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 리플과 디지털자산 인프라 검토…토큰증권 제도화 앞두고 선제 대응
내년 2월 토큰증권법 시행…수탁·토큰화 기술 국내 적용 검토
현물 ETF·스테이블코인은 제도 변수 남아…파트너십 사업화 속도 차이 전망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 2026-10-07 13:50:02
메리츠증권(대표 장원재·김종민)이 리플과 손잡고 디지털자산 인프라 확보에 나섰다. 다만 토큰증권과 스테이블코인 등 사업별 제도화 속도가 달라 실제 사업화 시점에도 차이가 날 전망이다.
7일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양사는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리플의 토큰화 인프라와 기관용 디지털자산 수탁 솔루션 '리플 커스터디'를 국내 자본시장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체결식에는 장원재 메리츠증권 대표와 모니카 롱 리플 사장 등이 참석했다.
시점상 가장 구체화된 사업영역은 토큰증권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일 토큰증권 관련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하위법규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 법률은 2027년 2월4일 시행될 예정이다. 분산원장 요건과 발행인계좌관리기관 등록요건, 토큰증권 장외거래소 인가단위 등 실제 시장 운영에 필요한 기준도 구체화되고 있다.
메리츠증권과 리플이 협력을 발표한 시점도 토큰증권 하위법규 입법예고와 맞물린다. 제도 시행까지 약 4개월이 남은 만큼 토큰화와 수탁 기술을 실제 증권업 인프라에 어떻게 연결할지 사전에 검토할 유인이 커진 셈이다.
리플 커스터디는 단순히 디지털자산을 보관하는 외부 금고와는 다르다. 기관이 가상자산과 스테이블코인, 토큰화 증권 등의 개인키를 관리하고 이전·결제·토큰화까지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인프라다. 구축 방식에 따라 금융회사가 자체 시스템 안에서 개인키 통제권을 유지할 수도 있다.
리플은 이미 국내 금융권에서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4월 교보생명과 리플 커스터디를 활용한 토큰화 국채 결제 협력을 시작했고, 같은 달 케이뱅크는 리플 커스터디 기반의 기관용 디지털자산 지갑 인프라를 도입했다.
다만 메리츠증권의 이번 협력은 이들과 달리 현재로서는 '도입'보다 '적용 방안 검토' 단계다. 구체적인 시스템 구축 규모나 서비스 출시일, 투자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파트너십 체결 자체를 디지털자산 수탁사업 개시로 해석하기 어려운 이유다.
메리츠증권이 검토 중인 사업 가운데서도 제도화 속도는 다르다. 회사는 현물 ETF와 조각투자·토큰증권, 거래 플랫폼, 원화 스테이블코인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큰증권은 내년 2월 시행 일정이 잡혀 있지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2단계법은 아직 제도 설계가 진행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8월에도 디지털자산법 정부안을 논의하고 있으나 거래소 지배구조 등 주요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주체 역시 확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메리츠증권의 디지털자산 전략은 여러 사업을 동시에 출시하는 방식보다 제도가 먼저 열린 영역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현 시점에서는 토큰증권처럼 시행 일정이 확정된 자본시장 영역이 상대적으로 사업화 경로를 그리기 쉽다.
이번 파트너십의 의미도 당장의 매출보다 준비 단계에 있다. 규제가 열리고 난 뒤 수탁·토큰화 시스템을 처음부터 구축하기보다 글로벌 금융회사에서 사용되는 인프라를 미리 검토해 실제 제도에 맞춰 적용할 선택지를 확보하는 것이다.
향후 확인할 지점은 구체적인 사업 범위다. 리플 커스터디를 토큰증권의 계좌·권리관리나 결제에 활용할지, 별도의 디지털자산 수탁서비스까지 확장할지에 따라 필요한 인허가와 수익모델도 달라진다. 10월 7일 현재 메리츠증권과 리플이 공개한 것은 협력의 범위이며, 실제 사업모델은 국내 제도 정비 이후 구체화될 전망이다.
토요경제 /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