 검증을 넘어 양산 계약으로 이어지는지, 지난해 확보한 글로벌 수주가 실제 매출로 전환되는지, 현재 10% 수준인 글로벌 완성차 고객 매출 비중이 얼마나 빠르게 높아지는지가 핵심이다.
연 매출 2조원대 램프를 떼어내는 결정은 외형 축소를 감수한 전략적 포석이다. 현대모비스가 향후 그 빈자리를 더 높은 수익성과 성장성을 갖춘 미래차 사업으로 채울 수 있느냐는 이번 사업재편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토요경제 /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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