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권 좇다 배당길 꼬인 영풍…YPC로 간 고려아연 1300억은 어디로 갔나
영풍, 고려아연 지분 25.42% 자회사에 현물출자
의결권 되살리려던 카드가 배당 흐름은 더 복잡하게 만들어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 2026-07-07 13:18:30
영풍이 고려아연 주식을 와이피씨(YPC)로 넘긴 결정은 배당만 놓고 보면 이해하기 어렵다. 영풍이 고려아연 주식을 직접 들고 있었다면 배당은 영풍으로 곧장 들어온다. 그런데 영풍은 지난해 고려아연 주식 526만2450주, 지분 25.42%를 신설 유한회사 YPC에 현물출자했다. 배당 흐름은 한 단계를 더 거치게 됐다. 배당 효율성은 떨어졌지만, 영풍이 이 구조를 택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의결권이었다.
YPC 설립 배경에는 ‘상호주 의결권 제한’이 있다. 상호주 의결권 제한은 쉽게 말해 서로 주식을 물고 있는 회사가 그 주식으로 표를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장치다. 고려아연 측은 자회사·손자회사 구조를 통해 영풍 지분 10% 초과 보유 구조를 만들었고, 이를 근거로 영풍이 가진 고려아연 주식 25.42%의 의결권이 제한된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영풍도 우리 주식을 갖고 있고, 우리 쪽도 영풍 주식을 10% 넘게 갖고 있으니 서로 물고 있는 주식이다. 이런 주식으로 표를 행사하면 지배구조가 왜곡된다”는 논리를 편 것이다.
영풍의 대응이 YPC였다. 영풍이 고려아연 주식을 직접 들고 있으면 상호주 의결권 제한 논리에 걸릴 수 있으니, 100% 자회사인 유한회사 YPC를 세우고 그곳에 고려아연 주식을 넘긴 것이다. 영풍이 직접 보유하던 구조를 ‘영풍→YPC→고려아연’ 구조로 바꿔 의결권을 되살리려는 시도였다. 영풍은 지난해 3월 완전자회사 YPC를 세우고 고려아연 주식 526만2450주를 현물출자했으며, 유한회사에는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점을 활용했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문제는 이 구조가 배당 흐름을 꼬이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고려아연은 2025년 결산배당으로 주당 2만원을 확정했다. 총배당금은 4079억원이다. YPC가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 526만2450주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YPC의 결산배당 수령 대상 금액은 약 1052억원이다. 고려아연은 올해 1분기에도 주당 5000원의 분기배당을 결정했다. 같은 주식 수를 적용하면 YPC 몫은 약 263억원이다. 두 배당을 합치면 YPC는 고려아연 배당 약 1315억원의 수령 대상이 된다.
그러나 이 돈이 곧바로 영풍 주주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고려아연 배당은 먼저 YPC로 들어간다. 이후 YPC가 영풍에 다시 배당해야 영풍의 현금흐름으로 올라온다. YPC가 고려아연 배당을 받는 것과 영풍이 그 돈을 실제 활용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IB토마토는 지난해 6월 YPC가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권리가 YPC에 귀속되는 만큼 영풍이 별도 절차 없이 배당 수혜를 누리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당시 영풍 측은 해당 매체에 “YPC의 배당 재개는 아직 계획에 없다”고 밝혔다.
이 대목은 영풍 주주 입장에서 중요하다. 과거 영풍은 고려아연 배당을 직접 받았다. 2023년 영풍은 고려아연으로부터 1556억원의 배당금을 수령했다. 그해 영풍은 142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순손실은 430억원으로 줄었다. 고려아연 배당이 영풍 손익 방어에 완충재 역할을 한 셈이다. 그런데 YPC 설립 이후에는 고려아연 배당금이 영풍으로 바로 들어오는 구조가 아니다. 영풍 주주가 묻는 질문은 단순하다. YPC로 간 고려아연 배당은 결국 영풍 주주에게 돌아왔는가.
논란은 영풍의 자체 배당과도 맞물린다. 전자신문은 지난 3월 영풍이 고려아연으로부터 10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YPC와 함께 수령하게 되는데도 영풍 주주가 받는 주당 현금배당은 5원, 전체 현금배당 규모는 90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영풍은 주식배당까지 포함하면 주당 환원액이 1680원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현금흐름 관점에서 보면 질문은 남는다. 고려아연 배당은 1000억원대인데, 영풍 일반주주가 체감하는 현금배당은 왜 극히 작았느냐다.
더구나 YPC 카드는 의결권 측면에서도 완전히 성공하지 못했다. 대법원은 지난 4월 2일 영풍·MBK 연합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낸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 재항고를 기각했다. 영풍은 YPC 이전을 통해 의결권 제한을 피하려 했지만, 주총 국면에서 법원은 영풍 측 의결권 행사를 허용하지 않은 결정을 유지했다. 결과적으로 YPC 설립은 배당 흐름을 복잡하게 만들었고, 의결권 회복 효과도 관철하지 못한 셈이다.
영풍의 명분은 고려아연 주주가치 제고다. 그러나 영풍 주주 입장에서는 반대 질문이 가능하다. 고려아연 지분 25.42%는 영풍의 핵심 자산이었다. 이 자산을 YPC로 넘긴 뒤 고려아연 배당 1000억원대가 YPC로 향하게 됐다면, 그 돈이 영풍 주주에게 어떻게 돌아왔는지 설명돼야 한다. 의결권을 확보하기 위한 구조 개편이 영풍 주주가치에는 어떤 이익을 줬는지도 검증 대상이다.
경영권 분쟁은 지분율 싸움으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현금흐름의 문제로 번지고 있다. 영풍은 고려아연 경영권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고려아연에서 나오는 배당 흐름조차 영풍 주주에게 어떻게 귀속되는지 불투명하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고려아연 지분은 누구의 자산인가. YPC로 간 고려아연 배당은 영풍 주주에게 돌아왔는가. 영풍이 고려아연 경영을 문제 삼기 전에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이다.
토요경제 /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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